-
-
고전의 이유 - 고전이 된 소설은 저마다 이유가 있다
김한식 지음 / 뜨인돌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음악이든 영화든 소설이든 누군가의 손에서 태어난 작품이 몇 세대를 거쳐 수많은 사람에게 감동과 영감을 불어넣어 준다는 것, 그런 대단한 가치를 지닌 작품을 우리는 고전이라 일컫는다. 하지만 고전이라는 작품들이 가지는 의미와 중요성을 알지만 쉽사리 책장을 펼칠수가 없는 건 어렵다는 편견과 작가가 숨겨둔 의미를 찾아서 이해하고 느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까, 나역시 집에 많지는 않지만 몇권의 고전 작품들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끝까지 읽지 못하고 덮어버리기 일쑤였다.
훌륭한 작품들이니 그간 읽은 많은 사람들의 서평이나 해석을 접할 수는 있지만, 사실 그마저도 너무 어렵다고 느껴질때가 많기에 지금 당장 읽어야 겠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고전의 매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고 또 이해하기 쉬운 해설서 같은 책을 한번쯤은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였기에 그간 읽어보고 싶었던 많은 작품들이 포함된 이 책의 리스트에 끌릴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끝엔 다시 그 고전들을 펼칠 용기가 생길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에는 총 15편의 고전에 대한 줄거리,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작품에 대한 해석과 저자 나름의 분석, 그리고 그 작품이 쓰인 시기나 작가에 대한 부연설명까지 한편당 길지 않은 분량의 내용이지만 그것을 읽는 독자들에게 장황하고 이해하기 힘든 것이 아닌 꼭 필요한 액기스만을 축약해 놓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작품의 의미와 내용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 부분들을 발췌해 두어 그 작품을 읽지 못했어도 그 작품의 전반적인 느낌을 가늠해 볼 수 있기에 훨씬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고전의 생명은 그 속에 내포되어 있는 풍부한 의미의 광맥에 달려 있습니다. 독자나 연구자들이 파고 또 파도 여전히 팔 수 있는 풍부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면 식상하지 않은 소설이 되겠지요.
사실 책에 실린 고전들 중엔 내가 읽은 작품도 더러 있었지만 과연 내가 읽었던 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나의 기억속에서 말끔히 잊혀져 있었기에 내가 그 책을 읽을 때 그저 텍스트를 읽기에만 급급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쨋든 오랜 시간동안 좋은 작품이라는 명성으로 이어져 온 책이니 나도 한번은 읽어 봐야 겠다는 성급한 마음에 호기롭게 펼쳤지만 집중하지 못하고 끝맺음 하지 못한 책도 더러 있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입을 모아 고전이라며 추앙하는 책도 내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하니 그저 어렵고 재미 없다는 인식만 생길 뿐이었다. 그렇게 매력을 느끼지 못하니 점점 더 멀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하지만 친절한 해설이 달린 이 책을 읽고 나니 나 혼자 읽었다면 생각할 수 없었던 숨겨진 의미와 그런 이야기가 쓰일 수 밖에 없었던 그 당시의 시대, 그리고 작가의 상황까지 퍼즐이 맞춰지는 것 처럼 이어지며 조금씩 단단했던 나의 편견의 틀이 깨지는 것을 느꼈다. 내가 알고 있던 내용과는 많이 다르기도 하고 또 내가 상상했던 것과는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새로운 사실들도 알게 되니 점점 더 흥미가 생길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확실히 고전이라는 칭호를 갖게 된 작품은 그 나름의 이유가 있으며 작품을 쓴 작가의 놀라운 능력은 위대하다는 것을 충분히 깨달을 수 있었다.
문학에서 중요한 것은 불행 자체가 아니라 이러한 불행과 절망을 감각하여 표현하는 작가의 능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개인의 문제를 타인의 문제로 만들고 나아가 사회적 문제로 발전시킬 수 있는 작가만이 위대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습니다.
훌륭한 작품이니까 모두가 인정하는 작품이니까 나도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 같은 것이 생기기도 하고, 또 되려 그 압박감에 책을 펼치기가 힘든것도 사실이다. 책을 읽고 난 뒤 내가 느끼는 것들이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것과 다르면 내가 잘못 읽은건가 내 생각이 틀린건가라는 생각에 혼란스러울 때도 있다. 나는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를 느낄 깜냥이 안돼나 보다하고 다른 고전에 대한 거부감이 들기도 하기에 사실 누구보다 친절하게 다가갈 수 있게 도와줄 책이 필요했다. 이 책을 읽고나니 집 책꽂이 한구석에 조용히 잠들어 있던 고전책들을 소환할 용기가 그래도 조금은 생기기도 하고 또다른 매력을 느끼며 흥미가 생긴 작품들도 꼭 새롭게 읽어보자는 새해의 독서 동기가 생기기도 했다. 무엇이든 내가 가진 선입견을 벗겨내기 위해서는 혼자만의 생각이나 틀 속에 빠져있지 말고 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생각과 어드바이스를 접해보는 것도 훌륭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렵게, 힘들게만 생각하지 말고 좀 더 쉽고 재밌는 방향으로의 접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으니 앞으로는 좀더 많은 고전 작품을 읽는 기회를 가져야 겠다는 새해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