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몬드 (양장) - 제10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손원평 지음 / 창비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학창 시절의 나를 생각해 보면 그리 밝은 아이도 긍정적인 아이도 아니었던 것 같다. 하고자 하는 열망이나 꿈이 확고하지 못했고 그냥 기류에 휩쓸려 흘러가듯 특별하지도 그렇다고 그렇게 비관적이지도 않은 길을 걸어왔다. 이렇게 얘기하면 너무 어두운 과거인 것 같지만 그런것은 아니다. 약간 어긋나도 항상 내 뒤엔 가족들이 있었고 함께 즐거웠던 시간을 보낸 친구들도 많았기에 생각해 보면 가장 무난하지만 또 한편으론 가장 행복한 청소년기를 보냈다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행복한 어린시절을 보내는 것은 아닐 것이다. 분명 끔찍하게 힘든 시간을 보내는 아이도 또 흘러 넘치는 사랑으로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도 존재할 것이다. 주어진 환경으로 인해 결정되어 지는 상황이야 어떻게든 극복하고자 노력한다면 개선될 여지가 있을지 모르지만, 한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선천적으로 어떤 불행의 요소를 안고 태어난다면 그것을 극복시키는 것은 분명 더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런 자식을 지켜봐야하는 부모의 마음이란 또 어떨까. 


윤재는 태어나면서부터 일명 아몬드라 불리는 뇌의 편도체가 일반인보다 작아 사람의 감정에 대해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 왜 슬픈지 왜 웃긴지 왜 무서운지 감정이 무엇이고 공감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엄마와 할멈은 끊임없이 윤재가 평범한 아이로 보일 수 있도록 공부와 훈련을 시킨다. 하지만 윤재의 생일인 크리스마스 이브에 다함께 외식을 하러 나간 날 윤재의 눈 앞에서 할멈은 살인을 당하고 엄마는 머리를 다쳐 식물인간이 된다. 엄마가 하던 헌책방을 그대로 운영하던 윤재에게 자신의 잃어버린 아들과 닮았으니 죽어가는 아내에게 딱 한번만 아들인 척 연기를 해달라는 윤교수의 부탁을 받게 되고 그렇게 그의 진짜 아들인 곤이와의 인연이 시작된다. 곤이는 부모를 잃어버리고 여기저기 떠돌며 험난한 인생을 살다 극적으로 다시 부모를 만나게 되지만 아버지인 윤교수와는 자꾸 어긋나기만 한다. 그 누구보다 감정이 풍부한 곤이는 윤재에게 적대감을 가지게 되지만 서로의 다름에 이끌린 것인지 둘은 점점 서로에게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 



내 머릿속의 아몬드는 어딘가가 고장 난 모양이다. 자극이 주어져도 빨간 불이 잘 안 들어온다. 그래서 나는 남들이 왜 웃는지 우는지 잘 모른다. 내겐 기쁨도 슬픔도 사랑도 두려움도 희미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도, 공감이라는 말도 내게는 그저 막연한 활자에 불과하다. 


 


사실 요즘은 인간관계에 치이고 염증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기에 차라리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것이 더 편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윤재를 보면 사람에게 감정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느낄 수 있다. 특히나 예민한 청소년 시기엔 자신들과는 다른 아이에 대해서는 배척하고 적대심을 가지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윤재의 엄마와 할멈은 그렇게 평범한 삶을 사는 아이를 꿈꾸며 끊임없이 훈련을 시켰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가족들을 한순간에 잃어버린다면 과연 그 아이는 보통의 삶을 살아갈 수 있을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손을 잡아 준 가족이 있었기에 비록 윤재는 선천적인 불행을 안고 태어났고 좋지 않은 환경이었을지라도 살아갈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누구에게서도 버려진 적이 없다. 내 머리는 형편없었지만 내 영혼마저 타락하지 않은 건 양쪽에서 내 손을 맞잡은 두 손의 온기 덕이었다. 



반면 곤이는 그 누구보다 감정에 충실한 아이다. 비록 어린시절 부모를 잃어버려 힘든 어린시절을 보내며 자신의 진짜 감정을 숨기고 그저 강한 모습으로 보이기 위해 애쓸 뿐이다. 그런 곤이에게 윤재의 시종일관 아무런 감정 없이 자신을 대하는 모습에서 곤이는 자신의 약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왠지 강하고 특별해 보이는 윤재에게  어느정도의 동경을 가지게 되는건지도 모르겠다. 아마 곤이가 부모를 잃지 않았다면 따뜻한 부모 밑에서 그 누구보다 행복한 아이로 자랄 수 있었을 것이다. 뒤늦게 나타난 아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감당할 수 없는 문제아의 모습으로 나타난다면 부모 역시 그것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 없었기에 곤이와 윤교수는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시람들은 곤이가 대체 어떤 앤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나는 그 말에 동의하지 않았다. 단지 아무도 곤이를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았을 뿐이다. 



사실 처음엔 너무 어둡고 무겁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을 아이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윤재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을지란 생각을 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상황을 극복해 나가고 성장해 나가는 모든 인물들의 모습에서 확실히 청소년 성장 소설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어른인 내가 읽기엔 그 끝이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 역시 어떤게 비극인지 희극인지 모른다고 한 것처럼 나역시 뭔가 풀리지 않는 의구심을 가진채 책을 덮을 수 밖에 없었다. 아직 인격이 완성되지 않은 청소년기의 아이들에게 누군가의 삶을 외면하고 다름을 틀림으로 배척하는 것이 아닌, 느끼고도 행동하지 않거나 공감하면서도 쉽게 잊는 것이 아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것보다 나을게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면 요즘처럼 개인의 이기주의가 팽배해지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지 못하는 어른으로 자라지 않도록 깨달음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모든 사람들은 똑같지 않고 모두가 다른 상황속에 살아가지만 그래도 다함께 어우러지며 살아간다는 것, 간단하고 단순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며 잊기 쉬운 이야기를 다시금 떠올릴 수 있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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