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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하는 생활의 즐거움 - 미니멀라이프와 맥시멀라이프의 만남
박윤아 / 소울하우스 / 2017년 11월
평점 :
절판
한때 미니멀라이프의 붐이 일었던 시기가 있었다. 나역시 채우기 바쁜 맥시멀라이프였기에 비우는 삶이란 엄두가 나지도 않았고 사실 귀차니즘이 좀 있는지라 그냥 있는데로 살자는 생각이 더 컸던것 같다. 하지만 채우면 채울수록 좁아지는 생활공간에 자꾸만 더 큰 집으로 이사가기를 원하게 되고 아이들이 둘이되니 어마무시하게 늘어가는 물건들에 더이상 감당이 되지 않는 시기가 찾아왔기에, 서서히 버리고 비우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기도 했다.
물건을 버리자는 결심을 하고 어떤것을 버려야 할지 하나하나 생각해 보면서 사실 그저 쌓아두기만 할뿐, 진짜 내가 쓰는 물건은 몇개 되지 않는다는 것을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리 많은 옷이 있어도 결국 내게 잘 맞고 어울리는 옷만 계속 입게 되듯 입지 않는 옷은 결국 계속 옷걸이에 걸린채 진열되어 있을뿐이고 그것은 신발, 주방용품, 책등 모든것이 다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그것을 결단있게 한번에 버리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언젠가 쓸 것 같고 필요할 것 같고 결국 또 사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선뜻 버리지 못하고 우물쭈물하길 수십번.. 결국 쓰레기통으로 가게 되었지만 그런 과정의 수많은 반복에 지쳐버리기 일쑤였다.





그렇기에 극단적인 미니멀라이프, 맥시멀라이프가 아닌 적절한 타협점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한의 미니멀라이프는 인생 마저 공허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맥시멀라이프는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는 허무함을 느끼게 하기에 적당한 지점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가 추구하는 삶의 모습이 내가 지향하고 싶었던 방향과 어느정도 잘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펼친 책 안에는 내 마음을 두근거리게 해주는 많은 것들이 담겨 있었다. 무조건 비워두는 것이 아닌 적절한 공백과 군더더기 없는 채움의 모습이 딱 알맞고 보기 좋은 집의 모습이란 생각이 들었다.
빼기 내지 없애기에 성공하지 못하고 잠시 생각을 가다듬어 보니, 미니멀라이프 속의 나는 진정한 내가 아니었다. 잠시 나와는 다른 존재가 되고 싶어서 시도한 것이기이 편하지도 않았고, 내내 아쉬움과 허전함이 맴돌았다. 무엇보다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 보이는 목펴로 달려갈 필요가 없었다. 그리서 그 순간 내 나름의 사는 방법에 대한 정의에 마침표를 찍었다. 미니멀라이프와 맥시멀라이프의 만남이라고.
집을 꾸미는 것에서부터 음식, 옷, 식물키우기와 같은 전체적인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코칭과 대부분 저렴하고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로 만드는 생활소품 만드는 법까지 따라해 보고 싶은 팁들이 가득했다. 특히 우리 부부도 화분 키우는 것을 좋아하고 특히 다육이에 큰 애정이 있는데 사실 키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동물과 마찬가지로 식물 역시 애정과 관심이 필요하기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그 작은 초록식물이 주는 행복을 알기에 저자의 이야기에 더욱 공감이 되기도 했다.
자연을 집 안으로 들인다는 것이 조심스럽고 어려운 일이라는 걸 이제는 조금 안다. 여기저기 뛰어다니는 강아지나 고양이만 사랑스러운 생명으로 여겼지 움직임이 없는 식물애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일까? 순리대로 배치된 자연을 더는 함부로 대할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식물을 집 안으로 들일 때도 내가 책임감 있게 정성으로 키울 준비가 되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사랑과 정성 없이는 생명을 잘 돌볼 수 없으므로.
사실 어느정도 정리만 잘 해도 굳이 있는 것을 버리지 않아도 될텐데 한번 쌓인 짐들은 이상하게 눈이나 손이 가지 않게 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또 이런 책을 보면 나도 똑같이 사서 꾸미고 싶다는 생각에 무작정 새로운 물건을 사게 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저자가 가장 중요시 하는건 자연을 손상시키며 가져오지 말것, 그리고 항상 주변에 있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것이다. 놓여있는 위치를 바꿔보거나 외형을 약간만 달리 손보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변화를 느낄 수 있기에 비싸고 좋은 물건을 새로 사서 집을 꾸미는 것이 아닌 항상 곁에 있었던 익숙한 것들을 이용해 새롭게 표현해 보는 것에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계절이 바뀌어 집의 인테리어를 다시 한번 바꿔보려던 계획을 세우던 나에게 많은 도움과 함께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는 책이었던 것 같다. 또 이것저것 사려고 했던 마음을 잠시 접어두고 지금 있던 것들을 정리하고 변화를 주면서 새로운 기분을 내보는 방향으로 급 전환하며 나만의 개성을 집에 표현해 보는 즐거움을 느껴보아야 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같은 공간, 같은 식물일지라도 어느 자리에서 무엇과 어우러지느냐에 따라 전혀 새로운 느낌을 보여주기에 나는 늘 이리저리 자리를 바꾸며 공간에 새로운 옷을 입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