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재취업 처방전 - 내 안의 천재와 접속하기
천경 지음 / 북코리아 / 2017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경단녀라는 말을 접할때 마다, 들을때 마다, 또 어쩔 수 없이 스스로 쓸 수 밖에 없을때 마다 왠지 모를 마음의 불편함과 씁쓸함이 올라오는 건 경력이 단절 되었다는 그 이면에 세상과도 단절 되어 고립되어 있다는 생각 또한 들기 때문일까. 분명 가정주부로 집안일을 책임지고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회사에서 일할때보다 몇배는 더 힘들지만 사실 그것을 우리 사회는 100% 인정해주진 않기에 충분히 힘들고 중요한 일을 하고 있음에도 상대적인 박탈감이 드는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최근엔 사회적으로도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해도 아직 경단녀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크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어려움은 그간의 경력 단절로 자신감이 급격히 저하되어 있다는 점이다. 나같은 아줌마를 누가 써주겠어하며 시작도 전에 이미 체념하며 작아질대로 작아진 자신감은 사회로의 첫발을 내딛는데 큰 장애물이 된다. 그렇기에 자신의 적성이나 재능을 살린 취업이 아닌 그저 아이들 학원비나 벌고 용돈 정도만 벌 수 있는 간단한 파트타임 일자리에 대부분 일하게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이 다 컸다 치더라도 이제 4~50대일텐데 본인 스스로 이미 너무 늦었다는 생각에 선뜻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은 언감생심이라는 선을 그은채 나가고자 한다면 그저 그런 일자리밖에 얻을 수 없기에 우리 주부들에게도 자신감을 높이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우리 사회는 이미 주부 재취업이 당연한 시스템으로 가고 있는 중이다. 곧 평균수명 120세 시대가 온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주부들이 이런 변화하는 상황에 맞게 스스로를 개발해서 사회에 나가 당당히 자신의 재능을 사용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또한 향후에는 쉰 살도 예순 살도 청춘일 뿐이며 곧 최상의 여건이 마련될 것이니 지금부터 나를 변화시키고, 나를 찾기를 바라는 것이다. 


 


사실 재취업에 대한 방법이나 구체적인 길을 제시하고자 하는 책을 원한다면 이 책을 읽으면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저자 역시 주부로 엄마로 지내다 다시 재취업에 성공하였고 특히 경기도의 여성재취업 관련 블로그의 기자로 활동하였기에 자신을 포함한 여러 경단녀들을 만나며 느끼는 바가 많았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하지만 닦아 놓은 길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 나가고자 하는 주부들 스스로를 돌아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는 이야기들로 채워져 있다. 그렇기에 나 역시 읽으며 이해되지 않고 적지 않게 당황스런 내용들이 많았지만 그래도 그 끝엔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작지만 뜨거운 용기가 생기기도 했다. 



당신, 이제껏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는가? 기억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오랫동안 ‘부차적 인간’으로, 직장에 비유해서 말하자면 ‘지원부서’로서 살았으니 말이다. 이렇게 영원히 ‘주변인’으로 살고 싶지 않다. 



저자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주부들은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가 아니라는 것이다. 주부라는 타이틀로 지낸 시간들 역시 새로운 경험이라는 측면에서 그것이 경력이 단절된 기간이 아닌 세상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위대한 일을 성취한 것이기에 새경녀(새로운 경력을 추가한 여성)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이 더 옳다는 것이다. 나역시 경단녀라는 단어에 위화감이 있었기에 훨씬 듣기 좋은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그 무엇보다 자신이 좋아하고 재능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인데 사실 20대라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아직은 경험이 부족하기에 본인의 재능이나 흥미를 잘 찾지 못한채 취업난에 그저 아무 회사에 취업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주부들은 회사생활과 집안일, 육아라는 많은 부분을 거치며 생겨난 지혜와 경험을 가지고 있고 대부분 남편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뒷받침 되는 경우가 많기에 진짜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을 여유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재취업을 하기전 충분히 자신의 재능과 흥미에 대해 생각해 보고 스스로를 끊임없이 돌아보고 대화하며 죽을때까지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일을 찾으라는 것이다. 



틀에 박힌 관념으로 기존의 ‘괜찮은 일자리’만 바라보며 침을 흘리기보다 내가 나가서 그 일을 ‘괜찮은 일’로 만드는 역할을 주부가 해야 한다. 자녀를 양육하고 집안을 꾸려 온 배짱을 활용하면 된다. 지금과는 다른곳을 바라보고 다른 방향으로 관심을 돌려 우리가 ‘각광받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보자. 



나도 첫째가 많이 컸고 둘째는 아직은 어려 당장 일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지만 끊임없이 다시 일하게 될 날을 기다리고 또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미 나역시 4년이라는 공백기가 생겼고 다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 조금 막막하기도 하다. 내 마음속의 이야기를 듣거나 자신감을 키워야 겠다는 것보단 그저 어떤 곳에 어떻게 취업해야 할지 그 방법에 대한 고민만을 했던 것 같다. 이 책 역시 그런것을 해소해 주길 바라며 읽기 시작했고 초반엔 뜬구름 잡는 소리라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래도 그저 돈이나 시간에 얽매여 무엇이든 일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생각보단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시간이 다소 걸리더라도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도전해 봐야 겠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었기에 결론적으론 읽어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주부라는, 경단녀라는 틀에 묶여 스스로를 작게 만드는 생각들을 떨쳐버릴 수 있는, 우리를 응원해주고 우리의 노력을 인정해 주는 누군가로부터 큰 용기를 받고 싶다면 한번쯤 읽어볼만한 책이라는 생각도 해본다. 



나이가 들었기에 더 잘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긴 안목으로 인생의 2막을 시작하자. 가 보지 못했던 그 길을 가자. 우리는 설익은 젊은 시절과는 비겨되지 않을 든든한 ‘배경’과 노하우를 지니고 있다. 자기실현의 의지를 가지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