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짓해도 괜찮아 - 저 좋은 것만 하다 에베레스트까지 간 월급쟁이의 딴짓일지
장재용 지음 / 비아북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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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니 일탈이니 그런것도 여유와 돈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는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생각이다. 꿈만 있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달콤한 이야기에 속아 넘어가는 순진한 사람은 이제 많지 않다. 하지만 팍팍한 현실속에선 끝없이 이상을 쫓고 꿈같은 일탈을 바라기 마련이다. 그렇지만 그저 바라기만 할 뿐, 큰 결심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해내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당장 월급이 나오지 않으면 막막한 월급쟁이들과 가족이 있는 가장들에겐 그런 생각마저 사치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다. 


만약 우리 남편이 자신의 꿈을 찾아 회사를 그만 둔다고 한다면, 난 흔쾌히 응원해 줄 수 있을까? 다달이 나가는 돈이며 아이들 식비며 빠르게 머릿속으로 계산하며 멈칫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분명 회사 생활이 힘들다는 것을 알지만 당장 들어오던 월급이 끊긴다면 막막하지 않을 수 없다. 월급쟁이에게 월급이란 힘든 하루, 힘든 한달을 견디게 해주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 아니던가. 그것을 쉽게 포기하자는 결심은 나로선 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월급이 들어오지 않는 생활은 상상할 수 없다. 매일 아침 몸서리치며 일어나는 생활에 월급 외엔 어떤 것도 들어설 수 없다. 달에 한 번 월급 필로폰을 맞는 그야말로 월급쟁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월급쟁이는 월급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저자의 꿈은 산에 오르는 것이다. 그것도 세상에서 가장 높다는 에베레스트 말이다. 하지만 저자가 꿈꾸는 에베레스트에 오르기 위해선 회사를 그만둬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는 회사를 그만 두지 않은채 월급쟁이의 신분으로 70여일간의 등산 일정에 오르게 된다. 입사 6개월차에 빙벽에서 떨어져 발목뼈가 다 으스러지며 깁스를 하고 회사를 다니며 그는 큰 좌절을 겪는다.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등산 자체를 포기할 것 같지만 그는 발목 부상 중에도 그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재활운동과 훈련을 하며 결국 히말라야로 향하게 된다. 세살배기 아들과 아내를 둔채 죽을지도 모르는 길을 떠난 그는 과연 무엇을 깨닫고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사람은 뼈가 부러져 죽는 게 아니라 절망으로 죽는다. 절망은 지옥의 말이다. 언제나 오는 오늘로 인해 세상은 희망을 말하지만 그 오늘이 지금의 오늘이 아니라 허황된 내일의 오늘, 지나간 어제의 오늘이 될 때 우리는 절망의 보균자가 된다. ‘바로 지금 여기’를 살지 않는다면 그건 오늘을 허송하는 것이다. 



회사를 그만두지 않고 가겠다는 그도, 그 휴직을 승인해 준 회사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꿈을 위해 모든것을 희생할 필요는 없다는 것과 기회를 잘 활용하며 실속있는 일탈을 해야한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인 것 같다. 물론 목표를 위해 철저하게 계획하고 준비해 두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내면 깊은 곳의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긴 시간들이 없었다면 그역시 쉽게 포기하고 말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토피를 앓는 세살 아들과 아내를 두고 죽을지도 모르는 곳에 간다니 나역시 아내의 입장이기에 좀 이기적이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분명 본인의 꿈도 중요하지만 가족들이 있다면 그 가족들의 일상 역시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아내는 결국 허락하지만 남편을 보내고 마음 졸이며 하루하루를 보냈을 심정을 너무나도 잘 알기에 이왕 결심하였다면 그만큼 저자의 꿈이 훌륭하게 이루어지길 바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그곳에 가지 말이야 할 이유는 2박3일 동안 쉬지 않고 읊을 수 있다. 그러나 내가 그곳에 가야 할 이유는 단 하나였다. 현실에 질식당하던 내 꿈. 나는 아무래도 산으로 가야겠다. 





꽤 자세하게 쓰여 있는 에베레스트 등산기는 70여일간의 여정이 얼마나 험난하고 힘들었을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게 한다. 대변 한번 누려면 큰 결심을 해야 하고 밥 한술 먹기도 힘든 높은 고도에서의 체력적인 한계와 더불어 몇일전에 캠프에서 함께 이야기 나눈 사람을 눈 덮힌 산에서 죽은채로 마주하게 되었을 때 자신에게 드리우는 죽음의 그림자와 같은 정신적인 고통이 함께 몰려 오며 힘든 하루하루를 버틴 끝에 정상에 올라 이뤄낸 그의 꿈은 커다란 깨달음이나 거창한 무언가를 느끼게 해주기 보단 그저 평범한 하루와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그리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깨달음이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렇지 않게 흘려 보내는 하루라는 시간과 가족들과의 따뜻한 저녁 식사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꼈기에 다시 돌아온 산 아래에서 삶의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깊이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오르고 나니 또 이곳은 아무것도 없고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왜 올랐는가? 정상에서 나를 한 시간이나 기다린 후배의 차가운 신발 앞에 엎어져 소리 내어 울었다. 



귀여운 표지와 제목에 끌려 가볍게 생각한 책이었지만 저자의 글이나 경험은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 비단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현재 자신의 생활과 처지에 염증을 느끼며 일탈을 꿈꾸는 그 누구라도 읽는다면 저자가 떠나기 전 느꼈던 그 감정들을 함께 공유하며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고픈 희망에 자그마한 불씨를 짚혀줄 수 있을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뒤로 한채 떠나라는 것은 아니다. 철저한 준비와 자기 마음속의 진실을 마주해야만 진정한 일탈을 할 수 있으며 그것을 위해 모두 다 포기하고 버릴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분명 그것을 해결할 방법이 있고 스스로 찾아낼 수 있다는 현실적인 조언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파악한다면 그것을 실행하고 장애물을 극복하는 것 역시 가능하다는 것이다. 비록 나는 저자처럼 원대한 꿈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언제나 똑같은 일상에서 소소한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지레 겁먹고 갖은 핑계를 대며 일탈을 방어하곤 하지만 사실은 그것을 실행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전에 우선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기에 그간 그저 생각 없이 부러워하고 동경했던 것들이 진짜 내 마음에서 우러러 나온 것인지 하나하나 확인해 보는 시간을 가져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산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기어이 오른 그 꼭대기에는 황량하고 거친 바람만 있었다. 내가 찾으려는 꿈의 무지개는 산 아래에 있다는 것만 확인했늘 뿐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물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시키는 일을 하며 살지만 그 삶을 벗어나지 못하는 쩨쩨함의 끝을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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