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말할걸 그랬어
소피 블래콜 지음, 최세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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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을 스쳐간 멋진 사람을 뒤돌아 보거나 지하철 맞은편에 앉은 근사한 사람을 흘끔흘끔 쳐다보며 두근거렸던 일, 누구나 한번쯤 겪어봄직한 일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그 사람에게 말을 걸거나 연락처를 받아 좀더 관계가 진전되는 일은 나역시 한번도 없었다. 그런 용기를 가진 사람은 참 대단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마음 먹지는 못하면서 뒤돌아 꼭 후회하고 곱씹어 보게 되는, 어디선가 다시 한번 마주치게 되진 않을까라는 부질없는 희망을 가지게 하는 우리가 놓쳐버린 인연들은 이 세상에 무수히 많을 것이다. 


미국에는 ‘놓친 인연(Missed Connection)’ 대한 이야기를 올리는 사이트? 어플?이 있나보다. 난 찾아봐도 도저히 못 찾겠지만.. 우연히 보았고 마주쳤던 사람들중 말을 건네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해 다시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는 사람에게 메세지를 남기며 인연이 닿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올리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접한  그녀는 스쳐지나간 인연에 대해 아쉬워하고 후회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 그림으로 그려냈다. 저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꽤 유명하며 특히 ‘위니를 찾아서’ 는 나도 좋아하는 그림책이고 독특하면서도 따뜻한 그림의 느낌이 참 좋았던 책이었다. 이 책은 그 그림책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게 느껴졌지만 재미있는 표현과 익살스런 부분도 눈에 띄고 따뜻한 느낌이나 몽환적인 그림도 더러 있다. 사람들이 남긴 짧은 글에서 그들의 실망과 실낱같은 희망을 캐치하고 그것을 그림으로 표현해낸 것은 참신하기도 하고 또 같은 느낌을 공유하고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이 우연히 마주칠 때마다 사랑과 상실과 후회, 마지막이자 가장 중요한 것, 
바로 희망이라는 친숙하고도 어마어마한 주제의 소소한 이야기들이 탄생한다. 
그 희망은 부질없지만, 그럼에도 뿌리칠 수 없을 만큼 강렬하다. 
그런 이유로 우린 모두 그 남자가 그 여자와 이루어질지 궁금해하는 것이리라.

 


" 기억나요? 업타운 A열차였어요. 
부코스키의 ‘우체국’을 읽던 흑인 남자가 나예요. 
당신은 신문의 ‘예술&여가’ 섹션을 읽고 있었죠. 
그러다 좀 요란하게 방귀를 뀌곤 키득거리더군요? 당신을 또 만나고 싶어요. 
당신이 가스를 배출했다고 해서 당신에 대한 내 호감이 줄어들진 않았어요. "



사람들의 이야기는 가지각색이다. 절절하게 애끓는 사연부터 길을 잘못 알려줘서 미안하다는 이야기,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에 반한 이야기등 각자가 가진 이야기는 다르지만 모두 다 그 당시의 설레임과 같은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렇게 글을 쓴다고해서 그 사람과 다시 연락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들은 그렇게 놓쳐버린 인연에 대한 아쉬움과 후회를 써내려가며 자신을 위한 기대와 희망을 가지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난 사람과도 다정하고 친근한 감정을 나눌 수 있다는 희망, 

그를 통해 사랑을 찾을 수 있다는 희망. 소통할 수 있다는 희망을. 


 



" 당신 덕에 뜨개질이라는 멋진 세계에 입문하게 됐을 뿐 아니라, 
고작 몇 분 이야기한 것만으로 당신에게 빠져버리고 말았네요. 
당신은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지만, 난 그가 불치병에 걸려 
언젠가는 내가 당신을 위해 뜨개질을 할 기회가생기기를 바랄 뿐이에요. 
당신은 새벽 두 시 지하철에서 내가 만난 가장 온정 넘치는 사람의 하나예요. 
내가 왜 이 도시를 사랑하는지 일깨워준 사람이기도 해요. "
 



어른을 위한 동화를 표방하는 책 답게 읽고 나니 미묘한 설레임과 함께 따뜻함이 느껴졌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만들어지는 많은 이야기와 감정들이 별 것 아닌 단순한 이야기 일지라도 강렬하게 느껴지고 또 과연 그들이 다시 만나게 되었을지 궁금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나 운명적인 상대를 만났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용기내어 말을 걸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대부분 그냥 지나치고 후회하며 괴로워하기에 이처럼 많은 놓친 인연들이 존재하는 것일테니 말이다. 누군가 날 이렇게 애타게 그리워하고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도 참 행복한 경험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로인해 다시 만나게 되어 서로 연결 된다면 그것은 정말 운명일 것이다. 비록 그 순간엔 나중에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진 못하겠지만 그래도 이 세상에 다신 없을 인연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번뜩 스쳐지나 간다면, 그래도 조금만 더 용기를 내어 먼저 말을 걸었다면 거절 당한다 하더라도 분명 후회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물론 나에겐 그런 용기는 없었지만 말이다. 



인생은 한 번뿐이고,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선택을 하고 갈 길을 가는 우리는 

중간에 네 갈래 길이 나오더라도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그런 가운데 처음 보는 사람과 교류하는 순간순간은 

발을 들이지 않았을 길로 살짝 우회하는 것이지만, 

그 순간이야말로 우리가 삶의 활력을, 인간애를 느끼는 때이며, 

우리 자신보다 더 중요한 세계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다. 
흩어진 우릴 하나 되게 하는 그런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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