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바꿀 수 있습니다 - 지금까지 MBC 뉴스 이용마입니다
이용마 지음 / 창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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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평등하지 않다거나 정의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어느정도는 인식하고 있었다. 나는 호화로운 부자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끼니를 거를만큼 가난하지도 않다. 먹고, 자고, 입고 의식주에 큰 불편함 없이 살아가기에 그저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분명 부당한 대우나 막막한 현실에 마주한 적도 있지만 그래도 나름 평탄한 인생을 살았기 때문인지 정치나 사회문제에 큰 관심이 없이 살아왔다. 하지만 세월호나 작년 국정농단과 탄핵사태를 겪으며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본 한국 사회는 말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썩을대로 썩어 부패한 기득권 세력의 이야기는 파도 파도 끝이 없을 정도로 무궁무진 했다. 그런식으로 놀라고 싶진 않았는데 말도 안돼는 사람들에게 나의 권리를 모두 내어준 채 아무것도 몰랐던 나 자신을 후회하는 것조차 너무 늦은 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한해였으니 말이다. 


비록 정권은 교체 되었고 국민들의 지지로 새로운 대통령이 당선되었지만 그간 쌓여 온 불신이 한번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이전 정권의 언론 장악에 대한 이야기들이 폭로의 형태로, 또 영화로 나오며 언론마저 진실을 이야기 하는 곳이 아닌 그저 기득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며 그들의 입장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버린 모습에 실망을 넘어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사실 젊은 세대들이 다양한 경로로 뉴스를 접한다고 하지만 그래도 공영 방송의 뉴스를 가장 신뢰하기 마련이다. 뉴스가 뉴스가 아닌 그저 누군가를 대변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 버렸다면 우린 누구로부터 진실을 들을 수 있는 걸까?



나라를 이끌 때는 누구나 잘살자고 하는 것인 줄 알았는데, 현실은 그게 아니었다. 빈익빈 부익부. 그것도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게다가 가난한 사람들은 천대와 함께 더 심한 압박을 받는 사회, 이 모든 게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대학에 들어가서 보고 배운 한국 사회의 역사는 나를 더욱더 혼란과 분노로 내몰았다. 



지금도 MBC의 파업이 계속 되고 있기에 그전에 이미 노조활동을 하다 해고가 된 이용마기자의 이야기는 좀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보수층과 기득권 세력, 재벌에 좌지우지 되던 언론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생각을 굽히지 않고 소신있는 언론인의 모습을 보여준 그는 안타깝게도 현재 복막암을 진단 받아 시한부의 삶을 살고 있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도 또 미래의 한국을 살아갈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자신이 겪은 일들과 앞으로 이루어져야 할 진정한 언론의 모습에 대해 기록하고 싶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공부 잘하는 학생으로 아무것도 모른채 서울대 정치학과에 입학한 그는 시위와 학생운동을 하며 자신이 미처 알지 못했던 한국 사회의 이면을 마주하게 된다. 조금이라도 정의롭고 뜻깊은 일을 하고자 MBC에 기자로 입사하지만 그가 생각했던 언론과 기자의 일은 괴리감이 컸다. 휘둘리고 종속되며 기득권에 빌붙기 바쁜 기자들과는 반대로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마음의 길대로 일하는 그는 미운털 박힌 눈엣 가시같은 존재로 여겨지며 결국은 해고당하게 된다. 그가 언론인으로서 지켜봐온 진짜 언론의 모습은 우리가 기대하고 신뢰하던 언론의 모습과는 너무나도 달랐다. 



우리 사회는 그야말로 살아남기 위해 상대를 죽일 수밖에 없는 비정한 사회가 되었다. 강자에게 굴복해야 하는 사회, 약자의 처지를 봐주기보다 군림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다. 오로지 살아남는 것만이 목적이 된 사회다. 

비단 언론 뿐만이 아니라 우리가 작년에 겪었듯이 청와대, 검찰, 판사등 권력이 있는 곳엔 비리와 불법이 만연했다. 재벌그룹들의 손아귀에서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 움직이는 언론의 속내를 짐작하지 못한 것은 아니지만 그정도일줄은 몰랐다. 재벌그룹의 부정적인 기사는 걸러내는 것은 물론이며 학연 지연으로 줄서기 바쁘고 국민들을 눈속임하며 우롱하는 행태는 도저히 용서해 줄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래도 일말의 신뢰가 남아있었기에 그것이 처참히 무너지는 순간은 더욱 힘들었다. 좋은게 좋은 것이라는 두루뭉술하고 말도 안돼는 문화는 발전이 아닌 정체와 퇴보를 가져오기 마련이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우리사회에서는 이런 문화가 가장 잘 먹힌다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언론은 그런 문화가 가장 크게 팽배해 있는 집단이었다. 난 도대체 무엇을 보고 또 믿으며 살아왔던 걸까? 회의감이 들었다. 내가 아는 것이 무엇이고 모르는 것이 무엇인지 겁이 나기 시작했다. 


직접 그곳에 몸 담고 경험했던 그의 이야기들은 생생했고 또 익숙했던 인물들이 등장하고 내가 몰랐던 이면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충격적이기도 했다. 사실 현대사는 학교에서도 중점적으로 배우는 부분이 아니고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나에게는 그가 대학때부터 겪은 여러 정권들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어 새롭게 알게 된 부분들이 굉장히 많았다. 나 역시 지지했던 정치인이 대통령이 되도록 투표는 열심히 했었지만 그 이후엔 관심을 끊고 그들이 하는 일에 귀기울이고 알려고 한 적이 없었기에 나의 무관심이 그들이 부패하는 것을 더 부추기는데 한몫 하지 않았나 하는 반성을 해보기도 했다. 



우리 사회 권력기관의 공통점은 구성원들이 최고 권력자의 인사권에 좌우된다는 점이다. 성공과 출세를 하려면 조직내에서 절대 반발해서는 안 된다. 또한 인사권자의 의중에서 벗어난 행위를 해서도 안 된다. 출세에 눈이 멀어 스스로 권력의 하수인이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또 직접 격으면서 권력을 손에 쥔 사람들은 그 권력을 놓치 않기 위해 비리와 불법을 저지르는 것도 불사하며 안간힘을 쓴다는 것을 느꼈다. 권력을 가진 기득권들은 분명 사회적 다수인 우리 국민들을 위해 일해야 하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 국민들을 배척해왔다. 재벌과 정부가 이끄는대로 따라가야 하는 존재로밖에 인식되지 않기에 우리의 권리나 힘은 철저히 무시되어 온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까지 그들이 해온 방식을 버릴 생각이 없다. 그들이 쥔 권력이라는 칼자루를 절대 놓을 생각이 없는 것이다. 편협한 조직 논리에 갖혀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것이 절대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우리의 삶을 맡겨도 좋을까? 절대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더 관심을 가지고 알아야 한다는 것이고 그들을 견제할 수 있는 국민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시한부의 삶을 살며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이야기나 미래는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주고 싶은 것과 다르지 않다. 그가 바라는 사회와 내가 바라는 사회 또한 다르지 않다. 우리 아이들에겐 좀더 좋은 환경과 사회를 만들어 주고 싶기에 비록 내가 큰 힘을 가진 것은 아니지만 항상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견제하고 또 나의 권리를 잃지 않도록 올바른 신념을 가지고 정직하게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 이것이 분명 언젠가는 통하는 그런 사회가 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독립운동가 자손은 삼대를 빌어먹고, 친일파 자손은 삼대를 떵떵거리고 산다는 말이 현실이라는 것이 너무 참담했다. 어떻게 이럴 수 있는지... 2000년이 넘게 흘렀는데, 왜 인간 사회는 변하지 않았을까? 왜 인간 사회는 좀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나는 이런 고민이 더 이상 필요 없는 사회,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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