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우울
쉬사사 지음, 박미진 옮김 / SISO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우울증까진 아니더라도 계절이 바뀌어 찬 바람이 불면 마음 역시 쌀쌀해지며 울적해지곤 한다. 하지만 정신 없는 하루 일과에 밀려 우울함마저 느낄 여유가 없어지면 또 자연스럽게 사라지곤 하는 마음이지만, 누군가에겐 그런 마음이 1년 365일 내내 이어진다면 얼마나 고통스러운 일일까.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으로 인해 힘든 현재의 우리지만 자신의 마음 상태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힘들고 지친 마음을 함께 공감하고 나누는 것 만으로도 큰 힘이 될테지만 먼저 손을 내밀지 못한채 혼자 모든걸 감내하며 지내는 우울한 사람들에게, 먼저 손 내밀며 따뜻하게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운이 아닐까. 


대학원생인 중시시는 원인 모를 몸의 통증과 무기력함과 함께 우울한 기분을 떨쳐 낼 수가 없다. 연인 샤오싱과 처음 키스하던 날 원인 모를 한기를 느꼈던 그 순간 생긴 통증은 그 어떤 방법으로도 없어지질 않았고 몸도 마음도 점점 지쳐가는 그녀에게 샤오싱은 우울증이라는 진단을 내린다. 그런 두사람에게 행복한 일들이 일어날리는 없다. 서로의 마음을 모른채 쌓여가는 오해와 끝없이 계속되는 싸움. 끝이 보이지 않는 두사람의 관계와 도무지 원인을 찾을 수 없는 중시시의 병은 어떻게 해야 고쳐질 수 있는 걸까. 



그들은 겉보기엔 지극히 정상적이다. 
매일 황량한 벌판 위를 고되게 헤매고 있지만, 
아무도 이를 보지 못하기에 아무도 그 병을 믿지 않는다. 
사실 그들은 이미 더 이상 버텨낼 수가 없는데도 말이다. 



사실 읽으면서 참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중시시는 자신의 원인모를 통증과 그로 인한 우울증이 모두 샤오싱으로 인해 시작되었다는 생각을 가지며 그에게 책임을 묻고 함께 병을 고쳐줘야 한다고 주장한다.중시시 자신도 무엇으로 인해 비롯된 것인지 알지 못한채 그저 샤오싱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서 심각한 사춘기를 앓는 어린 학생이 떠오르곤 했다. 사춘기엔 그저 예민하고 자신도 자신의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하기에 부모님이나 어른들에게 모든 것을 떠밀곤 하니 말이다. 특히 중시시는 엄마와 일찍 헤어지며 큰 아픔을 겪었고 학창시절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끝없이 자신을 쥐어짜며 보냈기에 이제와 큰 사춘기를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누구나 상대방이 내 마음과 같기를 바라지만 어떻게 모든 사람들이 나를 이해해 주고 공감해 줄 수 있겠는가. 힘든일 슬픈일 누군가에게 말하다 보면 어느정도 풀릴지도 모르지만 상대방이 그 마음을 100% 이해해 줄 수도 없을 뿐더러 나의 마음을 100% 그 사람에게 전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렇기에 누군가 내 마음을 대신 얘기해 주고 공감해 준다면 그것은 그 무엇보다 큰 위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마 지금 우울증이나 큰 우울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라면 주인공 중시시의 마음과 행동에 큰 공감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왜 이러는지 본인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던 부분의 실마리가 되어줄 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것을 극복해 내고 이겨내는 것은 각자의 몫이다. 하지만 길을 찾아 헤매고 있던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 상태를 체크해 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며, 그것이 우울증라는 명쾌한 답을 발견한 순간 갈피를 잡지 못하던 마음의 파도가 어느정도는 잠잠해 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어떤 일은 스스로 감당해야만 한다. 

내가 고통스러운 이유는 다른 사람이 정의롭고 자애로우며 나를 백 퍼센트 이해해주기를 요구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인간은 모두 똑같기에 남들이 할 수 없는 일은 나 역시 할 수 없다는 것을 내가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은 작가의 경험담으로 쓰여진 소설이고 작가가 실업자가 되고 힘든일을 겪으며 찾아온 우울한 시기를 바탕으로 쓰여졌다니 그것이 소설 속 중시시에게 그대로 투영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겪어 본 사람의 경험이 오롯이 담겨 있기에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 누구에게도 이해 받지 못하고 공감하지 못하고 있어 괴로운 모든 사람들에게 큰 위로가 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나역시 가끔 울적한 기분이 들곤 하는데 그럴땐 모든 것에 예민해 지고 콕 집어 원인을 찾아낼 수 없기에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럴때 누군가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지고 이야기 해준다면 어느정도는 답답한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이 들며 우울한 마음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계기가 되곤 하니 말이다. 비록 나는 중시시의 모든 마음이 100% 공감 가거나 이해가 되진 않는다. 스스로 인정하지 못하고 자꾸만 누군가에게 기대고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에서 답답함마저 들었지만, 서서히 인정하고 비우며 스스로 그 답을 찾아가는 모습에서 어떤 병이든 병의 원인이나 병명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병을 대하는 자신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중시시 역시 그렇게 해답을 찾아가고 조금씩 우울증을 떨쳐 낼 수 있을 것이다. 이 세상에 혼자인 것 같지만 분명 주변엔 묵묵히 자신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는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기에 그 사람들의 진심을 왜곡하지 않고 받아들인다면 혼자일 때보다 훨씬 더 이겨낼 수 있는 큰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기에 가족이나 연인들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또 주변에 공감해 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딱딱한 의학서적보단 안녕,우울같은 경험담이 담긴 소설을 읽는 것도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네가 잘 지내는 게 중요한 거야. 

내가 내려놓으라고 한 건 전부 잊어버리라는 게 아니야. 

어차피 잊으려고 해도 잊을 수 없는 거잖아, 그치? 

좋았던 추억은 잘 기억하고 아픈 기억은 조금 담담하게 마음 깊숙한 곳에 넣어두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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