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에서 팔자가 활짝 피셨습니다 - 농부 김 씨 부부의 산골 슬로라이프
김윤아.김병철 지음 / 나는북 / 2017년 9월
평점 :
품절


 

우리 남편은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를 참 좋아한다. 자신도 언젠가 산골에 직접 집 짓고 자연으로 돌아가 사는 삶을 꿈꾸고 있는데 나는 딱히 와 닿지 않는 삶이다. 나도 너무 번잡한 서울이나 도심지는 싫다. 그래서 지금 사는 곳도 번잡한 도심이 아닌 한적한 외곽 동네에 살고 있고 비록 아파트지만 그래도 일반 도심지와는 다른 좋은 공기와 한적한 느낌이 드는 곳이라 나름 만족하며 살고 있기 때문이다. 번잡한 곳은 싫지만 그렇다고 불편한 곳은 더 싫기 때문에 아파트를 고집하고 있긴 하지만..요즘은 대안으로 타운 하우스나 테라스 하우스처럼 직접 정원을 가꾸며 살 수 있는 아파트의 형태가 많이 공급되는 걸 보면, 그래도 조금이라도 자연을 느끼며 살고자 하는 사람들의 희망사항을 반영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수도, 가스도 없는 외딴 산골짜기에 새로운 터를 잡는다는 것은 아무나 결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시에서 누리던 그 많은 것들을 뒤로하고 훌훌 떠나버릴 수 있는 용기, 저자의 그 용기에 우선 박수를 보낸다. 승승장구하던 도시에서의 생활이지만 그들은 강원도 깊은 산골 노루모기에 자리 잡아 농사 짓고 집 짓고 자급자족하며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을 택한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자연이 주는 것에 만족하고 욕심 내지 않으며 그것에 순응해 살아가는 삶이 주는 풍요로움과 안락함을 느끼며 한없이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부부의 이야기는, 힘든 도시 생활에 지친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는 슬로 라이프 그 자체다. 계절별로 느낄 수 있는 자연의 풍경이 오롯이 담긴 사진들과 덤덤하지만 다채로운 일상이 아기자기 듬뿍 담겨 있는 글에서 그들이 마주하고 있는 산골 생활의 행복함이 절로 느껴진다. 



바쁘게 흘러가는 시간에 몸을 맡길 때에는
새소리마저 귀가 닫혀 들을 수 없더니
마음이 한가해진 날에는 하루 종일 새소리가 귓가에 맴돈다. 
햇살마저 평온하여서 그간 손에 잡히지 않던 집안일도  말끔히 해치워 놓고,
머리를 어지럽히던 복잡한 생각도 바람에 훌훌 털고 나니
마음은 더없이 고요하여라. 

 

 

 

 

 

도시에선 먹거리가 넘쳐난다. 이젠 요리를 해먹는 사람들도 적기에 반제품, 완제품으로 뚝딱 해 먹을 수 있는 간편한 음식들과 늦은 시간에도 전화 한통이면 금방 만든 따뜻한 음식이 배달 되니 이렇게 편리할 수가 없다. 시장에서 재료를 사 하나하나 다듬고 일일이 요리하던 모습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아무래도 가족을 구성하는 형태가 바뀌니 우리의 식탁 문화도 많이 바뀔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특히 우리 아이들은 만들어진 음식만을 볼 뿐,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우리 식탁에 오게 되는지에 대한 생각이나 그것을 우리 식탁에 놓기까지 많은 사람들의 수고를 떠올리는 일은 거의 없다시피 하다. 편리한 삶을 살고 있는 우리지만 재료 하나 음식 하나에도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도시에서의 생활을 살며 저자의 글을 읽노라면 사소한 봄나물 한 포기나 나무에 달린 자그마한 열매 하나에도 수고로움이 더해지고 감사함을 가지는 그 마음을 잊고 사는 삶이 너무 삭막하기만 하다는 느낌이 든다. 겨우내 먹기 위해 부지런히 준비하는 장아찌나 저장 식품을 만드는 것이 우리에겐 마트에 가면 금방 살 수 있는 별거 아닌 음식일지라도 그들에겐 한 계절을 버티게 해주는 소중한 것이기에 묵묵히 그 수고로움을 견디고 반복하는 모습이 미련해 보이기 보다 그 옛날 우리 할머니, 엄마의 모습이 생각나며 가슴이 따뜻해 지기도 했다. 



통통이 살 오른 산나물 정성 들여 다듬어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슬쩍 데쳐서 선들선들 봄바람에 널어놓은 뒤
간장물 달여 장아찌 담그고 나니,
어느덧 해는 뉘엿뉘엿
살림 밑천 장만했지만 자랑할 이 없으니
혼자라도 배불리 먹고 볼 일


 

 

하지만 분명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이 쉬운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일하지 않으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으며, 노력과는 별개로 농사를 망친다거나 들쭉날쭉한 날씨는 추운 겨울과 더운 여름을 더욱 힘들게 하기 마련이다. 떨어져 있는 가족, 친구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때도 있는 법이고 그런 고요함이 스스로를 너무나 무섭게 덥쳐 올 때도 있기에 쉽사리 꿈꿀 수 없는 삶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받아들이고 순응하며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모습이 우리가 비록 잊고 지내고 있지만 원래 우리 사람이 살아가야 하는 진짜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모든 것을 뒤로 하고 떠날 용기는 아직 없다. 하지만 가끔 팍팍하고 힘든 지금의 생활에 염증이 생기기도 한다. 그럴땐 고립된 산 속에서 한달정도 조용히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은 해보지만 평생을 살라면 글쎄, 난 견딜 수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 동경은 하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그런 삶을 선택하고 살 수 있는 것은 아니기에 지금 내 생활의 모습과 비교하며 자괴감을 느끼거나 후회를 하고 싶진 않다. 저자가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 들이고 삶에 만족하며 행복함을 느끼는 그 마음가짐만을 새기며 나 역시 있는 그대로의 내 삶을 좀 더 잘 가꾸고 살아가야 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타인의 삶과 비교하지 않는 순간
누구에게 강요받지 않는 순간
잣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순간
그 모든 것에서 벗어난 순간
나는 자유로웠다고
그래서 살아가는 것이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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