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키만소리 지음 / 첫눈 / 2017년 10월
평점 :
절판




여행은 어디를 가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누구와 함께 가느냐는 것이 아닐까.  긴 여행을 함께 하다보면 아무리 평상시 좋은 사이였더라도 한번쯤은 부딪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엄마와 딸의 여행이라면, 대부분의 딸들은 생각할 것이다. 진짜 징그럽게 싸울거라고.. 하지만 딸들은 엄마에 대한 애틋함이 있기에 싸울것을 알지만 엄마와 꼭 한번은 여행을 가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도 하다. 나역시 살가운 딸은 아니기에 엄마와 단둘이 여행을 가본적은 없으나 기회가 된다면 한번쯤은 가보고 싶은 로망이 있다. 하지만 결혼을 하면서 그 기회는 점점더 멀어져만 가는 기분이다. 
 

엄마와 단둘이 가본적은 없지만 아빠의 환갑때 친정식구들끼리 여행을 가본적은 있다. 그전에도 많이 느낀바지만 엄마와 나는 그닥 성격이 잘 맞는 편은 아니다. 음식이나 잠자리등에 무척 예민한 엄마와 여행가면 꼭 로컬음식 위주로 잠자리도 무던한 나와는 부딪히는 일이 많았다. 다같이 간 여행인지라 모두의 기호를 최대한 맞추려 노력하는것, 특히 엄마에게 맞추는 것이 꽤나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부터 엄마의 말엔 내가 담겨 있었다. 평생을 엄마 그늘 아래 살면서 엄마는 내가 제일 잘 안다고 자부했지만 엄마이 대해서 모르는 것이 참 많았다. 여행이 끝날 즘엔 엄마에게 더 다가섰을까. 이 여행이 왠지 우리 관계를 변하게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편안한 휴양 여행이 아닌 한달간의 배낭여행을 떠난 모녀의 여행은 듣기만 해도 험난한 여정이 떠오른다. 무엇보다 딸의 배낭여행에 따라 나설 결심을 한 엄마의 결정이 대단하다. 젊은 사람들도 힘들 배낭여행을 나이 있으신 엄마가 견딜 수 있을지 우선 걱정이 되었다. 아무래도 힘든 상황에선 더더욱 부딪힐 일이 많은 법이니까. 동남아시아를 한달간 여행하며 엄마는 처음 스킨스쿠버에 도전하기도 하고 게스트하우스라는 새로운 숙소에 처음 묵어보며 신선한 충격을 받기도 한다. 24시간 국경을 넘는 횡단 기차를 타기도 하고 손짓 발짓으로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사실 이 모든 일들이 젊은 우리에게도 감당하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 모든것을 해내고 경험하는 엄마의 대단함과 티격태격 싸우지만 그래도 가이드 역할을 톡톡히 해내는 철부지 없어 보이던 딸의 새로운 면을 접하며 서로에 대해 더 많은 것을 알아가고 느끼는 시간이 된다. 



그 순간은 정말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어엿한 여행자로 보였다. 만약 내가 엄마였다면 그 순간을 즐길 수 있었을까. 우리 엄마는, 아니 현자씨는 너무나 멋진 시간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의 설레임부터 여행지에서의 산전수전 고생, 여행을 다녀온 뒤의 이야기까지 모녀의 여행이 고스란히 담긴 책은 공감 100% 웃기도 하고 또  가슴아픈 이야기에 우리 엄마 생각이 겹쳐지며 눈물 한방울이 주륵 흐르기도 했다. 저자의 아기자기 귀엽고 웃음 가득한 만화와 구구절절 마음에 와닿는 글들로 분명 고생스럽고 힘들것이라는 것을 느끼지만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수 밖에 없었다. 대부분의 딸들이라면 엄마와의 여행을 상상해 보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엄마도 저렇게 좋아하실까? 우리 엄마는 현지음식 싫어해서 배낭여행은 안돼겠지? 자꾸만 엄마가 생각나고 엄마와의 여행을 상상하게 만들어서 책을 다 읽고 난 후엔 괜스레 엄마가 보고 싶어져서 엄마한테 전화를 하게 되기도 했다. 배낭여행을 떠나기로 결심한 모녀의 용기가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한, 시간이 없다는 막연한 핑계를 대기 바쁜 나 자신과 엄마에 대한 알 수 없는 미안함과 애틋함이 물밀듯이 밀려오기도 했다. 



자식 키우는 일이 엄마 행복의 전부는 아니었겠지. 엄마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행복해하는 평범한 사람인 걸 새삼 느꼈다. 엄마로 사느라 외면했던 꿈들이 얼마나 많았을까. 


 


하지만 여행 후 모녀의 사이가 드라마틱하게 좋아지거나 변한것은 없다. 그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그전과 다름없는 시간을 보내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건 엄마에게도 자신만을 위한 목표와 꿈이 생겼다는 것이 아닐까. 평생 자식을 위해 희생하며 자신의 삶은 포기해 온 엄마에게 자신감과 넓은 세계를 보여준 것이다. 아마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평생 모를지도 몰랐던 서로의 새로운 모습과 다른점을 알고 인정하게 되는것 또한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사실 나는 부모님과의 여행은 이것저것 챙기고 신경써야 할것도 많고 그 무엇보다 음식이나 장소선정등에 실패했을때 부모님의 실망감을 경험하고 싶지 않기에 모든 일정을 다 성공하고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 힘들어 자꾸만 미루게 되버리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여행이 모두다 성공할수는 없으며 그것 또한 여행의 일부라는 엄마의 말이 가장 큰 울림이 되어 비록 엄마와 둘만의 여행은 아무래도 시간이 좀더 걸릴지 몰라도 가족끼리의 여행은 꼭 다시 한번 계획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만 기대치를 낮추고 부담감을 내려 놓는다면 분명 모두에게 즐거운 여행 계획을 세우고 떠나는 용기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실패해도 그것 역시 여행이라는 엄마의 말은,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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