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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공부습관을 키워주는 정리의 힘
윤선현 지음 / 예담Friend / 2017년 9월
평점 :
공부를 하려고 책상에 앉았을 때, 평소엔 신경도 쓰지 않던 널부러진 책상 위를 깨끗하게 치우고픈 욕구가 스멀스멀 일어나 책상에서 시작해 온 방을 대청소 하느라 결국 공부는 하나도 하지 못했던 경험, 대부분 있지 않은가? 어째서 책상위의 카오스를 평상시엔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면서도 공부만 하려 하면 그렇게 눈에 거슬리는지.. 그래서 내가 공부를 못했나 보다.
단순히 내가 정리와는 담을 쌓은 게으른 본성을 가지고 태어나 그런건 줄 알았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우리집은 언제나 잘 정리되어 있고 바닥엔 머리카락 한올도 없는(심지어 여자만 4명) 항상 청결한 상태였다. 부모님, 특히 아빠는 결벽증까진 아니어도 청소와 정리를 정말 잘하셨다. 그런데 우리 3명의 자매중엔 그 누구도 아빠를 닮은 사람이 없었다. 다들 정리도 못하고 청소는 더더욱 싫어하는.. 그렇다면 정리는 타고난 성격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할만 하다. 설마 자식 3명이 다 정리에 젬병이란건 아무래도 아닌 것 같기에..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자매들이 왜 정리와 청소를 못하고 또 안하게 되었는지 그 해답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공부를 하기 전에 정리를 하고 싶은 이유는, 좋은 기분이여야 학습과 같은 고차원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우리 뇌의 무의식적인 명령이 아닐까?





정리 컨설턴트라는 직업의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의 집을 정리해주며 그들의 변화된 삶을 몸소 체험한 산 증인이다. 또한 카페를 운영하며 프로젝트를 통해 많은 부모들이 정리로 인해 변화된 아이들의 사례를 다수 접하며 정리와 아이들의 학습에 대한 상관관계를 깨닫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 그간 정리 컨설턴트로 일하며 접한 사례와 아이들 방을 정리하는 세세한 방법이 사진과 함께 나와 있고 단지 집이나 방을 정리하는 것 뿐만이 아닌 아이들의 관점에서 친구들이나 가족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거나 시간을 효율적으로 정리하고 관리하는 방법까지 아이들의 공부와 학습을 넘어 생활 전반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어 있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리의 중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아이가 어지러 놓은 것을 치우다 보면 엄마는 끝없이 치워야 하고 또 본인이 직접 치운 것이 아니니 계속 찾아달라 어디있냐 요구사항이 많아지니 나역시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또 직접 시키자니 성에 안차는게 사실이다. 그걸 어느정도 참고 넘겨야 하지만 성격 급한 엄마인 나는 참지 못하고 또 그냥 내가 치우게 되는,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책에서의 사례들도 대부분 아이들이 치울 기회조차 주지 않고 정리하는 법을 가르쳐 준적이 없기에 또 아이들에게 너무 완벽한 정리를 요구하기에 정리법이 오래 지속되지 못하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공감이 되었던 것은 아이들이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라는 것이었다. 아이의 눈높이에서 정리하고 또 꺼낼 수 있으며 그 물건의 정확한 제자리를 마련해 주는 것이 아이가 스스로 정리하고 또 습관처럼 몸에 베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나도 나의 관점에서 내가 편한 방법을 아이에게 고수했고 또 일관적이지 않게 행동했던 것이 아이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아이들은 아직 어려서 학습을 논할 시기는 아니지만 비단 학습때문이 아니라 어려서부터 올바른 습관을 지니고 작은 것에서부터 조금씩 스스로 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 아이의 자립심을 키워주는 첫 걸음이 될것이기에 이때까지 나의 잘못된 방식들이 충분히 스스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아이의 능력을 펼치지 못하게 막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우리 부모님 역시 우리가 스스로 정리하는 것을 어릴때부터 시키지 않으셨던 것 같다. 당연히 정리하라며 이야기는 하셨지만 우리가 듣는둥 마는둥하면 그냥 부모님이 다 치우셨으니까.. 나역시 내가 치우지 않아도 부모님이 정리를 해주시는걸 당연시 여겼던 것 같다. 그렇다면 아마 지금 우리 아이들도 어릴적의 나와 같은 마음일 것이다. 아이한테 치우라고 버럭 화를 내기도 하던 내 모습이 점점 부끄러워진다. 하지만 언제나 깨끗했던 우리집에서 보낸 유년기는 비록 집은 크지 않고 낡았더라도 항상 좋은 기억과 추억으로 남아있는것을 보면 어지럽고 더러운 집에서 보내는 유년기는 정리되지 않은 집처럼 복잡하고 어두운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아이가 있어서, 시간이 없어서, 이런 변명과 핑계로 난장판인 집을 합리화 시킬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정리의 기술이기에 아무것도 아닌것처럼 느껴지는 사소한 정리나 청소라도 이제 아이가 혼자 해낼 수 있도록 차근차근 연습시켜야 겠다는 깊은 다짐을 해본다.
깨끗한 집에서 아이의 세계를 존중해준 것. 이것이 바로 비법이라면 비법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