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침의 순간 - 영원한 찰나, 75분의 1초
박영규 지음 / 열림원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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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불교 신자이지만 그렇다고 절실하게 믿는 것도, 절을 꾸준히 다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힘들거나 지쳤을때 무거운 마음을 어딘가에 기대고 싶을때 그래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곳이 절이긴 하다. 절이란 곳은 참 신비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자연과 조화된 고즈넉한 사찰에 들어서면 일단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며 마음속의 응어리들이 사라지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다른 지방으로 여행을 가면 꼭 그 지방의 유명한 절에는 들리게 되는것 같다. 하지만 단지 집안 대대로 불교를믿어 왔기에 불교 신자가 된 것은 아니다. 여러 종교가 있지만 어쨋든 불교의 가르침이 좋았기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지 않았나 싶다. 


세상엔 많은 종교들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불교의 영향을 많이 받았기에 불교는 가장 친숙한 종교중의 하나다. 깊은 신앙심이 있는 신자들이야 스스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를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나처럼 얕은 신앙심의 신자로서는 그 옛날 대단한 승려들의 깨달음의 경지라는게 무엇인지 감조차 오지 않는다. 물론 오랜 시간 수행을 하며 쌓아온 그분들의 노력의 반의반도 하지 않은채 요행을 바라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지만.. 어쨋든 그 깨달음이란 무엇인지 조금이라도 느껴보고 싶었기에, 그 깨침의 순간을 나도 느껴보고 싶었기에 이 책을 읽게 되었는지 모른다. 



깨침의 방법은 다양하다. 하지만 그 길의 끝은 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 
 



깨달음의 순간은 어떻게 해야 맞이할 수 있는걸까? 부처님께 얼마나 많은 기도와 오랜 수련을 해야 해탈의 경지에 이를 수 있는걸까? 그렇다면 결국 깨달음이라는 것은 나같은 중생에겐 오지 않는 것일까? 수많은 물음을 가졌던 나지만 이 책을 읽고 난 뒤엔 약간의 허무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뭔가 대단한 깨침과 번개가 번쩍 하는 듯한 극적인 무언가를 원했던 걸까, 모두의 존경을 받고 불교 역사에 큰 획을 그은 승려들의 깨달음은 너무나 단순했다. 깨달음은 나 자신에게 있는 것이며 그 누구의 가르침보다 스스로 깨닫는 깨달음이 가장 크고 중요하다는 것, 책에 소개된 많은 승려들이 한결같이 말하는 깨달음이다. 


책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던 승려들의 깨달음에 대한 일화들이 소개되어 있다. 사실 일화들만 읽어 보면 도무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직접적인 표현이 아니라 간접적이고 비유적으로 둘러 얘기하기에 부족한 나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일화와 더불어 저자의 해석이 함께 첨부되어 있기에 다행히도 이해되지 않는 부분들이 쉽게 이해되고 승려들의 일대기 또한 세세하게 나와 있어 그들의 일화를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이 되었다. 



깨달음은 말이 아니요, 다른 이의 깨달음을 말로 반복하는 것 역시 깨달음이 아니다. 진정한 깨달음은 자기 속에 내재되어 있어야 한다. 그것은 또한 자신만의 표현과 행동으로 승화될 때 자기 것이 된다. 자신으로 육화된 깨달음, 그것만이 진정한 깨달음이다. 

 


사실 너무나 단순한 그들의 가르침에서 그동안 우리가 너무 복잡하고 어렵게만 생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깨우침을 바라는 많은 사람들이 오랜 수행과 힘든 고행을 버티지만 그들이 진정 원하는 깨달음을 얻지 못하다가도, 고승의 단순한 한마디에 깨침의 순간을 맞이하는 것을 보며 남으로부터 깨달음을 얻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의 충실히 다지고 정진한다면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단순하지만 명쾌한 진리를 많은 일화를 통해 느낄 수 있었다. 비록 나는 머릿속이 번쩍 할 정도의 깨달음을 얻기엔 아직 너무나 부족한 중생이기에, 고승들이 남겨둔 지혜를 살짝 맛본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자신의 마음이라는 건, 비단 종교로서의 깨달음을 위한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평생 자신은 돌아보지 않은채 남을 따라하거나 누군가의 인생을 흉내내며 살아간다는건 진정한 자신만의 삶이라고 말할 수 없는 것이기에 단지 높은 경지에 이르기 위한 깨달음이라기 보다는 좀더 진실된 삶을 위해 나 자신의 진짜 마음을 깨닫는 것이 우리가 느끼고 실천해 볼 수 있는 깨침의 순간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힘든 일이나 고민이 있을때 대부분 주변 사람들에게 조언을 받고자 하지만 사실 그에 대한 해답은 본인에게 있으며 결정 또한 본인밖에 할 수 없다는 것을 애써 묻어둔채, 스스로의 결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자 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따른 실패나 좌절을 남탓으로 돌리는 것이 가장 마음 편하고 쉬운 해결방법이니 말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나 자신만큼 나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 그렇기에 인생의 수많은 고비와 선택의 순간도 자기 자신의 마음을 따라간다면 후회도 미련도 없이 홀가분하지 않을까. 물론 그것이 힘든 일이란 것을 알고 있지만, 열반과 해탈의 경지까진 가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나 자신의 진짜 마음을 깨닫고 인생을 좀더 진실되게 살아야 겠다는 목표를 잊어버리진 말아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마음이다. 석가의 깨달음은 석가의 것이고 당신의 깨달음은 당신의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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