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큼 가까운 프랑스 이만큼 가까운 시리즈
박단 지음 / 창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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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나역시 파리에 대한 환상이나 로망이 있다. 화려한 도시의 모습과 맛있는 음식, 파리지앵들의 시크하고 도도한 매력.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지지 못하는 정서를 가진 도시이고 나라이기에 항상 관심이 가고 동경 어린 시선으로 보게 되는 것이 아닐까. 


하지만 단편적인 모습에만 현혹 되었기 때문일까, 파리를 여행한 후기나 여행서라던가 단지 파리라는 도시에 대한 이야기만을 많이 접했을 뿐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지식은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할 정도로 모르는 것이 많았다. 나폴레옹, 프랑스혁명, 마리앙투아네트나 최근 당선된 마크롱, 그리고 프랑스 사람들이 시위나 파업을 밥 먹듯이 한다는 것 정도. 자세한 이야기나 전체적인 히스토리에 대한 것은 관심도 이해도 하고자 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프랑스란 도대체 어떤 나라인지 좀더 알고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해준, 무엇보다 절대 지루하거나 어렵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충족해줄 만한 책이란 기대를 가지며 프랑스라는 나라와 좀더 가까워 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누군가는 굳이 왜 남의 나라에 대해 알아야 하나, 난 그 나라에 갈 계획도 없는데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어쨋든 이젠 세계화 시대에 맞춰 우리가 해외에 나갈 일도 많을 것이며 외국인들도 우리 나라를 많이 찾기에 서로가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나라와 문화에 대해 어느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넓고 얕은 지식이더라도 말이다. 하나하나 모든 나라들에 대해 깊이 공부할 순 없더라도 내가 가졌던 편견이나 잘못된 인식을 바로 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수확이 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우리는 한국인이자 세계인이라는 다층의 정체성을 갖고서, 내 나라만이 아니라 이 지구을 더 평화롭고 자유롭고 정의로운 곳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인종과 종교, 역사와 체제가 다르더라도 서로 존중하면서, 차별하거나 억압하지 않는 아름다운 곳으로 만들어 가야 합니다. 



책에는 프랑스의 역사, 지리, 정치, 경제, 문화등 전반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으며 과거의 시점 뿐만이 아니라 지금 가장 최신의 이야기까지 담겨 있어서 훨씬 더 이해하기 쉬웠던 것 같다. 사실 그 옛날 일어났던 일들보다 지금 현재의 모습이 더 궁금한건 사실이니까.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잘못된 사실들을 단지 나의 인식이나 생각만으로 규정하며 이미지를 그려왔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프랑스와 실제 프랑스와의 큰 간극을 느끼며 아마 나는 단지 화려해 보이고 낭만적으로 느껴지는 파리의 단편적인 이미지를 프랑스라는 큰 전체의 이미지로 착각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랑스는 유럽에서 가장 큰 나라이고 유럽의 중심이라면 독일과 프랑스를 대부분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사실 회사원 시절엔 항상 프랑스 사람들이 긴 바캉스를 떠나는 것이 부러웠고 부모가 되고 나서는 프랑스 부모들의 육아법이 부러웠다. 멋지고 으리으리한 루브르 박물관이나 궁전이 있는 예술의 도시라는 것도 좋았다. 또한 노동자들이 자신들의 권리를 위해 파업을 하고 시위를하며 쟁취하는 모습이 우리는 할 수 없고 가질 수 없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마냥 부럽기만 했다. 하지만 그런 프랑스의 이면에 있는 어두운 그림자들은 나의 생각을 멈칫하게 만들었다. 유럽에서도 여성의 참정권이 가장 늦게 받아 들여진 나라로 여성의 인권침해가 가장 심했던 나라이기도 하며, 프랑스인 모두가 긴 바캉스를 누릴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또한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수많은 훔친 유적들을 훔친곳에 다시 돌려주고 있지 않으며 잦은 테러로 인한 반이슬람주의 확산으로 인해 차별당하는 많은 무슬림 및 이민자들의 고통이 있다는 것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다. 분명 많은 문제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 당연한 일일진데 나는 너무 좋은 것들에만 귀기울였었나 보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자세히 들여다 본 프랑스 역시 이때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것과는 다른 부분이 너무나 많아 뭔가 더 새롭게 느껴지기도 했다. 대단하다고 느끼기도 하고 적지 않게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지만 어쨋든 결과적으로 단지 내가 만든 이미지로만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가진 실체를 마주할 수 있었기에 유익한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어려운 용어가 넘쳐나는 지루한 역사적 사실을 복잡하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닌 지금 그곳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함께 담겨 있어서 더 좋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모든 나라의 문화에는 그 나름의 특수성이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기본적 예의라는 보편성도 존재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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