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페미니즘 - 인간의 조화로운 새 지평을 위해
이충현 지음 / 물병자리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학창시절 사회 시간에 가부장제에 대해 배우며 속에서 끓어 오르던 분노를 느꼈던 기억이 난다. 여자는 나약하고 배우지 못했기에 남자의 소유이며 보호 속에 지내야 한다는 것이 현재를 살아가는 여자인 나에겐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인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많은 페미니스트들이 고대부터 시작된 가부장제로 인해 여성들이 억압 받고 차별 받아왔다고 주장하기에 가부장제는 분명히 없어져야 하며 절대 수용될 수 없는 논리라 주장한다. 비단 페미니스트가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많은 사람들의 상식에도 이제 여성과 남성은 평등한 존재라는 인식이 대부분 자리 잡은 사회지만 아직도 가부장제의 악습이 생활 곳곳에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곤 한다. 나역시 사회생활을 하며 느끼고 또 경험했던 은근한 성차별과 남성우월주의 사상이 뼛속까지 있는 소위 꼰대라 지칭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봤기 때문이다. 


페미니즘에 대해 전면으로 내세운 책에서, 페미니즘의 사상에 가장 위배되는 가부장제에 대한 고대 철학가들의 해석 방식을 수용하고 또 재해석 한다는 건 어쩌면 페미니스트들에게 공분을 사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이라 하지 않았던가. 그로 인해 그들이 가진 문제점과 한계를 충분히 파악하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해석을 하는 것이 저자의 목표이다. 그들이 주장하던 남성의 우월감과 그들이 옳다고 내세웠던 상징들을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분석하여 잘못된 부분들을 찾아내고 또 그런 과정에서 성숙한 비판과 재해석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또 다른 페미니즘의 한 단면으로 이루어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 그 자체, 신의 창조 그 자체가 여성을 불완전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자연을 그런 식으로 바라 본 고대인의 잘못된 해석이 여성을 불완전한 존재로 만듭니다. 



나는 열렬한 페미니스트까진 아니더라도, 어쨋든 여성으로서 이때까지 수많은 여성들이 받아 왔을 억압에 대해 당연히 반대하는 바이며 앞으로도 성의 차별 없이 평등한 세상에서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길 바란다. 하지만 그런 생각 이면에 나에겐 어린시절부터 자연스럽게 고착된 가부장적인 생각들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이 책을 읽으며 순간 순간 느끼게 되었다. 머나먼 고대 시절부터 철저히 답습된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와 그로 인한 대립구도만 생각해 봐도 나역시 그런 구도에 대해 아무런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 기원과 생각이 진화 된 과정이나 그것을 확장시킨 역사나 신화에 대한 이야기는 미처 깨닫지 못하거나 인식하지 못하고 있던 현대에 남아있는 가부장제의 잔재를 떠올리게 해주며 무엇이 잘못되고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주었다. 



진정한 페미니즘은 남녀 대립의 문제를 넘어 명확하게 두 주체를 나누고 한쪽이 다른 쪽을 지배하고 억압하는 이분법적인 가부장제의 한계를 문제 삼습니다. 

 

하지만 과거 남성들이 여성을 억압하였다해서 현대의 페미니스트들이 과거의 남성들과 같이 과격하고 무조건적인 남성 혐오 사상을 드러낸다는 것은 잘못된 페미니즘의 단면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이야기 하는 페미니즘 역시 절대 여성만을 위한 사상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분법적인 자세로 남성과 여성을 나눠 구분하며 전적으로 어느 한쪽이 우월하고 어느 한쪽이 열등하다는 것이 아닌, 모두가 평등하고 조화롭게 살아 가기 위한 둘이 아닌 하나가 되자는 것이 진정한 페미니즘 사상이라 이야기 한다. 남성과 여성이 본질적으로 같을 순 없기에 그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하고 보듬어 주는 관계. 그것이 가장 이상적인 우리 사회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나역시 여성이지만 여성의 나약함을 내세우거나 겉으로 보여지는 여성의 신체나 외모를 가장 큰 경쟁력으로 여기며 그것에 매달리는 많은 시람들을 보면 자기 스스로 자신의 진정한 여성성을 포기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들때가 있다. 아마 그 옛날부터 가부장제가 없이 모두가 평등한 사회로 많은 여성들이 남성과 똑같이 배움의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 우리 세계가 지금보다는 훨씬 더 나은 곳이 되어 있었을 것이란 생각 또한 들기도 했다. 페미니즘이 여성을 위한 사상이고 운동이라는 단편적인 생각을 가지거 있던 내게, 페미니즘이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하나의 생각이란 것을 느끼기 해주었던 여성으로서의 자부심과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을 가지게 해 준 책이었던것 같다. 




특별하고 고유한 개인들이 자유롭고 다채롭게 하나의 전체가 될 때 완전하고 아름다운 하나 또는 전체가 될 수 있습니다. 자유는 차이를 전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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