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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산다는 것 - 김혜남의 그림편지
김혜남 지음 / 가나출판사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사람들은 인생의 큰 시련과 고난이 찾아 왔을 때, 비관하고 낙담하며 하루하루를 그저 허비하기도 하고
인생의 전환점으로 맞이하며 좀더 긍정적이고 뜻깊게 하루하루를 보내려 노력하기도 한다.
하지만 큰 아픔 앞에서 더 긍정적으로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모든 걸 놓아버린채 깊은 어둠속으로 서서히 빨려 들어가는 것은 쉽지만,
긍정적인 마음을 이끌어 내며 다시 생활한다는 것은 그 상황에선 너무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정신과 의사로 활발히 활동하다 파킨슨병에 걸리며 의사 생활을 접고
투병하며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쓴 내용을 엮어 이 책을 내게 된다.
몸이 마음대로 움직이지도 않아 힘든 투병생활이지만 저자는 그림을 통해 자신의 내면 세계를 표현하며
좀 서툴어 보이기도 하고 완벽한 그림은 아닐지라도 그림으로 표현하고 또 써진 이야기들은
우울한 것이 아닌 좀더 희망적이고 긍정적인 내용들로 가득하다.
형식 없이 자유롭게 표현한 그림에선 그 당시 저자가 가졌던 마음가짐들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하는 것.
그것은 나를 더 기쁘게 하며
마치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을 들게 합니다.
나에게 저자처럼 큰 병이 찾아 온다면, 난 어떨까?
사실 난 그렇게 강하지도, 의지가 있는 사람도 아니기에 더 깊은 심연으로 빠져버릴지도 모른다.
물론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기에 다시 힘을 내겠지만..
어쨋든 그런 상황에서 긍정적인 생각으로 병을 이겨내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렇게 뜻하는 대로 되던가.
왜 내게만 이런 일이 생기냐며 신을 원망하던 나 자신을 원망하던 부정적인 생각과 두려움이 파도처럼 밀려오며 나를 덮친다면,
어떻게 차가운 그 파도릉 헤쳐 나올 수 있을지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런면에서 그림은 아주 좋은 매개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장황하게 글로 쓰는 것보다 지금의 심정을 그림으로 그리며 표현하고 쏟아내다 보면 어느정도는 가슴이 후련해 질테니 말이다. 꼭
그런 상황이 아니더라도 그림이라는 건 단순히 보여주기 위힌 작품으로서의 가치는 없다 해도,
서툴고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닐지라도 그것을 그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사람의 마음을 치유해 주는 기능이 있으니,
요즘은 미술치료도 치료의 한 방법으로 주목 받고 있는 것이 아닐까.
저자는 불편한 몸과 손으로 그려낸 그림이지만, 누가 봐도 훌륭하게 잘 그린 그림은 아니지만
자신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낸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책을 보는 내내 나에게도 전해지기에
저자가 그림을 그리며 느끼고 받았을 치유의 힘 역시 나에게도 느껴지는 것 같았다.
지금 내 시간도 붉게 물들어 가고 있습니다.
내가 지나온 시간의 색과 현재 내가 살고 있는 시간의 색이
나의 황혼의 색을 만들 텐데 멋진 색으로 채색될 수 있도록
시간에 맑고 아름다운 물감을 짜 넣어야겠습니다.
사실 의식하지 않는 한, 우리에게 하루는 그저 어제와 똑같은 오늘일뿐이다.
특별함도, 감사함도 느끼지 못한채 그냥 오늘 하루가 빨리 마무리 되기만을 바랄 뿐이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이 하루는 너무나 소중하고 기적적인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내가 아무렇지 않게 보낸 오늘 하루가 너무나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스스로 깨닫진 못했지만 저자의 글과 그림을 보며 하루하루를,
또 남은 생을 간절히 바라고 또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지를 새삼 느끼기도 했다.
당장 무언가를 성취하고 이루며 살아가겠다는 다짐보다 오늘 하루도 후회 하지 않고
다가올 내일에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는, 좀
더 감사한 마음을 가지며 오늘을 살아가야 겠다는 마음이 드는 시간이었다.
거기서 한 발짝 나아가는 것,
그것이 답입니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나아가다 보면
어딘가 다른 곳에 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