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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의 감각 - 파리 서울 두 도시 이야기
이나라.티에리 베제쿠르 지음, 류은소라 옮김 / 제3의공간 / 2017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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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도시의 모습은 단조롭고 또 무미건조하다. 반복적으로 마주하는 거리의 풍경에서 어떤 감각이나 감동을 느끼기엔 그곳에서의 삶은 너무 빠르게 흘러가기에 그 도시가 가진 이야기를 캐치해 내기엔 하루하루가 너무 빠듯하기만 하다. 나 역시 매일 지나다니는 거리의 가게가 문을 닫았네, 새로 오픈했네 이런 소소한 변화만을 감지할 뿐, 그곳에 어떤 의미와 상징이 있을지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그곳에서 한발짝 떨어져 그 도시를 여행하거나 새롭게 둥지를 튼 사람들에게서는 아마 더 새로운 느낌과 감상의 여지가 있을 것이다. 프랑스인 남자와 한국인 여자가 서로의 나라에서 살아보며 이방인의 시선으로 느꼈던 도시의 느낌, 너무나 다른 두 도시의 모습이 어떤 시선으로 담겨 있을까?
누구나 동경하는 도시 파리. 그곳에 가면 미각을 일깨워 줄 화려한 요리들과 뭔가 달달한 로맨스가 펼쳐질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로맨틱한 느낌을 넘어선 우리가 가진 낭만에 대한 판타지로 가득한 도시이다. 파리 에펠탑을 바라보며 프랑스 와인과 달팽이 요리를 먹는 내 모습을 상상하니 절로 기분이 붕 뜨는 느낌이다. 하지만 우리가 동경하는 파리에 직접 살고 있는 사람들이 보는 파리는 어떨까, 그리고 정말 여행을 다녀오거나 그곳에서 살고 있는 한국인들은 파리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파리라는 도시, 파리라는 판타지, 아마도 21세기위 지구인 중 '파리'라는 단어에 결부되어 있는 판타지와 상상, 이미지의 세례를 조금도 받지 않은 이가 있을까?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고 환상을 가지고 간 파리는 어느정도의 실망감을 안겨줄지도 모르겠다. 아직 파리에 가본 적은 없지만 나 역시 파리하면 떠오르는 판타지와 로망이 가득하기에 부푼 마음으로 아름다운 모습의 파리만을 뒤쫓아 간다면, 불친절한 사람들과 간접적으로 느꼈던 모습과의 괴리감에 정말 크게 낙담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파리의 화려한 모습보다 저자가 이야기 해준것처럼 관광지로서의 모습이 아닌 그곳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이해하고 체험해 볼 수 있는 시간이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여행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파리 사람들이 건물 창 앞에 매단 화분의 꽃, 정원이나 작은 광장 하단의 꽃, 테이블 위의 꽃 그리고 내 유년의 꽃이 지닌 저마다 다른 모습과 의미와 쓰임에 대해 생각했다.
똑같은 도시지만 서울과 파리가 상징하는 느낌은 너무나 대조적이다. 현대적이고 인구 밀집도 높은, 좀 복잡하지만 또 잘 정리되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이 서울이라 생각하면 떠오르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이 느끼는 이미지이다. 관광지로서의 서울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기에 한류 바람을 타고 서울을 방문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지만 실질적으로 정말 서울이라는 도시의 매력을 느끼기 위해 방문하는 사람은 몇이나 될지 궁금하기도 하다. 좁디 좁은 땅에 많은 인구와 중요기관이 모두 몰려 있다 보니 어딜 가도 복잡한 느낌이 드는건 사실이다.
다른나라 사람들이 보는 서울이란 어떤 곳일까? 두명의 저자 중 남편인, 프랑스 사람의 시선으로 보는 서울의 모습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내가 무심코 지나가던 것들, 길가의 간판이나 안내문 하나도 그냥 보고 넘기는 것이 아닌,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무런 의미를 두지 않던 것들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그것에 대한 양국의 태도나 생각을 대조적으로 이야기 하기에 정말 살아온 곳에 따라 얼마나 다른 가치관과 시선을 가지게 되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한국에서의 삶은 고객으로서는 편하다. 소비할 돈과 즐길 시간을 가진 자, 고객에게는 천국이다.
커다란 기대를 가지고 떠난 새로운 도시에서의 느낌이 항상 좋을 수만은 없을 것이다. 내가 살던곳에서 누렸던 편리함이나 가치들이 그곳에선 전혀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비록 처음에 느꼈던 놀라움이나 실망감이 클지라도 또 그곳에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다시 녹아들어 익숙해지기 마련이니 말이다. 그런점에서 저자 부부는 한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두 도시에서 생활하기에 각각의 도시가 가지는 매력이나 풍경을 가장 잘 느끼고 표현해 줄 수 있었던 것 깉다. 서울에 사는 우리가 궁금한 파리도, 파리에 사는 그들이 궁금한 서울도 어떤 모습이든 다 사람 사는 도시이기에 좋고 나쁘고의 차이가 있는 것이 아닌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도시라는걸 잘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