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체보 씨네 식료품 가게
브리타 뢰스트룬트 지음, 박지선 옮김 / 레드스톤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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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료품 가게라니, 참으로 어색하다. 
요즘은 마트가 가장 보편화된 식료품점의 형태이기에
식료품 가게라는건 뭔가 그 옛날 우리나라의 구멍가게가 생각나기도 한다. 
분명 크지 않은 오래된 가게를 운영하는 평범한 시민의 이야기 일텐데, 
그에게 어떤 미스터리한 일이 생기게 되는 걸까?


작은 식료품 가게의 주인인 만체보는 아랍계인으로 오랫동안 파리에 살고 있지만 
이방인이라는 사람들의 인식속에 변화 없는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밤, 묘령의 여인 캣으로부터 자신의 남편이 외도를 하고 있는지 그를 감시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만체보의 식료품 가게 건너편에 사는 캣의 작가 남편을 감시하게 되며 
만체보의 무료하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기고 그는 그 일에 열정을 가지고 임하며 
자신의 주변에서 본인은 인식하지 못하던 많은 일들의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또한 또다른 인물인 '나'는 카페에서 일하던 중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을 받게 되며 
어떤 정보도 없이 낯선 사람을 따라가 새로운 일을 시작하게 된다. 
무의미해 보이는 일들을 정해진 시간에 하며 '나'에게도 많은 변화가 찾아온다. 
결국 마지막에 그에게 일을 의뢰한 벨리비에씨를 찾아가 자신이 가졌던 의문에 대해 확인하고자한다. 
과연 만체보는 그가 감시하던 작가의 외도에 대해 알아낼 수 있을까? 
'나'는 자신에게 알수 없는 일을 의뢰한 벨리비에씨의 의도를 알아내게 될까?




만체보의 일상은 단조롭기 그지 없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일을 하고 아내인 파티마에게 꽉 잡혀 산다. 
담배 하나도 자신이 피고 싶은 만큼 피지 못하지만 만체보는 그것을 당연하다 여기며 지내왔다. 
가족들을 위해 머나먼 타지에서 파리로 정착해 왔지만 그곳의 사람들 속에서 그는 아직도 이방인처럼 느껴진다. 
그는 모두가 동경하는 파리에 살지만 그 역시 관광객들과 다를 바 없는 위치다. 
그러던 만체보에게 주어진 흥미로운 임무는 그의 일상을 바꾸게 된다. 
이때까지 그가 반복적으로 해오던 일들이 새롭게 느껴지기도 하고 
당연시 여기던 가족들의 일상에도 의문을 가지며 진실에 대해 알아내고자 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이 만체보가 서서히 변해가는 모습이었다. 
아무 의심 없이 정해진 시간에 행해지던 많은 일들이 그가 새롭게 맞게 된 '사립탐정' 일로 인해 
다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며 의문을 품게 되고 가족들의 진실에 다가가는 모습이 
이 시대의 많은 사람들과 참 닮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도시에 살지만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가지며 살고, 
챗바퀴 돌듯 정해진 일상이 매일 반복되니 말이다. 
만체보씨처럼 일상의 작은 변화로 인해 삶이 송두리째 바뀔수도 있지만 
지루한 그 일상마저 깨질까 다들 조심스럽기만 하니, 
무기력했던 만체보씨의 변화와 그 과정이 더 통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름 모를 사람의 손 인사에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이 도시에서 만체보의 인사는 썰물처럼 빠져 나갔다. 
파리에서는 수신인과 발신인이 정확치 않은 메시지가 수없이 오갔다. 



만체보와 대조를 이루며 전혀 다른 이야기로 전개되는 '나'의 이야기는 
도대체 왜 각자 다른 이야기가 따로 전개되는 걸까? 라는 의구심을 가지게 했다. 
만체보씨와의 연관성은 커녕 전혀 다른 이야기로만 느껴졌으니까. 
사실 제목이며 표지를 봤을때 미스터리 소설이라고 생각하진 못했는데 '나'의 이야기는 정말 미스터리했다. 
의미 없는 이메일, 매일 일이 끝나고 전해지는 꽃. 자신이 무슨일을 하는지도 모르는체 
혼자 이메일을 전달하고 꽃을 받으며 '나'의 일상에도 많은 변화가 생긴다. 
그리고 결국 이어질 것 같지 않던 두 이야기가 신기하게 합쳐지는 그 순간, 
우리가 궁금해 했던 비밀과 이야기의 실마리가 술술 풀리며 각자의 이야기로 전개해야 했던 저자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었다. 



내 몸은 달아날 준비를 했다. 
남이 강요한 내 모습에서, 
나 자신에게서, 
스스로 만든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파리는 누구나 한번쯤은 꿈꿔 보는 도시, 낭만이 넘치는 도시라 불리는 로맨틱한 곳이다. 
그런 파리를 배경으로 하지만 만체보씨가 살고 있는 그곳이 파리라는 사실을 나는 계속 잊고 있었다. 
아마 만체보씨가 아랍계 사람이기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마 저자 역시 같은 처지이기에 만체보씨를 빌어 자신의 상황을 투영시켜 이야기를 써낸 것이지 않을까 싶다. 
미스터리한 이야기들이 쉴새 없이 이어지기에 도저히 중간 중간 끊어 읽을 수가 없어 쉼없이 읽었던 것 같다. 
이야기가 풀리는 과정도 재미있었지만 만체보씨의 변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정말 통쾌했던 것 같다. 
미스터리하지만 유머러스 하기도 하고, 무거울 수 있는 주제도 너무 어둡게만 쓰진 않는, 
나처럼 스릴러 소설은 너무 무서워서 읽지 못하지만 묘한 긴장감을 느껴보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추천해 주고 싶다. 



체스에서는 흑과 백이 중요하거든. 인생에서처럼 말이다. 
승자는 한사람뿐이야. 흑이나 백 중 하나지. 인생도 마찬가지야. 
그리고 체스에서는 몇 번을 움직였는지, 그 작은 움직임의 총량에 따라 승자가 결정돼. 인생에서처럼. 
회도 많이 주어지고 실수하는 건 당연해. 한두 번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인간적이지만... 
거듭 잘못된 결정을 내리면 패배하고 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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