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불안에서 이불 안에서
김여진 지음 / 빌리버튼 / 2017년 8월
평점 :
품절


 


세상의 많은 사람들이 사랑을 하고 또 지독한 이별을 겪으며 헤어지기도 한다. 
그것을 수없이 반복하다 사랑의 결실을 맺으며 더이상 연애세포가 생성되지 않는 시기가 찾아오게 된다. 
나 역시 이제 사랑이란건 가슴 터질듯한 그런 사랑이 아닌 아이들을 향한, 
가족을 향한 따뜻한 감정이 주가 된 사랑이 더 익숙해 졌다. 
죽을듯이 힘들고 슬펐던 이별을 겪었던게 까마득하게 느껴진다. 
그럴때마다 눈물을 훔치며 마음속에 맺힌 수많은 말과 감정을 일기로 또는 글로 풀어내곤 했다. 
누구에게도 말 못할 이야기들을 그렇게 터뜨려 버려야 다시 일상속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 
눈물자국 묻은 일기 또는 부치지 못한 편지를 써본 기억, 다들 한번쯤은 있지 않을까. 


그 옛날 싸이월드가 유행이었던 그 시절, 감수성 가득 담긴 글을 쓰곤 했는데 
지금 보면 아마 이불킥 백만번은 하겠지. 
그렇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질 걸 알면서도, 아니면 또 더 의식해서 내 마음을 비꼬고 비틀며 
암호처럼 썼던 글들이지만 나는 그 짧은 글귀를 보아도 그당시 나의 심정을 또렷이 기억해낼 수 있을 것이다. 
나를 힘들게 한 그 사람이 읽기를 바라며 쓰기도 하고, 그냥 이 세상이 원망스러워서 푸념식으로 쓰기도 하고.. 
친구든 가족이든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싶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아 결국 나 혼자 쓰는 글이지만 
누군가 읽고 같이 공감해 준다면 그거야말로 정말 큰 위로가 되니 
아마 저자도 그렇게 오랜시간동안 이런 글들을 써온 것이 아닐까. 



지겹게도 혹은 다행스럽게도 반복되는 이 과정. 
경험이 많아지면 성장하고 성숙해진다고들 하는데, 잘 모르겠다. 
가끔은 아무도 나에게 깨달음이 될 만한 것을 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힘이 들땐 힘이 될 수 있는 일들을 많이 하라는 이야기를 듣곤 하지만, 

도대체 힘이 되는 일들이 뭘까? 운동? 놀기? 여행? 

사실 정말 고통스럽고 힘이 들땐 그저 아무것도 하지 않는것이 그 힘듦을 떨쳐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따뜻한 이불속은 아마 최적의 장소일 것이다. 서늘한 공기 속에 후끈한 이불속에 누워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울기도 울고, 생각도 하고.. 

그러다 불현듯 무언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면 그 기분을 그대로 휘갈겨 쓰기도 하고..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다 보면 내가 처음 했던 고민은 무엇이었는지 조금씩 잊혀지기도 한다. 

난 그렇게 나만의 이불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을 정리하고 이겨내곤 했다. 


아마도 저자는 많은 사랑을 해보고 또 이별도 겪어봤나 보다. 

분명 아름다운 사랑만 해왔다면 이런 글들이 써질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희망적이거나 밝은 글들은 아니다. 뭔가 깊은 새벽녘이 더 잘 어울리든 글들. 

처음 읽었을때 알쏭달쏭한 글들도 여러번 되새기며 읽으니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나 처해졌던 상황이 조금은 짐작이 되기도 했다. 

나는 언제적 느껴봤던 감정들인지 잊고 지냈던 젊은날의 감수성 넘치던 내가 생각나서 뭔가 묘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시간이 많다는 것.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이 많다는 것. 
이것은 인생을 낭비하는 걸까 
나를 허비하지 않는 걸까. 
나는 성장 중인 걸까 멈춰 있는 걸까.


 



하나의 사랑이 끝나고 헤어짐을 겪으며 그 고통을 이겨내는 방법이라는게 사람들마다 다를 것이고, 
치열하게 다 토해내며 이겨낼 수도 술의 힘을 빌어 바보같은 짓을 수십번 반복해야 잊혀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 순간의 감정을 글로 써내려 간다면 훗날 다시 그 글들을 읽게 되었을때 그 순간의 기억이 다시 떠오르며 
같은 실수, 상처 받기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나만의 극복 방법이었던 것 처럼 저자 역시 
힘든 순간을 자신만의 방식대로 많이 써내려가며 그 순간들을 수집해 뒀던 것 같다. 
물론 내가 쓴 글을 지금 다시 본다면 두 손이 다 오그라들지도 모르겠다. 
비록 나는 아련한 예전을 기억하며 읽었지만 지금 한창 뜨거운 사랑과 차가운 이별을 반복하며 지내는 젊은 청춘들은 
이 책이 그들의 마음에서 격하게 공감을 일으키지 않을까 싶다. 
이런 책을 읽을때면 미숙하지만 정말 사랑이 전부였던 그 시절이 그리워 지기도 한다. 
물론 지금의 안정적인 내가 싫다는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지금과는 상관없이 끊임없이 과거를 되내이고 또 곱씹으며 그리워 하기도, 
또 안도하기도 하며 현재를 살아나갈테니 말이다. 



나는 다시 이불 안으로 들어가지 않기로 한다. 
균형을 맞추기 어려워 정면을 향해 걸어갈 수도, 돌아갈 수도 없는 나에게는 가만히 서 있는 게 자랑이다. 
쓰러지지 않은 게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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