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토에 다녀왔습니다
임경선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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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깝지만 아직 한번도 가보지 못한 일본. 
그 중에서도 교토는 이름만 들어도 정말 오래된 일본의 옛 동네와 고즈넉한 사찰들이 떠오른다. 
사실 좀더 관광에 특수화된 도시들은 따로 있다. 
볼거리도 많고 화려한 도시들보다 교토의 매력에 사람들이 빠져드는 이유는 뭘까? 
난 가보지 못했기에, 또 언제 갈 수 있을지 지금으로선 기약이 없기에 
내가 처음 마주하게 될 교토의 첫 인상은 오롯이 이 책에게 달려 있다. 
표지만으로도 잔잔한 클래식 선율이 떠오르는 이 책은 교토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
 



오래된 가게나 장인 정신은 중요하다. 
옛날이야 집안의 가업을 자식들이 대대로 이어나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었지만, 
요즘의 젊은이들은 더 편한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떠나고 있다. 
그런 시대에 교토의 수많은 노포와 수백년 이어져 오는 가업을 이어가는 
진정한 장인들의 물건들은 색다르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이 책에서 소개되는 많은 가게들을 보면 교토라는 도시가 지닌 분위기와 
그 도시가 중요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어렴풋하게라도 느낄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개인의 가게는 그 개인 고유의 삶의 방식에 깊이 연결되어 있는 것 같다. 
더 밖으로 드러내고 더 큰 목소리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화려하게 뽐내기보다, 
가게의 물건들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좋아해줄 손님들을 가장 먼저 만나고 싶어하는 가게 주인의 마음. 
가게에 신의를 가진 손님들이 오래도록 찾아주는 그런 가게로 가꾸어나가고 싶은 마음. 


 



요즘은 모든것이 다 빠르다. 유행이 휘몰아치고 간 자리엔 금방 또 다른 유행이 생겨난다. 

그만큼 새로운 물건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사람들은 오래 두고 쓸 물건을 찾기 보다 유행이 지나가고 나면 버려도 상관 없을만한, 
딱 그만큼의 가치만을 지닌 물건을 사기에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더 싸고 더 간편한 물건들만을 찾을 뿐이다. 
하지만 교토는 이런 지금의 풍토와는 조금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느껴진다. 
손님이 왕이고 물건을 사는 사람이 위주가 되는 가게가 아닌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가 행복할 수 있는 가게를 유지해 나가고 
한번 쓰고 쉽게 버려질 물건이 아닌 두고두고 그 가치가 더해지는 진정한 소비를 통해 사람들의 생활 의식을 높일 수 있다고 믿는다. 
그들이 수백년간 지켜온 가치들이 다른 도시에선 그저 그런 고루한 사고방식이라 여겨질지 몰라도 
이곳 교토에서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여겨지고 있는 것 같다. 



새것이 좋다거나 오래된 것이 좋다거나 그런 건 없습니다. 
좋은 것이 좋은 겁니다. 
그리고 좋은 것은 더 좋아질 여지가 있습니다. 


 


자신만의 단골 가게가 있다는 것은 마음 한켠에 항상 따뜻한 방을 하나 가지고 있는 것과 비슷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춥고 외롭고 의지할 곳이 필요할 때 찾아가면 언제나 같은 모습으로 반겨주는 곳이 있다면 
힘들었던 마음이 따뜻하게 풀어질테니 말이다. 
교토에는 유독 단골들을 위한 가게가 많다고 한다. 
아예 새로운 손님은 받지 않는다는 곳도 있고, 어떤 특정 물건도 단골 손님을 위해 
뜨내기 손님들에겐 팔지 않고 남겨두기도 한다니 단골 고객들의 충성도가 높을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외부인이 봤을땐 좀 깍쟁이 같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다. 
우리들도 경험해 보고 싶고 맛보고 싶기도 한데 진입장벽이 높아 아무리 많은 돈을 가져간다해도 소용이 없으니 좀 얄밉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이 다 그들의 상권이나 문화를 더 오래 이어나가기 위한 것이고 
더불어 함께 생활해 나가는 원주민들을 위한 배려이니 그것을 나무랄 수는 없을 것 같다. 



나 혼자 튀기보다 주변과 조화를 이루려는 마음, 
각자가 조금씩 양보하는 그럼 마음들이 모여,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풍경을 변함없이 유지해나간다. 


  



갈 시간이 없다는 것, 여유가 없다는 것. 어찌 보면 그냥 핑계일지도 모르겠다. 

굳이 철저하게 계획하지 않고 이런저런 걱정을 조금만 미룬다면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행을 나의 모든 일상을 내팽겨치고 무조건 떠나야 하는 것은 아니다. 

비록 실제로 떠날 순 없어도, 나와 가치관과 생각이 비슷한 사람이 다녀온 여행기만을 읽는 것 만으로도 

어느정도의 힐링과 여행욕구가 충족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이때까지 교토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교토의 분위기를 듬뿍 담은 가게들에 대한 하나하나의 이야기가 

전체적인 교토의 분위기와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접하기전까진 말이다. 

나는 또 '언젠가는' 이라는 말을 쓸 수 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아쉽거나 괴로운 것은 아니다. 

언젠가는 가보고 싶은 새로운 여행지를 한군데라도 더 알게 된것으로도 어느정도는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곳의 유명한 관광지가 아닌, 그곳을 사는 사람들을 위한 가게를 통해 그 도시에 대해 짐작해 보는 시간. 

언젠가 가보게 될 그날, 나 역시 그 느낌을 진정으로 느낄 수 있게 되길 바래본다. 



투자비용과 마음의 의지, 그리고 시간 여유만 마련된다면 더 늦기 전에 유일무이한 인생 경험을 해보는 것. 

어쩌면 그런 충동적인 일탈이야말로 우리의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생을 버티게 해주는 비일상의 희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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