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열두 시 나의 도시 - 지금 혼자라 해도 짙은 외로움은 없다
조기준 지음 / 책들의정원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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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끌벅적한 낮이 지나 가고 어두운 밤이 오면 낮동안 소란스럽고 힘들었던 마음에도 

선선한 바람이 부는 것 처럼 차분한 시간이 찾아 온다. 밤이란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다. 
뜨겁고 폭발할 것 같이 가득찬 사람의 마음을 한단계 식혀주며 낮춰 주는, 
대부분 센치해 진다고 칭하는 그런 느낌. 
나 역시 아이들로 북적이던 시간이 지나고 어색하리만치 고요해지는 밤 시간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짧디 짧은 자유의 시간이기에 허투루 보내고 싶지 않아 
공허해진 시간만큼 또 채우고 채우려 안간힘을 쓰곤 하는 시간이다. 


함께 하는 가족들이 있음에도 밤이 되면 오롯이 혼자인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혼자 사는 이들의 외로움은 과연 어느 정도일까. 
낮 동안 있었던 일, 사느라 힘든 일, 슬펐던 일, 뭐든지 누군가와 잠시라도 나눌 수 있다면 
그 고통도 어느정도 줄어들 수 있을텐데 말이다. 
그들은 길고 긴 밤을 어떻게 보내고 있을지 새삼 궁금해 진다. 
녹록치 않은 시대에 태어나 많은 것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삶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수많은 1인 가구들이 혼밥,혼술 하며 작게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는 책, 
이 책이 아마 그런 역할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혼자 산다는 것은 싱글이나 독신으로 산다는 의미가 아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삶 속에서 고유한 자신만의 즐거움과
아름다움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밤이라는 시간은 이런저런 많은 생각이 떠오르는 시간이다. 
각자의 스케줄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느라 생각이란걸 할 여유가 없는 낮시간을 끝내고, 
하루를 정리해 보기도 하고 또 다가올 내일을 준비하며 창의적인 생각을 해보기도 하는, 
사람들의 생각을 깨워주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낮동안 힘든 일에 치여 녹초가 된 현대인들에게 
밤이라는 시간의 사색이나 여유는 사치라고 생각될지도 모르겠다. 
피로를 풀기 위해 잠을 보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는..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의 감성은 점점 더 메말라 가지 않을까. 
밤에 쓰는 일기나 편지는 다음날 아침에 읽어 보면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감성적이지 않은가. 
그렇게 센치해진 마음으로 내안의 감정들을 솔직히 표출하는 것이 밤이 주는 가장 큰 선물이 아닐까?


저자의 글 역시 한밤에 잘 어울릴만한 감성적이면서도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겠지만, 사람 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라 하지 않던가. 
누구나 느껴봤을 법한 감정, 이야기이기에 위로가 되고 또 격한 공감이 되는 것이다. 
바쁘게 살아오는 동안 내가 살아 온 시간을 되돌아 보는 것도, 지금 현재 내가 행복한지도, 

훗날 내가 살고 싶은 삶은 어떤 것인지도 전부 그냥 뒤로 뒤로 살펴보길 미뤄두며 살아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지만 적어도 한번쯤은 고요한 깊은 밤에 나 자신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나에서 가족으로 가족에서 사회로 사회에서 세상으로 점점 더 생각의 영역을 넓혀 나간다면 

나는 분명 지금 보다 조금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있지 않을까. 




인생은 더없이 견뎌내는 삶인 것만 같다.
어떠한 결과가 주어지더라도 잘못되었다고, 틀렸다고 말하진 않으련다.
그마저도 삶의 일부이며, 내게 던져진 질문이며
난 결국 그에 대한 해답을 찾으며 하루를 견뎌갈 테니까.






하지만 가끔은 자괴감에 몸부림 칠 수도 있고 
어두운 밤에 더 어두운 절망을 느끼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기쁨은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은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가 팍팍하고 어찌보면 너무 무서울 정도로 잔인하게 변했기에, 
그곳에서 살아가는 우리가 마냥 행복할 수만은 없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와 비난하고 원망만하며 시간을 보내기엔 
우리가 보내는 밤 시간은 너무 소중하다. 
끓어 오르는 마음을 조금 진정 시키고 차분히 생각하고 또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 
고요하고 어두운 밤은 그렇기에 제격이다. 
나 혼자만 버텨내기엔 버거운 사람들은 이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보는 것도 좋을 듯 싶다. 
나와 같은 마음에 격하게 공감하며 안도할 수도, 마음을 울리는 한 글귀에 깊은 감동을 할 수도, 
가끔은 피식 웃을 수도 있는, 지친 마음을 달래 주는 나와 마음이 꼭 맞는 
소중한 친구와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세상의 한가운데에서 나만 절벽으로 등이 떠밀린 것 같은 열등감에 빠져들지라도 알

고 보면 등이 떠밀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깨닫는 바가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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