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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남긴 27단어 ㅣ 생각쑥쑥문고 14
샤렐 바이어스 모란빌 지음, 정용숙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7년 8월
평점 :
세상의 모든 아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아이답게, 사랑 듬뿍 받으며 아프지 말고..
어른이 되어서 겪어도 충분할 상실을 굳이 어린 시절에 겪지 않았으면,
그저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은 부모라면 또 이 시대를 살아가는 대부분의 어른이라면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 부모님이 내 곁에 계시지 않는 다는 것은 상상조차 한 적이 없고 실감도 나지 않는다.
준비된 이별이라고 힘들지 않은 것은 아니겠으나, 아무런 준비 없이 찾아 오는 이별은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까? 상상만으로도 감당이 되질 않는다.
이 세상 가장 큰 버팀목이라면 부모님이 가장 먼저 생각난다.
나의 못난 부분까지 끌어 안아 주는 영원한 내편.
그런 부모님이 아무런 마음의 준비도 없이 갑자기 내곁을 떠나가신다면?
어른이 된 지금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지 두려운 일이다.
그런데 이 책의 주인공인 코비는 어린 나이에 부모와의 이별을 겪게 된다.
항해를 나가며 할머니에게 아이들을 맡겨 두고 떠나지만,
몇 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부모님을 코비는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떠나기 전 엄마가 알려 준 27가지의 단어가 마법의 주문이라 생각하며 힘든 상황이 닥쳤을 때
코비가 생각한 대로 마법의 주문을 외우면 신기하게도 그 상황이 잘 해결되곤 한다.
게다가 어떤 주문을 외우면 외딴 섬에 표류 되어 있는 엄마,아빠를 만날 수도 있다.
코비는 자신의 부모님이 분명 어딘가에는 살아 계시다고 믿으며 엄마가 남겨준
마법의 주문이 적힌 포스트잇을 소중하게 간직하며 엄마와의 비밀로 몰래 간직한다.
창문이 살짝 열려 있어서 코비가 입은 파자마가 바람에 나풀거렸다.
창문을 통해 들어온 바람은 부모님이 있는 섬에서
불던 바람과 같은 느낌이었다.
이 바람을 맞고 있자니 마치 부모님이 자신을 감싸 안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맛 없는 음식을 먹어야 할 때, 언니 브룩과 싸웠을 때, 무언가를 찾아야 할 때,
코비가 주문을 외우면 신기하게도 많은 일들이 해결 되곤 한다.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는 엄마와의 비밀을 지켜서 인지,
코비의 간절한 마음이 통해서 인지 모르겠지만 어쨋든
코비가 외우는 주문들이 하나 같이 아기자기 하고 귀엽다.
분명 어른인 나의 눈에는 말도 안돼는 이야기라고 생각되지만
코비의 관점에선 간절하고 또 절실한 마음이지 않을까.
부모님을 만나기 위해선 꼭 필요한 것이 엄마가 남겨준 주문이니 말이다.
하지만 진짜 현실에선 주문만으로 모든 일이 해결되진 않는다.
어린 코비가 이해 하고 받아 들이기엔 너무 큰 상실이기에,
주변의 많은 어른들은 코비가 감당 할 수 있는 시기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며 끊임 없이 교감한다.
누구도 힘들지 않은 사람은 없다. 하지만 채근하기 보단 기다려 주고 또 따뜻하게 보듬어 주며
아이가 스스로 인정 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게 한다.
엄마가 남겨둔 단어들의 마법에 갇혀 현실을 직시 할 수 없던 코비는
남겨진 가족들의 힘으로 한발 한발 현실 속으로 나오게 된다.
만약 억지로 코비를 끌어 내려 하거나 현실을 인식하게 했다면
과연 코비는 신체적으로도, 또 정신적으로도 건강하게 다시 세상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넌 엄마가 주고 간 주문 덕분에 쉴 수 있고 행복해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들 수 있었잖아.
얼마나 마법 같은 일이니?
분명 너무 버겁고 받아 들이기 힘든 일이지만, 코비가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때 보듬어 주고 기다려 준
가족들이 있기에 코비는 더이상 엄마가 남겨준 단어들이 필요 없게 된 것일지 모른다.
어른들이 느끼는 상실과 아이들이 느끼는 상실의 크기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어른들의 관점으로 아이들을 대한다면 굉장한 부작용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우리 어른들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답이 이 책에 나와 있다고 느꼈다.
코비의 관점에서 세세하게 쓰인 이야기에서 아이들이 느끼는 상실의 크기나
그것을 받아 들이는 자세에 대해 충분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아이들이 받은 충격을 어떠한 방향으로 심리치유 해야 하는지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린이 소설이지만 절대 어린이만 읽을 수 있는 소설이 아닌,
함께 모든걸 겪어 나가야 할 어른들이 읽어도 되는 소설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나도 코비의 마법 주문에 걸린 것인지, 분명 코비의 부모님이 죽었다는 걸 알지만
코비가 앞으로! 라고 외친 주문으로 외딴 섬에 있는 부모님을 만나러 가는 그 장면이
어쩌면 정말 사실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니, 정말 사실이었으면 하는 나의 바램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비록 그것은 상상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겠지만,
코비가 부정하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부모님을 떠나 보내는 모습이
기쁘기도 하지만 한편으론 안타깝기도 했다. 나 역시 딸이기도 하지만 또 엄마이기도 하니까..
떠나간 사람의 마음도 또 남겨진 사람의 마음도 전부 충분히 느껴지니 말이다.
불현듯 무지갯빛이란 주문이 코비의 마음에 되살아났다.
그러자 그녀가 지금 딛고 선 발코니 바닥이 나무 집의 바닥으로 변하고
자정이 지난 시각, 파리의 자동차가 내뿜는 소음도 썰물이 진 바다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되었다.
코비가 두른 담요는 부모님의 팔이 되어 코지를 따뜻하게 감싸 안았다.
잠시 뒤 코비는 감았던 눈을 떴다.
진정한 마법은, 하늘의 별이 그렇듯 분명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