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뿔을 가지고 살 권리 - 열 편의 마음 수업
이즈미야 간지 지음, 박재현 옮김 / 레드스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정신 없는 하루 하루가 이어지는 반복 되는 삶에서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고 뒤돌아 보게 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꼭 필요한 순간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여유 없이 힘든 하루를 살아가기에 바쁘다.
자신이 가졌던 생각과 마음가짐은 잊고, 또는 애써 외면하며 지내는 우리에게
뿔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일까?
자신이 자신다울 수 있는 것, 그 중심에는 뿔이 있다.
그런데 그것을 스스로 증오하고 장애물로 생각해 감추며 살아가면
자연히 삶 자체가 빛바래고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살아갈 에너지가 고갈되어 더는 삶을 꾸려나가지 못하게 된다.
누군가 나에게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면 난 거침없이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할 사람은 나지만, 사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느 순간 잊은채로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으며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로 살아가는게 익숙해 졌고,
그렇게 나는 사회 속에 정의 되어져 하루하루 생활하는데 급급해 나 자신에 대해 돌아볼 기회를 가지지도, 가질 생각도 해보지 못한 것 같다.
내게 가지고 있던 그 뿔은 도대체 언제, 어디로 사라지게 된 걸까.
나이가 들어가며 사물이든 어떤 말이든 무엇이든 간에 점점더 고정되고 편협한 시각으로만 그것을 대하게 되는걸 느낀다. 단어 하나에도 그것이 가진 수많은 의미와 뜻이 있는데 어느 순간 내게 고정된 단 하나의 뜻으로만 받아 들이고 또 사용하게 되며 그것이 옳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것은 무릇 단어 하나 뿐만이 아닌 내가 가진 나의 가치관에도 적용 된다.
진정 나 자신을 나타내 주는 것이 아닌, 누군가에 의해 정의 되고 또 변해버린 모습이 당연하다
생각하며 지내 온 지난 시간들이 스쳐가며 진짜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책을 한장 한장 넘기며 내가 생각했던 많은 것들이 사실은 더 깊고 더 많은 뜻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요즘 시대에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수많은 마음의 병들이 어째서 생길 수 밖에 없는지, 그렇다면 그 병을 이겨낼 수 있는 길은 무엇인지 저자는 그 길을 안내해 주고자 한다.
병이나 괴로움은 하늘이 보내준 선물 같은 것으로 그 안에는 매우 소중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안타깝게도 그것은 '불행'이라는 포장지에 싸여 있기 때문에 대개는 꺼리며 받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것은 받지 않는 한 몇 번이고 다시 발송된다.
용기를 내어 받아들이고 그 꺼림칙한 포장을 풀어보면,
자신답게 살아가기 위한 소중한 메시지를 발견하게 된다.
이미 나에게 고착 되어버린 많은 것들, 당연시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 이 책에서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 싶다.
사회에서 규범 되어진 대로 맞춰 지고 또 다수의 무리에서 낙오 되지 않기 위해 가치관을 따라 가는, 하지만 아무런 위화감 없이 그 무리에 흡수되어 다수의 무리중 하나가 되는 안전한 길만을 선택해 살아가는 것이 과연 올바른 것일까. 스스로 생각하고 선택하는 법을 점점 잊어 가며 나 자신 또한 점점 사라져 버리고 있는것 아닐까.
'모두와 같아야 한다'고 고민하고 '타인이 자신과 같을 것'이라 굳게 믿는 일이 지금도 드물지 않다. 그리고 여전히 집단 차원에서 구성원이 동질일 것을 강요하고, 조금이라도 벗어나는 경우에는 괴롭히거나 제거하려 든다. 이러한 경향은 우리 주변에서도 얼마든지 볼 수 있다.
다수에 속하며 이미 정해져 있는 길을 따라 가는 것.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지만 사실 모든 선택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는 마음을 따라야 한다. 하지만 다수의 선택을 진리라 믿고 따랐을 때,
만약 그 선택이 틀렸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할까? 냉정한 사회는 낙오자를 챙겨 주지 않는다.
그렇다면 그런 상황에서 믿을 사람은 오직 나 뿐이다. 그런데 나조차 나 자신에 대해 모르고 내 마음을 읽을 수 없다면? 절대 누가 대신 해결책을 줄 수는 없는 일이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마주하는 것이 왜 중요한 것인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람으로서의 충실감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다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누구와 있다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자기 한 사람 겨우 지탱할 힘만 가지고 태어나기 때문에 타인의 것까지 짊어질 수는 없다. 부부, 연인, 친구, 부모와 자식이라는 친밀한 인간관계나 환자와 의사라는 치료 관계에서도 각자 자신의 발로 딛고 서서 같은 방향을 향해 나란히 걸어가는 것일 뿐임을 알아야 한다.
사람들은 삶에 너무나 큰 의미와 이유를 부여하며 살아가기에 삶이 너무 복잡하고 힘든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다. 삶도 죽음도 사실 혼자 이뤄내고 맞이하는 것인데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것이 우리를 힘들게 하는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많은 기대를 하는 것만큼 큰 실망과 좌절을 겪게 되니 사람들에게도 더 많은 마음의 병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관에 맞추어 사는 것이 안전하고 편하겠지만,
나 자신에게 어떤 꼬리표도 달지 않고 단 하나의 나 자신으로 여기는 것.
너무 많은 의미도 너무 많은 질문도 필요 없이 '있어야 하기에 그저 거기에 있고 거기에 있기에 그저 살고 있다' 인위적인 많은 것을 부여 하지 말고 그저 주어진 대로 자신의 뿔을 꺽지 말고 살아가기, 그것이 중요한 삶의 방향의 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는 살아있기에 산다'고 말하듯이 생명 그 자체에는 본래 의미나 목적은 없다.
이것은 '살아있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한탄하는 허무주의와는 전혀 치원이 다른 것이다.
'무의미하다'고 한탄하는 시람은 '의미가 있다'는 기대가 이뤄지지 않아 한탄하는 것이고,
우쭐해하는 이성이 멋대로 '의미'를 구하고 있다는 최초의 큰 잘못을 깨닫지 못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