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0대를 채웠던 작가 중 한 명이 아멜리 노통브다. 사실 20대의 나는 어떤 확고한 취향이 성립되기 전이라서 이것저것 마구잡이로 읽었지만 그 중에서도 아멜리 노통브는 난해하고 어렵지만 뭔가 멋지고 쿨한 느낌이 나는 이야기여서 파리지앵에 대한 환상이 더해져 아멜리 노통브의 책들을 찾아 읽었던 것 같다. 그간 아멜리 노통브를 잊고 살았었는데 그녀의 신작이라니 나의 20대 감성이 다시금 솔솔 피어나게 해주었다. 그래서 너무 반갑다.이 세상엔 정말 다양한 부모들이 있겠지만 <자매의 책>에 나오는 부모는 정말 노답이다. 직접적인 폭력도 사실 상처를 많이 남기지만 그것보다 더 큰 상처는 무관심과 방임, 정서적 학대이다. 특히 내가 부모가 되어보니 아이들에게 부모라는 존재가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를 더욱 크게 깨닫고 있기 때문에 주인공 트리스탄에 대한 부모의 방임과 정서적 학대는 정말 화가 날 정도였다. 그렇기 때문에 트리스탄에게는 동생인 레티시아가 없었다면 그의 삶이 어떻게 흘러갔을지가 그려진다.사실 자매에게는 정의내릴 수 없는 특별한 연결관계가 성립되는 것 같다. 쌍둥이와는 또 다른.. 이 책 속의 트리스탄과 레티시아도 차가운 부모 아래에서 유일하게 서로 온기를 나누는 존재이기 때문에 사실 그들에게 가족은 서로밖에 없었으리라. 특히 특출난 지능을 가진 트리스탄은 엄마 노라에게는 질투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부모가 어찌 자식을 시기하고 질투할 수 있을까 싶지만 이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부모의 유형들이 존재한다는거. 물론 트리스탄에게는 자신을 이해해주는 보베트 이모가 있고 동생 레티시아와 사촌 코제트가 있기에 그나마 자신의 삶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가족이란 무엇일까라고 떠올리면 대부분 아빠와 엄마인 부모와 자녀로 이루어진 3~4명의 구성원의 모습을 떠올릴 것이다. 그런 ‘정상가족’의 구조가 이 사회에서는 가장 평범하고 올바르게 인식되곤 하지만 사실 서로가 서로에게 더 큰 상처를 입히고 또 그 가족 울타리 바깥에 위치한 사람들 역시 고통스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우리는 떠올리지 못한다. 그리고 부모는 언제나 아이들의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라는 믿음도.. 그래서 그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 트리스탄과 레티시아는 서로가 필요했던 것이다. 물론 모든 자매가 그런 관계를 이루는 것도 아니겠지만, 이 책은 어쨋든 아멜리 노통브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를 바탕으로 써졌기 때문에 그 자신이 겪었던 자매간 관계의 힘을 이 책에 담은 것 아닐까 싶다. 자매는 그런 것 같다. 서로에게 부모가 되어줄 수도 있고, 친구가 되어줄 수도 있고, 배우자가 되어줄 수도 있는.. 명확히 관계를 정의하지 않더라도 서로의 삶에서 큰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는 존재 말이다. 사실 나도 두 딸을 키우고 있는데 내가 두 딸을 낳게 되었을 때 가졌던 안도감 역시 내 경험에서 나온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나의 학창시절도 언니가 많은 부분 보호막이 되어 주기도 했고, 지금은 특히 언니가 가족안에서 중심을 잘 잡아주어 내가 훨씬 편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면에서 나의 아이들이 자매로 서로에게 얼마나 많은 힘이 되어줄지, 아니면 더 힘든 존재로 자리잡을지는 알 수없지만 그래도 나의 경험에 비추어 서로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를 기대할 따름이다. 아멜리 노통브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각 개인의 삶에서 각자에게 주어진 수많은 관계가 있지만 그 안에서 나를 지켜내고 의지할 수 있는 관계는 꼭 필요하다는 것, 꼭 그것이 자매일 수는 없겠지만 그에게는 그것이 언니였다는 것 아닐까. 누구에게나 그런 사람은 꼭 필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