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말해요
조지 섀넌 지음, 유태은 그림, 루시드 폴 옮김 / 미디어창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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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음을 느낄 때가 많다. 미세한 얼굴 표정, 따스한 체온, 작은 몸짓으로 알게 되는 누군가의 마음이 구구절절 긴 대화보다 더 크게 다가오는 것을 보면 말이다. 특히나 아이가 아기였을 땐 말이 아닌 다른 무언가로 소통하는 법이 절실히 필요하고 또 그렇게 하기 위해 더 자세하게 아이의 모든 것을 살피게 된다. 그러다보면 아이와 대화를 나누진 못하지만 아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나의 마음을 아이에게 전해주기 위해 선택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전해져 소통하게 되는 신기한 경험을 할 때가 많다. 그 중에서도 특히나 손으로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다. 온갖 손짓 써가며 웃게 해주고 꼭 잡은 두 손으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하고 쓰다듬어 주는 손길에서 사랑을 떠올리게 되는 손이란 말로는 힘들지도 모르는 것들을 단순하지만 깊게 전해주는 힘이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책의 시작은 해가 뜨는 아침. 그 아침을 열어주는 것은 손이다. 눈을 뜨면 가장 먼저 하는 것이 구구절절 긴 말을 하는 것은 아니다. 떠오른 해를 맞으며 모두가 기분 좋게 일어날 수 있도록 조심스레 커튼을 걷어주는 손에 담긴 그 마음이 여실히 느껴지는 이유다.

 

 

슬픈 일도, 즐거운 일도 말보다 손을 통해 먼저 전해지는 일이 많다는 걸 이 그림책을 보며 다시 느끼게 된다. 아이와 함께 했던 순간 순간 손이 해주었던 것들이 얼마나 큰 의미를 가지고 있었는지 새삼 떠올리게 된다.

 

 

엄마의 따뜻한 손이 어루만져 주었던 어린 아이의 아픔, 거칠고 투박한 아빠의 손이 묵묵히 날 붙잡아 주며 키웠던 의지. 그렇게 부모의 사랑은 끊임없이 전해지고 전해져 아이를 자라게 하고 아이는 그 무엇보다 큰 힘을 얻게 된다.

 

보면서 가장 뭉클했던 부분이다. 우리 아이들과 함께 책을 읽고 아이들의 머리를 묶어주던 순간에도 나의 사랑은 아이들에게 전해지고 있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일상 속 모든 순간 속에서 의식하지 않아도 나의 손이 그런 일을 해주고 있었구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가족의 하루의 시작과 끝을 언제나 함께했던 손. 쑥스러워 건내지 못하는 말, 차마 꺼내지 못하는 말들도 작은 손놀림 하나와 그저 함께하는 순간으로도 대신할 수 있는 마법같은 시간을 전해준다. 같은 곳을 바라보는 두 사람과 어깨에 살포시 놓인 손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따뜻한 그림을 통해 전해지는 가족의 사랑이 너무나 뭉클했던 그림책. 평소 아름다운 가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루시드폴의 감성이 더해져 더 따스하게 다가온다는 생각도 들었다. 평소 아무렇지 않게 했던 일상의 행동들에서도 손을 통해 내 사랑이 전해질 수 있다는 것을 새롭게 느끼기도 했다. 특히 엄마라면 아이를 낳고 처음 아이가 그 작은 손으로 내 손가락을 움켜 쥐었을 때의 감동을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힘들지만 그 작은 손짓 하나만으로 수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되었던 짧지만 강렬했던 순간을 아이를 키우다보면 자꾸만 잊고 지내게 된다. 꼭 잡은 두 손 놓지 말자며 다짐했던 남편과의 애틋했던 시간들도 마찬가지다. 사실 나는 기억하지 못하고 있지만 그 행복했던 기억들을 다시금 내게 돌려주기 위해 손은 그 모든 것들을 잊지 않고 저장해 두었던것 아닐까. 오늘은 아이들의 손을 조금 더 꼭 잡아 주고, 남편의 어깨에 살포시 손 올리며 사랑의 마음을 담아 나의 온기를 전해주어야 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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