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유지별이 지음 / 놀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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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아홉에서 스무살, 단지 나이를 한 살 더 먹는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담긴 시기. 어른이 된다는 흥분과 두려움이 뒤섞여 혼란스럽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장 즐겁고 행복할 수 있는 시기. 어느새 그 시간들이 멀어져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이기에 나에겐 그립고 또 아련한 시간이다. 지나고 나면 모든게 다 아쉽지만 그래도 그 시간을 떠올릴 수 있게 기록해 두었다면 좋았겠다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비록 다시 열어보면 민망하기도 하고, 후회할지도 모르지만 그 당시의 내 감정, 내 생각을 가장 잘 담아둘 수 있는 건 분명 나밖에 없으니까. 가장 찬란했던 그 시기를 너무나 예쁘게 기록해 둔 <천천히 조금씩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를 읽기전에 우선은 부러운 마음이 들었던 이유다.

 

 

네이버 그라폴리오 인기 작가 유지별이의 첫 책으로 학창시절의 추억과 이제 막 시작하는 스무살의 부푼 기대감을 예쁜 그림과 감각적인 글로 담아내고 있다. 따뜻한 봄과 함께 시작된 고3의 마지막 새학기, 푸른 잎사귀 사이로 빛나던 여름의 추억, 선선해진 가을 치른 수능을 끝으로 헤어지게 된 친구들,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다시 돌아와 새롭게 시작되는 스무살의 봄까지 집 안에서, 오가는 버스에서, 창문 밖 풍경 속에 있던 소소한 일상들이 모두 글이 되고 사진으로는 느낄 수 없는 그림만의 아련한 느낌으로 되살아 난다.


 

오늘 있었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 줄씩 기록하는 것,

그것이 하루하루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되어주었습니다.


아~ 읽다보면 나의 19,20살이 어땠는지가 새록새록 떠오른다. 별 다를 것 없이 매일 매일이 똑같았지만 그럼에도 내일에 대한 기대와 나름의 꿈을 안고 하루 하루를 버텼던 나와 그 속에서 힘을 낼 수 있게 해주던 존재들이 다시금 떠오르곤 했다. 대한민국의 학생이라면 다를바 없었을 학교 생활과 비슷하게 했던 생각들, 의문들이 그저 기억속에만 있는 것이 아닌 이렇게 글과 그림으로 남겨두고 표현해 낼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부러웠다. 아마 똑같은 장면이어도 사진으로 채워져 있었다면 이런 감정이 느껴지진 않았을 것이다. 웬지 흐릿한 그림 속에 내 과거의 시간을 투영해 기억해 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스무살만의 감성으로 적어낸 짧은 글들. 모든 것이 합쳐져 청춘의 한 자락을 끄집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 되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난 이미 낭만을 잊고 찌들대로 찌든 어른인건지 읽다보면 좀 오글거리는 부분들이 있긴 했다. 분명 내가 이제 갓 스무살 초반의 청춘이었다면 공감하며 글귀 하나하나가 머릿속에 콕콕 박힐지도 모르겠지만 난 이미 너무 현실의 쓰라림을 많이 겪었나 보다. 그래도 그 시절을 겪어본 사람만이 해줄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고 서두르지 말고 나만의 속도로 나아가라는 진심어린 위로를 보내는 작가의 말은 지금도 급하게 아등바등 나아가기 위해 발버둥치는 우리 모두에게도 와닿을 수 있는 말이 아닐까 싶다. 무엇보다 이 책은 잘 간직해 뒀다 우리 아이들이 이 나이가 되었을 때 읽어보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그때는 이 세상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모르겠지만 끝과 시작이라는 하나의 교차점에 서있을 방황하는 청춘들에겐 언제나 이 같은 책이 주는 위로가 크게 와닿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다. 지금의 작지만 소중한 순간 순간들을 잊지 않고 기억해 둔다면 언젠가는 내게 큰 힘이 되어 돌아오는 시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 저자에겐 이 책이 그런 존재가 되어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힘내자. 조금만 더.

하지만 너무 무리하진 말자.

우리에겐 많은 시간이 있잖아.

남과 비교하지 말고 너만의 시간을 살아가.

천천히, 조금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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