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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오늘 하루는 어땠어?
이가라시 미키오 지음, 고주영 옮김 / 놀 / 2019년 2월
평점 :
너무나 귀여운 캐릭터들로 가득한 보노보노지만 그 내용이 귀엽지만은 않은 독특한 만화로 기억되는 보노보노! 내겐 애니메이션이 훨씬 익숙해서 낯설기도 하지만 그래도 보노보노의 귀여움은 책에서도 사라지지 않는다. 보노보노를 모티브로 한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기도 하며 다시금 재조명 되는 덕에 보노보노 원작 만화 중 가장 좋은 에피소드를 엄선해서 담은 이 책이 나올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랫만에 어린시절에 봤던 만화를 보며 추억이 방울방울 생기고 귀여운 친구들을 보며 웃음 지을 수 있는 잠깐의 여유를 가질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하며 시작된 보노보노와의 만남!
1984년부터 연재되어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보노보노. 그 긴 시간만큼 쌓인 이야기들이 어마어마할테지만 이 책은 그 중 저자가 엄선한 가장 사랑하는 이야기, 독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작품을 한데 모은 책이기에 가장 보노보노다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호기심 많은 보노보노와 작지만 씩씩한 포로리, 화도 잘 내고 폭력적(?)이지만 속 깊은 너부리까지. 세명의 친구들과 못지않게 독특한 많은 친구들이 사는 숲속에서 어떤 큰 사건이나 대단한 일들이 일어나진 않는다. 소소한 일상 속에서 항상 새로운 물음들을 떠올리는 보노보노를 위해 친구들은 함께 고민하고 부딪히며 답을 찾기위해 고군분투하는 그 과정이 때론 좀 우습고 귀엽기도 하지만 깊은 철학이 담겨 있어 생각하면 할수록 마음 속을 휙휙 헤집는 묘한 매력이 가득한 이야기가 바로 보노보노가 아닐까.
그런 건 마음의 문제야, 마음.
자, 내일 모레 일이 지금 여기에 있어?
모레 일 따위, 네 머릿속에만 있다고.
별 다를 것 없는 일상 속에서 무언가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끊임없이 바라본다는 것, 이제 어른이 된 나에겐 힘든 일이다. 뭐든 적당히 넘기고 익숙한 것에 자꾸만 손이 가기 마련인데 보노보노는 어찌나 궁금한 것도 많은지 작은 것 하나도 그냥 넘기는 법이 없다. 그런 보노보노를 위해 함께 고민하고 생각해주는 포로리와 좀 괴팍해도 절대 모른체 하지 않는 너부리까지~ 숲 속의 삼총사들은 지루할 틈이 없을 것 같다. 사실 보노보노를 꽤 어린 시절부터 봤는데 항상 애니메이션으로만 보다 원작을 보니 더 깊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사이사이에 너부리의 끊임없는 발차기와 엉뚱한 보노보노와 포로리의 행동들이 더해져 또 웃으며 가볍게 읽을 수도 있는 어른들을 위한 만화가 바로 보노보노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시절엔 보노보노가 참 답답하기도 하고 쓸데없는 생각을 많이 하니까 맨날 너부리가 짜증을 낸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다시 보노보노를 보게 되니 순수하고 그 누구보다 삶에 대한 깊은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철학자 같다고 느껴지기도 하니 같은 만화를 보고도 언제 어느때에 보느냐에 따라 참 다른 감정을 가질 수 있구나라고 느끼기도 했다. 별 것 없는 숲 속 동물들의 삶에서도 이렇게나 많은 물음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데, 복잡하게 살아가는 우리도 너무 큰 행복을 쫓기 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 속에서 많은 것을 발견하며 살아가는 기쁨을 느낄 수 있다면 더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포로리야, 부서질 수는 있어도 진짜로 사라진 건 아니지 않을까?
점점 작아질지 몰라도, 그래도 남아 있지 않을까?
십 년이 지나도, 그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