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틸 미 - <미 비포 유> 완결판 미 비포 유
조조 모예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살림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내가 나로 살아간다는 것. 쉬워 보이지만 참 힘든 일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그저 세상의 기류에 섞여 부유하듯 살아가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새로운 곳, 새로운 일을 찾아 먼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의 용기는 언제나 대단하다. 하지만 스스로 모든 것을 깨닫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고 분명 새로운 자극을 주고 용기를 북돋아 주는 누군가가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루이자에게 윌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영국의 작은 도시에서 살던 루이자가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도 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비록 윌은 영원히 떠나버리고 그 빈자리가 루이자를 힘들게 했지만, 그럼에도 다시 루이자를 움직이게 하는 힘이 생긴 것 역시 윌 덕분이다. 모든 사람들의 꿈의 도시 뉴욕에서 시작되는 루이자의 마지막 이야기 <스틸 미>는 끝이라는 아쉬움과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라는 묘한 흥분이 뒤섞인 기대감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몇 분 동안 생소한 음식을 먹고 이상한 광경을 보면서 나는 순간에만 존재했다.

온전히 현재에 몰두하고 감각이 살아 있었고,

주위의 새로운 경험을 받아들이려고 내 존재 전체가 열려 있었다.

나는 존재할 수 있는 세상의 딱 한 곳에 있었다.

 


윌은 항상 루이자가 새로운 곳으로 대담하게 떠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루이자는 영국을 떠나 뉴욕의 상류층 집에 어시스턴트로 고용되어 일하게 되었다.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할 수 없는 화려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 함께 이제껏 보지도 겪지도 못했던 새로운 경험들을 하게 된다. 하지만 루이자는 영국에 있는 연인 샘과의 물리적 거리를 이겨내지 못하고 이별의 슬픔을 겪게 되고 어시스턴트 일도 오해를 받아 해고 당하게 된다. 한편 뉴욕에서 윌과 꼭 닮은 조시를 만나며 그녀는 다시금 사랑을 느끼기도 한다. 많은 사건들 속에서 뉴욕에 정착하고 그것을 이겨내고 나아가는 그녀의 당당한 모습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멋진 여성의 당찬 기운을 느낄 수 있다.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펼쳐지는 삶은 흥분과 불안으로 가득하다. 화려한 세계에 발 담그고 있지만 다른 한 발은 이민자라는 뼈 아픈 현실 속에 담겨 있기에, 루이자의 뉴욕 생활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게다가 너무 먼 거리에 있는 연인 샘에게 새롭게 온 불여시(?) 파트너를 신경 써야 하고 또 윌과 너무 닮은 조시가 끊임없이 주위를 배회하며 신경 쓰이게 하니 루이자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하다. 하지만 루이자는 꿋꿋이 뉴욕의 삶을 살아가고 결국 해고를 당해 막막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는다. 나 같았으면 당장 짐 싸서 고향으로 돌아갔을텐데, 그래도 그녀가 진심을 담아 대했던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고 그 무엇보다 윌이 자신에게 바랐던 것을 꼭 이루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일 것이다. 통통 튀는 그녀만의 매력도 크지만 언제나 진심을 다해 상대방을 대하는 그녀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루이자를 좋아해 주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역시 그녀는 평생 윌을 잊지 못하고 윌이 그녀의 삶에서는 항상 큰 부분을 차지할 수 밖에 없을 것임을 다시 한번 느끼기도 했다. 결국 윌을 닮은 조시에게 빠질 수 밖에 없었던 루이자에게 윌이란 너무나 크고 중요한 삶의 한 부분일테니까.

 


'언젠가는' 그 충격을 느끼지 않을 때가 올까.

무의식적이지만 '언젠가는'이라는 말을 하는 자신이 의아했다.

 

꿀벌 타이즈를 신고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하는 사랑스런 루이자를 더이상 만날 수 없다는 것은 아쉽다. 하지만 그녀가 이제는 윌을 떠올리며 슬프고 힘들지 않았으면 좋겠다. 윌이 남겨준 것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더 당당하게 살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졌던 나기에, 비록 사랑에 울고 웃으며 윌을 영원히 잊진 못하더라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멋진 여성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틸 미>를 읽어보니 앞으로 루이자의 걱정을 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그녀가 가진 사랑스런 매력들이 뉴욕에서도 충분히 통하는 것 같으니 말이다. 어디에 있든 무엇을 하든 자신이 중심이 되어 살아간다면 어떤 어려움이 찾아 와도 루이자처럼 충분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새로운 삶을 꿈꾸지만 쉽사리 용기를 내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나도 이렇게 해냈으니 당신도 해낼 수 있어요!'라고 당당하게 외치는 루이자를 만난다면 더 많은 모험가들이 새로운 길을 찾아 떠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윌이 뭐라고 했더라?

그날을 붙들어야 한다고. 기회가 오면 끌어안아야 한다고.

'예스'라고 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조시를 거절했다면, 영원히 그걸 후회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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