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과 함께한 일 년 살림어린이 그림책 52
한나 코놀라 지음, 김보람 옮김 / 살림어린이 / 2018년 11월
평점 :
절판


 

아이들에게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그럼에도 분명히 존재하고 항상 우리 곁에 머물고 있는 것들에 대해 설명해 주면 아이들은 곧바로 잘 이해하진 못한다. 공기도 바람도 모두 우리 눈엔 보이지 않지만 어른인 우리는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정확히 눈으로 보여주며 이야기 해줄 때 가장 잘 받아들이고 쉽게 이해한다. 그래서 나의 긴 설명보다 한 권의 그림책을 읽는 것이 아이에겐 더 잘 이해되고 더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경우가 많기에, 아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있으면 되도록 그와 관련된 그림책을 읽어주며 이야기 해주려고 노력한다. 겨울엔 우리를 춥게 만들지만 여름엔 우리를 시원하게 만들어 주고, 봄과 가을엔 기분 좋은 상쾌함을 안겨주는 바람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는 것을 그림책을 통해 보고 듣다 보면 어느새 아이는 바람을 느끼고 상상하며 머릿속에 기억하게 되니 말이다.

 

 

 

 

핀란드의 작가인 저자가 그려내는 바람의 모습은 굉장히 단순하다.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바람이 하는 일에 대해 월별로 그리고 있는 이 책은 4월로부터 그 여정을 시작한다. 왜냐면 바람은 4월에 태어나고 이때부터 바람의 한 해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따뜻한 봄엔 예쁜 꽃잎들을 흩날리게 해주고, 더운 여름 배가 움직일 수 있게 입김을 불어주고, 선선한 가을엔 나뭇잎을 떨어뜨리고 새들이 먼 길을 날아갈 수 있게 도와주고, 추운 겨울엔 눈과 함께 움직이며 아이들을 신나게 해주기도 한다. 계절마다 하는 일도 바람의 모습도 모두 달라진다. 한장 한장 넘기며 다음달엔 바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아이들과 먼저 상상해보며 읽다보니 바람의 1년은 금새 지나갔다.

 

 

 

 

굳이 계절을 구분하지 않아도 책을 보다보면 바람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다. 바람의 움직임을 정말 단순한 선으로 표현하지만 그래서 아이들은 더 쉽게 현실에선 볼 수 없는 바람을 눈으로 보며 바람의 존재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직선, 곡선등 바람을 나타내는 선이 다양하게 변하는 것을 보며 아이들 역시 바람이 단순하지 않고 여러가지 형태로 우리 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을 상상하게 되는 것 같다. 첫째는 자신의 생일인 4월에 함께 태어난 바람이 더 반갑게 느껴지나 보다. 바람도 4월에 태어난다는 말에 자신과 생일이 똑같다며 너무나 즐거워 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다보면 그 순수함에 나 역시 즐거워지곤 한다. 1년이라는 시간의 흐름을 함께 익히고 눈에 보이지 않는 존재를 상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아이들과 가지다보면 나역시 창 밖의 흔들리는 나무를 보며 바람이 하고 있는 일들을 물끄러미 바라보게 되기도 한다. 잠시나마 순수한 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을 선물해 주는 그림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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