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은 능동태다
김흥식 지음 / 그림씨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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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국어는 그 나라 사람이라면 당연히 잘 할 것이란 생각을 대부분 가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다. 나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에 좀 예민한 편인데(그렇다고 잘 안다는 건 아님) 카톡이나 문자를 써도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되도록 지키려 노력하는 편이다. 그래서 요즘 젊은 사람들의 줄임말도 거의 모르고 일명 급식체를 쓰고 싶지도 않거니와 도저히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투철한 한글 사랑까진 못해도 되도록이면 올바르게 쓰고 싶다는 생각을 하지만 어느새 나도 모르게 조금씩 잘못된 표현들을 쓰는 경우가 많다. 잘못 썼다는 것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널리 쓰이는 표현들은 마음 먹고 공부하지 않는 이상 깨달을 수도 없다. 평생을 써 온 모국어이지만 틀리게 쓰고 있는 수많은 표현들. 그래서 가끔은 내 언어생활을 되돌아 볼 필요도 있지 않을까라는 희미한 반성의 마음을 다잡고 펼치게 된 책이 바로 <우리말은 능동태다!>이다. 



말이 없다면 인간은 무엇인가?
우리말이 없다면 우리는 무엇인가?


 

 

 

 

우리말의 가치와 우리 문화의 깊이를 기록하는 일에 평생을 바치기로 다짐하고 많은 책을 써온 저자는 최근 언론과 사람들의 삶 속에서 한글이 부숴지고 파괴되는 것을 마주하며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말이 소멸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 틀리면 부끄럽고 우리말 틀리면 부끄럽지 않지요?” 라는 말에 우선 나부터가 뜨끔할 수 밖에 없었다. 아이들 외국어도 먼저 우리말을 제대로 익힌 다음에 시작하라는 조언을 많이 듣는데 요즘 우리는 순서가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저자는 그런 우리말이 처한 위기를 의식하고 이 책에 그 분노를 담아 통곡의 말들을 쏟아내게 된 것이다. 


책에서는 수동태를 남발하고 주어를 쓰는 영어의 특징들을 우리 말에서도 고스란히 적용해 쓰는 문제를 지적한다. 수동태는 엄밀히 말하면 우리말에는 없는 문법이고 우리말엔 피동사가 있어 굳이 쓸 필요가 없음에도 영어의 사용이 많아지며 더불어 하나둘 등장하더니 이제는 우리말의 소멸을 앞장서 부추기는 존재가 되었다. 또한 우리말 속 한자어를 한자로 표기하면 한자사대주의로 매도당하며 더이상 우리 아이들은 한자를 배우지 않게 된 사실을 안타까워 한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우리말의 절반 이상이 한자에서 비롯한 언어 체계를 사용하기에 한자를 아는 것이 우리 말을 잘 이해할 수 있는데 도움이 되는데도 말이다. 한글만 사용할 것을 많은 사람들이 강조 하다보니 새롭게 들어오는 외래어들을 그대로 한글로 표기만 하는 단어들이 많아져 조어력은 급속히 약회되고 물밀듯이 들어오는 외래어들을 방어할 언어적 대비책을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것 또한 큰 문제이다. 


이 책을 읽지 않았다면 이때까지 내가 써오던 말들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평생 모른채 살았을 것이다. 무의식중에 많이 들리고 널리 사용되는 말을 아무 생각 없이 나도 쓰게 되기 때문이다. 사실 이 글을 쓰면서도 내가 올바르게 쓰고 있는지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어 피곤하긴 하지만 그래도 분명 우리 말을 올바르게 쓰는 것은 중요하다. 왜 식민지 국가에게 자국 언어를 못 쓰게 막았겠는가, 언어가 가진 힘을 알기에 그 정신과 의미를 말살시키기 위해 그런 것이다. 우리 역시 그런 경험을 통해 우리말의 소중함을 깨닫고 계속 교육 받고 있음에도 우리말이 점점 소멸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나부터도 저자가 제시하는 여러 예문들을 읽으면서 ‘뭐가 잘못된 거지?’라고 생각하게 되니 부끄러울 따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공감이 되었던 건 미국에선 영어의 뿌리인 라틴어를 아이들에게 적극적으로 교육시키지만 우리는 우리말의 뿌리격인 한자를 더이상 아이들에게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자를 무분별하게 쓰자는 건 아니지만 우리말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한자를 잘 알지 못하면 우리말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쓰지도 못한다는 저자의 말이 부모로서도 크게 와닿았다. 어른이 되면 이제 국어는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며 손 놓고 열심히 영어나 외국어만 공부하게 되는데, 우리말에 대해서도 공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번씩 내가 제대로 쓰고 있는지, 잘못된 표현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다보면 다소 과격하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지고 과민하게 느껴져 불편함을 가지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만큼 저자가 우리말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크고 그로인한 안타까움 역시 크기에 그럴 수 밖에 없으리란 생각으로 받아들이면 되지 않을까 싶다. 얇고 작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으니 많은 사람들, 특히 학생들이 한번쯤 나의 언어 사용에 대해 환기시키는 시간으로 이 책을 읽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우리말이 갖는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들의 비율이 커갈수록 우리말의 소멸 시기는 당겨질 것이다. 우리말이 갖는 의미를 알아야 지키건 없애건 할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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