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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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부하게 표현하고 멋지게 쓰고 싶다. 촌철살인하는 엄청난 논리까지는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겐 공감되고 작지만 위안이 되는 글을 쓰고 싶다. 항상 그렇게 희망을 가지고 매달리지만 어디 마음처럼 쉽게 될까. 당시엔 온 마음을 다해 쓴 글이지만 지나고 보면 참으로 낯뜨거운 글들을 많이 생산해 내는 나로선 항상 세련되고 깔끔한 글들을 보며 스스로에 대한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매번 글쓰기의 한계를 느낄때마다 마음을 다잡고 한발 앞으로 나갈 수 있는 힘을 주는 책을 찾아 읽곤 한다. 분명 도움이 되는 글쓰기 책들도 많지만 내가 기대했고 바랐던 것을 충분히 충족시켜 주는 책을 만나는 것은 쉽지 않다. 아마 그들에게도 영업의 기밀이 있을터인데, 그것을 쉽게 내주지는 않을 것이다. 요행을 바라는 것은 아니기에 단순히 잘 쓸 수 있는 방법보단 내가 먼저 글을 써야겠다 느끼고 글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에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찾고 있었기에 <표현의 기술>을 집어들게 되었던 것 아닐까 싶다. 



제 글쓰기의 목적은 언제나 ‘여론 형성’이었습니다. 내 생각과 감정을 남들이 이해하고 공감해 주기를, 그래서 사람들과 함께 무엇인가 옳은 일을 하게 되기를 바라면서 글을 썼다는 뜻입니다.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러하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논리 끝판왕이라 불리며 다수의 베스트셀러를 쓴 작가 유시민이야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글을 잘 쓰기를 희망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을까 싶다. 나역시 글쓰기 욕구가 활활 타오르던 무렵 가장 먼저 읽었던 책이 <글쓰기 특강> 이었으니까. 이 책은 그가 온오프라인을 통해 독자들과 주고받았던 말을 정리하고 보탠 책이다. 단순히 글쓰기에 한정되지 않고 글과 말을 넘나드며 무엇이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는 법을 알려준다. 그가 매번 말하는 영업기밀을 아낌없이 풀어놓는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또다른 저자가 함께 한다.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그림은 바로 <씨네21>에서 20년간 만화를 연재한 만화가 정훈이다. 만화가는 그림과 글 모두를 사용해 표현해야 하기에 사실 어떻게 보면 더욱 어려운 직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그만의 표현의 기술을 만화가가 되게 된 과정을 통해 만화가 특유의 위트 넘치고 진솔하게 풀어낸다. 


표현의 기술이라면 뭔가 거창한 것을 생각하기 마련이지만 엄청난 기술을 가지고 있을 것 같은 그들이지만, 사실 가장 중요한 하나의 핵심을 잊지 않고 담아내는 글과 그림이라면 어떤 기교나 재능은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그들은 이야기 한다. 글 쓰는 사람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고, 그래야 자기답게 글을 쓸 수 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면 무엇이 내 것이고 뭐가 남의 것인지 구별하지 못하고 틀에 박힌, 진부한, 상투적인 글을 쓰게 된다. 어떤 주의나 이념의 틀에 갇혀 속박당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이 내는 소리에 먼저 귀 기울이고, 자유롭게 생각하고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쓴 글에는 나의 생각과 나의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렇게 내가 쓴 글로 누군가에게 공감을 얻고 싶다면, 상대방이 이해하기 쉽고 명확하게 써야 하기에 독자의 입장에서 감정이 이입될 수 있도록 항상 자신의 글을 점검하며 써야 한다. 그림이든 글이든 상관없다. 그것에 자신의 진실한 마음을 담는다면 그 어떤 현란한 기술이나 타고난 재능보다 더 훌륭한 표현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글쓰기는 재능이 있어야만 할 수 있다는 생각을 대부분 가지고 있고, 자신만의 특별한 기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 선뜻 시작하기 어려운면이 있다. 그건 그림도 마찬가지다.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시작조차 할 수 없다는 선입견이 크니까. 나역시 책을 읽고 글로 남기지만 매번 모든 글에 내 진심을 담아 썼다고는 말할 수 없다. 잘쓰고 싶다는 마음이 앞서 내 감정을 숨긴채 썼던 적도 많다. 어쩔 수 없이 읽었던 책에 대한 서평이나 단순히 보여주기 위해 쓴 글은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작위적이고 어딘가 불편했던 나의 심기가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지만 그 순간 내 감정과 마음을 꾸밈없이 쓴 글은 언제 읽어도 그 순간이 다시 떠오르며 몇번씩 다시 되뇌이게 되기도 한다. 거기다 난 내 글을 읽어 줄 상대방을 고려하고 생각하며 글을 쓴 적이 없었던 것 같다. 항상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마음에 들게 쓰려고만 했지 내 글을 읽어줄 사람들에 대한 배려를 담아 쓴적이 과연 있었던가 반성하게 되기도 했다. 아마 단순히 잘 쓸 수 있는 기술적인 면에 포커스를 맞췄다면 이 책을 읽고는 실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읽고나면 분명 어떤 방법이든 그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기술은 나의 진심과 상대방을 위한 배려를 담아야 한다는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그것이 가장 크고 중요한 기술이라는 것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내가 엄청난 베스트셀러를 쓰고 역사에 남을 글을 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는 가지지 않지만, 그래도 누군가의 공감을 얻을 수 있고 또 위로가 되는 글은 쓸 수 있을것이란 기대는 가질 수 있지 않은가. 그렇기 위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좋은 방향을 제시해 주는 책이란 생각이 들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좋게 바꾸려면 우리 자신이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덜 어리석어져야 합니다. 그래서 저는 읽고, 생각하고, 토론하고, 글을 씁니다. 이 세상 어딘가에,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덜 어리석은 사람이 되려고 애쓰는 누군가가 있어서 내 글을 읽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슴에 품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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