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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평점 :
나는 항상 가족의 구성원으로 살아왔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겨왔지만, 가족이라는 존재가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 것인지에 대해서 자꾸만 잊고 살게 된다. 항상 내 곁에 있어주고 전적으로 날 믿고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은 언제나 조건없이 나를 열렬히 지지해주고 사랑해주지만 그런 것을 무조건 모든 사람들이 누리는 것은 아니기에, 가족의 형태가 다양해진 만큼 예전 같은 절대적인 유대감은 떨어지지 않았을까하는 우려가 생기기도 한다. 부모와 아이 둘의 4명으로 구성된 가장 이상적이고 표준이라 생각되는 가족에 속한 나로서는 그래서 일반적인 기준에 부합되지 않는 가족의 형태에 대해서는 생각할 기회가 많지 않다. 분명 모든 가족들에겐 그들만의 사랑과 따뜻함이 넘쳐날테지만, 사회가 정해둔 가족이라는 틀에 맞추려 한다면 그 기준에 완벽하게 들어 맞는 가족이 몇이나 될까 싶다. 그렇게 모두 각각의 문제들을 안고 있겠지만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행복한 것임을 우린 잊고 사는 것 같다.
제스는 낮에는 청소를 하고 밤에는 펍에서 일하며 하루하루를 근근히 살아내는 싱글맘이다. 열일곱살에 전 남편 마티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탠지와 마티가 전 부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니키와 덩치 크고 침만 흘리는 개 노먼과 함께 사는 제스. 니키는 괴짜로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탠지는 수학에 천재적인 재능을 가졌지만 돈이 없어 사립 학교에 갈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큰 상금이 걸린 수학 올림피아드에 탠지가 나가 우승하게 된다면, 사립 학교에 갈 비용을 마련할 수 있게 되어 그들은 보험도 없는 낡은 차를 끌고 시험장으로 떠나지만 결국 사고를 내고 경찰에게 잡히게 된다. 하지만 우연이 그곳을 지나던 에드가 자신의 집을 청소해주는 제스를 알아보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며, 그렇게 에드와 제스, 니키와 탠지 그리고 노먼까지 함께 시험장으로 향하게 된다. 에드 역시 자신의 실수로 내부고발혐의를 받아 곧 재판을 받아야 하는 난처한 상황에서 잠시 피해 있기 위해 얼떨결에 그들과 함께 자동차 여행길에 오르게 된 것이지만 처음과 다르게 그들은 점점 함께 하는 시간속에서 행복과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잔디에 등을 대고 쓰러져서 빙빙 도는 하늘을 쳐다보며, 탠지는 그 모습이 그들의 가족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니까.
제스는 극심한 재정난에 휩싸여 있지만 항상 긍정적이다. 올바르게 살다 보면 분명 좋은 날이 올 것이기에 지금 찾아온 고난을 잘 넘기고 버텨내자고 아이들을 독려한다. 아이들의 아빠가 양육비 한푼을 보내지 않아도 그의 사정을 생각하며 넘겨주고 이해해 주는 말도 안돼게 착한 사람이다. 비록 자신이 낳은 아이가 아니지만 니키를 진심으로 대하고 알아 듣지 못하는 수학 이야기일지라도 탠지의 이야기에 항상 귀 기울여 주지만 그녀를 억누르는 재정의 압박은 결국 그녀를 실수하게 만들고 가장 큰 상심을 안겨준다. 한편 에드는 잘 나가는 소프트웨어 회사를 팔아 엄청난 부자가 되었지만 유년기를 외롭게 보냈고, 그로인해 대학시절 동경의 대상이었던 디나를 도우려다 내부고발 혐의로 모든 것을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된다. 전 부인 역시 돈만 밝히는 여자였고, 디나 역시 자신을 이용해 불법적으로 큰 돈을 벌자 그는 마음을 굳게 닫게 된다. 하지만 그는 어찌보면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제스의 가족들과 함께 여행을 하며 서서히 변하게 된다. 그는 제스를 사랑하게 되고 자신 역시 이 가족속으로 들어가 함께하고 싶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시속 65킬로미터로 차를 모는 동안 무슨 일인가 일어났다.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여기가 아닌 다른 곳이라는 희미한 감각이, 그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사라지기 시작했다.
누구 하나 평범한 사람이 없다. 당장 하루하루 살아가기가 버거운 제스, 괴짜 니키와 수학천재 탠지, 그리고 성공했고 돈은 많지만 사랑에 실패하고 점점 멀어진 가족들을 힘겨워하는 에드까지. 하나로 모으기 힘들 것 같은 각각의 사람들이 가족이 되어 만들어 나가는 이야기는 독특한 그들만큼 재밌기도 하지만 너무나 현실적이고 가슴 아픈 이야기들도 많아서 교차되는 감정들에 정신없이 읽어나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제스의 가족은 각자가 처한 상황이나 생각은 모두 다르지만 그럼에도 그들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며 보살핀다. 심지어 개인 노먼마저도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내놓을 정도로 그들은 뭔가 끈끈하고도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런 가족들과 여행을 하는 에드 역시 서서히 애써 외면하고 피하던 가족이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다가가게 만들고 그 역시 제스의 가족들과 함께할 수 밖에 없음을 느끼게 된다. 현대 사회에서 가족의 의미가 예전처럼 큰 존재로 인식되지는 않기에 그 관계가점점 느슨해지고 희미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정형화된 가족의 형태에만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형태의 가족과 구성원들일지라도 서로간의 사랑이 있다면 그 누구보다 행복하고 튼튼한 울타리가 되어줄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비록 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가끔 실수도 하고 잘못을 하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언제든지 안아줄 수 있는 가족들이 있다면 어려움을 피하지 않고 함께 맞서 나갈 수 있는 큰 힘을 가질 수 있을 것이란 생각도 들었다. 앞으로는 더 다양한 가족의 형태들이 생길 것이다. 가족이라고 우리가 정해둔 기준이 의미가 없는 시대가 될 것이다. 그렇기에 단지 기준에 부합하는 가족의 모습을 만들고 보여주기 위해 애쓰기보다 가족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만나 어떻게 하나가 되어 그 의미를 찾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책이었던 것 같다.
당신과 함께 있고 싶어요. 우리 둘 다 터무니 없는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난 당신과 함께 있으면서 잘못을 저지르는 게, 모든 것이 제대로 된 듯 느끼면서 당신이 없는 것보다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