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회도 살인사건 서해문집 청소년문학 5
윤혜숙 지음 / 서해문집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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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학이라고 쉽게 봤다가 놀란 적이 여러번 있다. 사실 그 누구보다 어려운 독자층이 청소년이 아닐까 싶다. 우선 재미는 당연히 있어야 하고, 그럼에도 아이들에게 교훈이 될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어야 하고, 어렵지 않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조건들을 모두 갖추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시시하고 유치할 것이란 나의 고정관념을 깨준 몇몇 작품들을 통해 청소년들을 위한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느끼기도 했지만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땐 청소년을 위한 책일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계회도가 뭔지도 잘 몰랐던 나는 그저 과거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 정도로만 생각했을 뿐이다. 표지의 검붉은 배경이 암시해주는 의문의 죽음에 대한 흥미진진한 음모들은 어른들이 좋아하는 소재이니 말이다. 



아버지의 죽음에 가까이 갈수록 알고 싶지 않은 진실들이 점점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진수의 아버지는 3년 전, 계회도를 그린 뒤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 검계들에게 살인을 당한 것으로 사건은 마무리 되었고, 진수는 그 뒤로 장 화원이 운영하는 화원에서 일하게 된다. 그러던 중 아버지가 죽은 뒤, 자신을 살뜰히 보살펴준 서화 거간꾼 인국이 아버지를 죽인 살인범으로 잡혀가게 된다. 아버지처럼 따랐던 인국이 그럴리 없다며 진수는 인국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갇힌 인국을 통해 진수는 장화원이 아버지를 죽였고, 계회도를 어딘가에 숨겼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하지만 인국을 위해 사건을 조사하고 알아갈수록 진수는 많은 것을 알게된다. 단순히 검계에게 살인된 것이 아닌, 아버지의 계회도를 둘러싼 인물들에게 일어난 사건들을 통해 점점 진수는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아버지에 대해 알게되고 진짜 범인의 정체에 다가가게 된다. 



아버지의 무덤에 흙을 덮는 그 순간부터 나는 아버지의 죽음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 쳤다. 달아날 수만 있다면 세상 끝까지 달아났을 것이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열네 살의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없었던 일처럼 기억에서 지워 버리는 것 말고는.


 

 

의문의 죽음 뒤에 감춰진 진실과 음모는 낯설지 않은 주제이지만 계회도라는 것은 사실 이 소설을 통해 처음 알게된 것이다. 지금처럼 모임의 순간을 사진으로 쉽게 남길 수 없었기에 사람들은 그 순간을 그림으로 남겼고, 그 모임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해 여러장을 똑같이 그려 나눠가졌다고 한다. 진수의 아버지는 훌륭한 재능을 가지고 있었지만 죽기전까지 큰 돈이 되지 않는 계회도 그리는 것에만 열중했고, 진수는 그런 아버지에게 애정이나 존경의 마음을 가지지 못했다. 본인도 아버지처럼 그림에 재능이 있었지만 그림 그리기를 거부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처음엔 아버지의 죽음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서가 아닌 인국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이 사건에 대해 조사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점점 가족을 힘들게 하고 능력 없는 아버지가 아닌 진정한 화사로서의 아버지에 대해 알게 되며 진수는 모든 진실에 대해 알게 된다. 부와 명예를 위해 부자와 양반들을 위한 그림이 아닌 가난하지만 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그림을 그린 훌륭한 화사였던 아버지를 진수는 그렇게 이해하고 존경하게 된다. 


아마 어린시절엔 부모님에 대한 존경과 애틋함이 진심으로 와닿는 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어른이되고 많은 일을 겪다보면 새삼 우리 부모님이 얼마나 대단한지 뼈저리게 깨닫게 된다. 진수는 비록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그것을 알게 된것이 안타깝지만 그래도 진수 역시 생전의 아버지처럼 진정한 화사의 길로 가게 되는 모습을 보며 나역시 부모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던 것 같다. 역사소설은 그 배경이나 생경한 단어들로 인해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어른인 나에게도 또 아이들에게도 새로운 느낌을 가지고 새로운 지식들을 알게 해줄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복잡하지 않고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함께 등장해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어서 아이들이 읽기에도 큰 부담은 없을 것 같다. 아이들 스스로 진짜 범인을 맞춰보며 읽다보면 한권을 금새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신의 미래를 스스로 선택하고 개척해 나가는 진수를 보며 아이들 역시 자신의 꿈을 놓치지 않고 이루어 나갈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메시지를 심어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어른인 나에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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