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
존 벨레어스 지음, 공민희 옮김 / 살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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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해리포터를 처음 읽으며 느꼈던 흥분과 짜릿함을 아직 기억한다. 하루에 2~3권을 읽어내며 처음 마법의 세계에 대한 동경을 느꼈고 정말 어딘가에 마법사들이 존재하지 않을까, 나도 마법사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희망을 품기도 했지만 점점 그 순수함은 힘을 잃었고 나는 현실적인 어른이 되었다. 하지만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마법이란 참 매력적인 소재다. 마법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기대감, 흥분은 그래서 항상 새로운 마법의 이야기들에 푹 빠질 수 있게 해준다. 눈에 보이는 영상보단 책으로 읽으며 마음껏 내 마음대로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마법 이야기는 그래서 언제나 환영이다. 으스스한 대저택, 미스터리한 인물들과 사건, 그리고 사고뭉치지만 용감한 주인공까지! 그래서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는 그런 흥미로운 요소들을 두루 갖춘 판타지의 정석과도 같은 이야기다. 



루이스가 요즘 들어 생각할 수 있는 거라곤 질문뿐인 듯싶었다. 난 어디로 가지? 누굴 만나게 될까? 내가 그들을 좋아할까? 나에겐 어떤 일이 벌어질까?


 

사고로 부모님을 잃고 고아가 된 소년 루이스는 삼촌인 조너선이 있는 뉴 제비디로 가게 된다. 하지만 삼촌의 집은 뭔가 이상하다. 수많은 시계, 그림이 자꾸만 바뀌는 스테인드글라스와 이상한 코트걸이,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상한 이웃사촌인 짐머만 부인까지. 루이스는 평범하지 않은 기운을 느끼게 된다. 이내 삼촌과 짐머만 부인이 마법을 쓴다는 것을 알게 되고, 집 어딘가에 예전 집 주인인 마법사가 숨겨둔 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아직 친구가 없었던 루이스는 타비의 관심을 얻기 위해 삼촌이 쓰는 마법에 대해, 그리고 자신도 마법을 쓸 수 있다는 허세를 부리게 되고 결국 죽은 사람을 살려내는 마법을 할 수 있다며 공동묘지에 모인 둘은 관이 열리며 세계를 종말 시키려는 계획을 가졌지만 죽었던 마법사 셀레나를 부활시킨다. 그로인해 시계를 둘러싼 지구의 종말은 점점 가까워지게 되는데, 과연 루이스와 두 마법사는 그 시계를 찾아 지구의 종말을 막을 수 있을까?

 

고아가 된 소년, 그리고 알게 되는 새로운 힘, 세상을 파괴하려는 악당. 판타지의 요소를 고루 다 가지고 있는 이 소설은 아이들을 위한 동화이지만 그리 밝지만은 않다. 그 이유가 <벽 속에 숨은 마법 시계>가 고딕이라는 요소를 바탕으로 쓰여진 고딕동화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단순히 환상적이기만 한 마법뿐만이 아닌 어딘가 기괴하고 공포스럽고 음울한 분위기를 풍긴다. 아이들이 읽는다면 조금 무서워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부모를 잃고 의기소침하고 외톨이인 주인공 루이스에게 마법이란 신기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 관심을 끌기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한다. 결국 묘지에서 죽은 자를 살려내 엄청난 위험을 초래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의외로 용기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루이스의 이야기는 어른인 내가 보기엔 허세 넘치고 친구에게 버림받을까 전전긍긍하는, 귀엽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모습이지만 아마 이 책을 읽는 많은 사춘기의 청소년들은 이 시기에 친구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에 대해 이해하고 더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싶다. 



무언가 숨기고 있는 사람은 세상 모든 비밀이 자신과 관련 있다고 생각하게 된다. 루이스는 자신을 드러내는 게 두려워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아이들을 위한 동화지만 어른인 내게도 충분히 매력적인 책이었다. 너무 유치하거나 그렇다고 너무 난해하지도 않은 딱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정도에 쉽게 술술 읽히는지라 아이들이 읽기에도 부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겁이 많은 너무 어린 연령이라면 읽고나서 밤에 조금 무서워 할지도 모르겠다. 마법의 세계를 떠올렸을때 상상하는 것처럼 항상 밝고 명랑한 마법 이야기는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해리포터나 나니아연대기처럼 방대한 양의 책이 부담스러운 아이들이라면 길지 않은 분량에 가볍게 읽을 수 있고 자기 마음껏 생각하고 장면을 그려보는 재밌는 시간을 보내게 해줄 책이란 생각도 들었다. 나역시 책을 읽으며 내내 머릿속으로 주인공들의 모습과 조너선의 저택을 내 마음대로 상상하며 읽었지만 이번에 이 책을 원작으로 개봉한 동명의 영화에선 어떤식으로 이 저택과 주인공들을 그려냈을지 궁금해졌다. 영화에선 아마 내 상상보다 훨씬 화려한 마법의 향연이 이어지지 않을까 기대가 된다. 



루이스는 때때로 걸음을 멈추곤 온몸에 흐르는 소름 끼치는 전율을 느꼈다. 아주 자신만만하고 용맹스러운 기분이 들었지만 동시에 엄청난 두려움도 밀려들었다.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감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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