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겨울의 일주일
메이브 빈치 지음, 정연희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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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라는 자기만의 시간이 생긴다면 어떨까. 나만을 위한 휴식, 가족들과의 단란한 여행, 연인과의 낭만적인 시간. 계획한 것인든 즉흥적인 것이든 오롯이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이 이제 우리에겐 쉽지 않은 일이 되었다. 꿈같은 일주일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상상만으로도 이렇게나 행복해질 수 있는데 말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멀어져 잠깐이라도 일상의 고단함과 아픔을 잊을 수 있도록 돈과 시간을 들여서라도 어떻게든 떠나고자 하는 것일테다. 여행으로 갖게 된 추억은 평생의 기억으로 남아 힘겨운 시간이 찾아왔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자양분이 되어주기도 하니까. 그 기억이 행복하고 많을수록 그만큼 더 탄탄한 버팀목으로 내 인생을 지탱해 주기도 한다. 여행지에서 만나 서로 다른 각자의 사연과 아픔일지라도 끄집어 내어 나누고 함께 하다 보면 어느새 해답을 얻게 되고 치유가 된다면,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결코 길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그곳이 들어보지도 못한 낯설고 먼 곳일지라도 말이다. 

 

아일랜드 서부에 위치한 바다가 보이는 마을인 스토니브리지. 스토니브리지는 말그대로 시골이다. 지루한 시골에서 태어나고 자란 젊은이에게 그곳을 빠져나갈 어떤 기회가 찾아온다면, 앞뒤 재지 않고 우선은 그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치키 역시 자유롭고 넓은 세상으로의 동경으로 아일랜드로 여행 온 윌터 스타를 따라 뉴욕으로 갔지만, 그녀가 생각했던대로의 삶이 펼쳐지진 않는다. 그간 가족들에겐 결혼을 했고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얘기했지만 사실 자존심 강한 치키가 만들어낸 거짓말이다. 이런저런 힘겨움 속에서도 그녀는 스스로 독립적인 삶을 꾸려 나가지만, 고향인 스토니브리지로의 귀환은 어쩌면 정해진 운명처럼 다가온다. 스무살에 고향을 떠나 어느새 중년이 된 치키에게 어느날 스토니브리지의 대서양이 내려다 보이는 절벽 위에 위치한 미스 퀴니의 오래된 대저택인 스톤하우스를 호텔로 고치자는 제안을 받게 된다. 대부분의 날씨가 비가 내리고 바람이 거센 스토니브리지에 호텔이라니, 사람들은 모두 성공은 불가능하다 이야기 한다. 하지만 그녀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스톤하우스를 만들어 나간다. 치키와 미스 퀴니 둘 만으로 호텔을 만들기엔 버겁다고 느낄 무렵, 치키의 친구인 눌라는 더블린에서 홀로 아들 리거를 키우지만 리거는 점점 비뚤어져 소년원을 들락거리고 결국 큰 사고를 쳐 도망치듯 치키에게로 보내진다. 하지만 리거는 치키와 미스 퀴니와 함께하며 어느새 자신의 미래를 착실히 일구어 나가는 청년으로 성장해 스톤하우스의 지배인이 된다. 치키의 조카인 올라는 런던에서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이었지만, 도시 생활에 지치고 상처 받아 잠시 고향에 머물 생각으로 스톤하우스에 합류한다. 저마다 사연 많은 직원들의 열정으로 문을 연 절벽위의 호텔 스톤하우스, 개장 첫주 호텔을 찾은 다양한 손님들은 과연 어떤 사연을 가진채 스톤하우스에 오게 되었을까?



“너는 이곳을 특별한 곳으로 만들 거야. 너 같은 사람들을 위한 장소로 말이지.”
“저 같은 사람은 없어요. 저처럼 유별나고 사연 많은 사람은요.”
“그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알면 놀랄걸, 치키. “


 

마마보이 남자친구덕에 깐깐하고 고집스러운 예비 시어머니와 여행을 오게 된 위니. 유명한 배우지만 회의에 갈 비행기를 놓쳐 충동적으로 오게 된 존. 크루즈를 타고 여행하며 환자를 돌보는 멋진 직업을 가진 의사지만 왠지모르게 힘겨워 보이는 헨리와 니콜라. 큰 회사의 후계자지만 음악을 사랑하고 자유로운 삶을 꿈꾸는 안데르스. 이벤트 선물 응모하기가 취미이자 특기로 이번 여행 또한 당첨되어 왔지만 불만 가득한 윌 부부. 학교 교장이었지만 과거 큰 아픔을 겪고 마음을 굳게 닫은 차가운 넬. 도서관 사서지만 사랑에 큰 상처를 받은 프리다까지. 사연도 제각각 성격도 제각각이지만 어쨋든 그들은 일주일동안 스톤하우스에 함께 머무는 첫 손님들이다. 오게 된 사연도, 각자의 아픔도 다르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맛있는 음식,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따뜻한 호텔, 그리고 치키의 친절하고 세심한 배려로 그들은 모두 조금씩 치유의 시간을 가지게 된다. 손님들은 일주일이 지난 뒤 각자가 가지고 있던 무거운 짐과 문제를 훌훌 털어버리고 가볍고 행복한 답을 찾아 스톤하우스를 떠날 수 있을까. 



나도 내 인생이 이렇게 될 거라는 생각은 못했지. 하지만 살다가 어느 시점이 되면 우리도 정리할 건 정리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해.


 

여행을 갔을 때 어디에 묶느냐는 너무 중요하다. 각자 선호하는 타입은 다를지라도 어쨋든 힘든 여정을 마무리하고 편히 쉴 수 있는 숙소가 아니라면 그 여행을 온전히 즐기기 힘들어 진다. 그래서 아마 사전에 아무 정보가 없는 곳을 덜컥 찾아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지만, 이 책 속의 손님들은 그런것을 따지기엔 각자가 가지고 있던 아픔과 고통이 너무나 컸다. 사실 나만큼 기구한 운명은 없을거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왜 나에게만 이런 힘든일이 생기는지 자책하다 보면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상황에서 멀리 떨어져 생각을 정리하고 환기시키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면에서 스톤하우스는 외지고 먼 곳, 꼬치꼬치 내 사연을 캐묻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주는 적당한 거리감, 그리고 서로의 아픔을 거리낌 없이 공유할 수 있는 새로운 사람들이라는 가장 적절한 요소들을 지닌 훌륭한 여행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게 된 이유도, 풀어야 할 인생도 다 다르지만 어쨋든 모두가 자신만의 답을 찾을 수 있는 가장 최적의 장소 스톤하우스! 거기에 저자가 사랑한 아일랜드의 풍경과 아름다운 음악, 맛있고 정성스런 음식까지 어우러져 나역시 일주일의 휴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게 한다. 그곳에서 보낸 길지 않은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모두에게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진짜 자신의 삶을 찾고 더욱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새로운 힘이 된다면, 누구라도 그런 곳으로 떠나고 싶지 않을까? 아마 이 책을 읽는 누구라도 마지막엔 그런 생각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싶다. 꼭 나처럼 말이다. 



말 그대로 낭만적인 감정이나 별빛이 마법처럼 뿌려진 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은 좀더 깊은 무엇이었다. 자신이 중요하다는 느낌, 혹은 기분좋은 평화의 느낌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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