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츠러들지 않고 용기있게 딸 성교육 하는 법 - 성교육 전문가 손경이의 딸의 인생을 바꾸는 50가지 교육법
손경이 지음 / 다산에듀 / 201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여중, 여고를 나온데다 그 당시 여학생들에게 성교육이란 임신과 출산에 대한 것들을 알려주는 정도로 밖에 운영되지 않았기에 공식적인 루트로 성에 대해 알게 되고 교육 받은 적은 거의 전무했다. 그나마 구성애 선생님이 아이들의 성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어느정도 전파하며 한때 큰 붐이 일긴 했었지만 그럼에도 성교육은, 특히 딸들에겐 단순히 순결을 유지하고 몸가짐을 조심하라는 식의 자기방어적 성격을 띄고 있었다. 그런 사회적 인식속에서 자란 여학생이 자라서 어른이 되었고 부모가 되었고 딸을 키우게 되었다. 집에서도, 학교에서도 제대로 성교육을 받지 못했던 내가 딸을 가진 부모가 되었을 때 과연 내 딸에게 제대로 된 성교육을 해줄 수 있을까? 성교육을 아이들에게 해주어야 겠다는 생각조차 가지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저자의 전작인 아들을 위한 성교육 책을 접하게 되었을 때, 아! 나도 우리 아이들의 성교육을 기관이나 사회에만 맞겨서는 안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내심 딸에 대한 성교육 책을 내주시길 바라고 있었는데 마침 새롭게 출간한 딸을 위한 성교육 책을 내가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 아닐까. 



딸의 성교육을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해야 한다고 부모님도 인식하셔야 딸을 주체적인 여성, 당당한 여겅으로 키울 수 있습니다. 딸을 ‘여성스럽게’ 키우는 시대는 지나갔습니다. 시대가 바뀐만큼 좋은 여성에 대한 기준도 바뀌었습니다. 우리는 딸들을 ‘좋은 여성’을 넘어 ‘좋은 사람’이 되도록 키워야 합니다.


 

 

30만 부모, 학생, 교사, 직장인이 인정한 17년 경력 국내 최고의 성교육 전문가인 저자는 가부장적인 아버지와 남편 사이에서 아들만큼은 ‘좋은 남자로 키우겠다’는 생각으로 직접 성을 배워 아들에게 성교육을 하기 시작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성교육 전문가로 활동하게 되었고 현재 방송과 각종 강연을 통해 성평등 성교육, 젠더교육을 널리 전하고 있다. 아들과 함께 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는 닷페이스의 <엄마와 아들의 성교육 상담소> 시리즈는 300만 뷰를 자랑하며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그로인해 첫 번째 책 <당황하지 않고 웃으면서 아들 성교육 하는 법>을 통해 성평등 시대에 걸맞는 아들 성교육의 중요성을 일깨우며 많은 딸을 둔 부모들로부터의 요청으로 이 책을 출간하게 되었다. 나역시 저자의 첫 책을 접한 순간,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 딸들을 위한 성교육 책이 나오기를 마음속으로 희망하였었다. 다행히 이 책이 나오게 되어 읽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우선은 기뻤다. 성교육은 나에게도 너무나 낯선 분야이니 말이다. 


성교육이라면 남성과 여성의 몸의 구조와 같은 단순한 성 지식을 알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성교육이란 건전한 성 습관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갖도록 도와주고 훈련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성교육은 관계에 대한 교육이라는 것이다. 특히 아들과 달리 딸을 위한 성교육의 핵심은 주체성에 있다고 한다. 자신의 몸에 대한 인식, 자신의 몸은 자신의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나의 성적 행동에 대해서는 나 스스로에게 결정권이 있다는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주체성은 그 무엇보다 부모가 아이에게 가르쳐주고 심어 주어야 한다. 부모가 아이의 몸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가 모두 성교육이기에 부모가 아이를 존중하는 자세로 대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우리 아이의 단계에 맞는 교육과 올바른 성지식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무엇보다 부모들의 공부와 노력이 필요하다. 부모가 적절한 시기에 올바른 정보를 제공한다면 아이를 왜곡된 정보에서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으로 막막하다. 부모인 우리 역시 제대로 된 성교육을 받으며 자라지 못했기에, 정확한 지식과 올바른 방법이 무엇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자는 딸의 성교육을 위해 부모가 가져야 할 핵심적인 원칙과 함께 시기별 성교육 방법과 아이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성지식, 그리고 딸을 가진 부모라면 가장 걱정될 수 밖에 없는 성폭력에 대한 사실들을 차례대로 이야기 한다. 성교육은 아이들이 어느정도 크고 2차성징이 나타날 사춘기 즈음부터 해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생각하고 있던 많은 부모들에게 아이가 어린시절부터 조금씩 인식시키고 알려주며 주체성의 토대를 마련해둬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막연히 꺼려지고 민망하게 느껴지던 성교육의 틀을 깨고 당당하고 친근하게 다가가야 한다는 것, 그 무엇보다 예쁘고 소중한 우리 딸들이 스스로 자신의 몸을 건강하게 챙길 수 있는 책임감을 길러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저 막고, 숨기고, 하지 못하게 하려해도 아이들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훨씬 더 쉽게 성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들이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억지로 막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판단력을 어려서부터 길러주는 것이 맞는 것 아닐까라는 것을 저자는 끊임없이 이야기 한다. 



이제 더 이상 무조건 욕구를 억누르라고만 가르치는 성교육은 의미가 없습니다. ‘성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전제하에 안전하고 책임 있는 성관계를 맺는 방법을 알려 주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됩니다.

 

그리 나이가 많지 않은, 젊은 축에 속하는 엄마인 나지만 성교육이 아직은 민망하고 어색하기만 하다. 여성인 나에게 성교육이란 순결을 지키고 몸가짐을 조심하고 임신와 출산, 낙태와 같은 단순한 지식을 교육받는 것 뿐이었다. 성적 주체성이니 젠더 감수성이니 그런 말은 일체 듣지도 못한채 자랐었다. 피임법 한번 제대로 배워 본 기억이 없었으니 지금 이 책에서 말해주는 모든 것들이 낯설 수 밖에 없다. 하지만 나역시 여성으로 살아오며 겪었던 차별과 많은 문제들을 우리 딸들은 절대 겪지 말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 있기에 이 책을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아무리 여성들의 인권과 권리가 향상되고 있다고 해도 성폭력이라는 범죄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성들이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기에 딸을 키우는 엄마로서는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그런 딸을 둔 부모들의 마음을 잘 알고 있는 듯 성폭력에 대해 따로 챕터를 두어 세세히 설명해 주고 있다. 막연히 피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었던 나지만 사실 성폭력은 피한다고 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부모로서 꼭 알고 있어야 할 성폭력에 대한 사실들을 세세히 알게 되며 새로운 지식과 관점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시기에 맞는 성교육 방법과 특히 중요하고도 예민한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의 심리와 생각들을 교육자로서 많이 접할 수 있었던 저자이기에 더욱 생생한 경험담과 사례들을 통해 아이들의 마음과 생각들을 접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그 무엇보다 아이가 스스로 자신의 몸을 지키고 소중히 여길 수 있는 주체성을 가지고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멋진 여성으로 키울 수 있다면, 성에 대해 딸을 둔 부모로서의 걱정은 하지 않을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책 한권으로 당장 아이들을 위한 모든 성교육 지식을 알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시작부터 막막하게만 느껴지던 딸을 위한 성교육을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또 어떻게 아이와 교감하고 접근해야 할지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릴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 나 스스로가 좀 더 당당하게 아이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마음가짐, 그리고 올바른 성에 대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던 유익한 시간이었다. 



당장은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당혹스러우시겠지만, 오히려 잘만 활용하면 아이와 더 친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아이의 부끄럽고 창피한 경험까지 인정해 주고 안아 주면 아이는 부모님에 대해 믿음과 신뢰를 가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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