펭귄 하이웨이
모리미 토미히코 지음, 서혜영 옮김 / 작가정신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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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사실이라 주장하여도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내 눈앞에서 일어난 일일지라도 절대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런면에서 나는 귀신이나 외계인의 존재를 부정하진 않는다. 한번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그래도 분명 우리가 규정할 수 없는 어떤 존재나 상황들을 거짓이라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어른이 되면 현실에 막혀 그런 것들에 의문을 가지고 호기심을 가지며 생각해볼 여유가 없다. 그러나 아이들의 상상과 호기심은 엉뚱하기도 하지만 너무나 순수하고 어찌보면 굉장히 진지하기도 하다. 그래서 어른들이 보기엔 아무 의미 없어 보이는 것들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 아이들은 아마 실제 현실에서 마주치는 불가사의한 상황 역시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되지 않을까. 아오야마가 도저히 도시에선 마주칠 수 없는 펭귄을 만나 깊이 있는 연구에 돌입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수수께끼를 풀어봐. 어때, 할 수 있겠니?


 

 

 

모리미 도미히코의 소설은 두번째다. 첫번째는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 였는데 강렬한 소설로 내 기억에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 <펭귄 하이웨이>는 일단 표지에 이번에 개봉된 애니메이션의 귀여운 펭귄과 더 귀여운 소년이 그려져 있어 얼핏 보면 아이들을 위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내용일 것이란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는데 저자의 이름을 보고 순간 매치가 안돼기도 했다. 술과 향락의 세계를 보여주던, 소위 어른의 세계를 담고 있던 전작에 깊은 인상이 남아서인지 모르겠다. <펭귄 하이웨이>는 저자가 이때까지 교토를 배경으로 작품을 써오던 것과는 다르게 이례적으로 교토가 아닌 이름 없는 교외의 주택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용한 마을에 펭귄이 나타나며 벌어지는 일들을 환상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2010년 제 31회 SF대상을 수상하고 서점 대상 3위까지 올랐다니 저자의 명성과 저력을 여실히 확인시켜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초등학교 4학년생인 아오야마는 매일 같이 연구에 매진하고 어제보다 더 훌륭해지기 위해 노력하는 보기드문 진지한 초딩이다. 어느날 등굣길에서 우연히 공터에 모여있는 펭귄들을 마주치게 되지만 이 펭귄들은 트럭으로 운반되다 감쪽같이 사라진다. 여러가지 자기만의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아오야마는 펭귄의 출현으로 펭귄 프로젝트에 돌입, 펭귄들이 바다에서 육지로 올라올 때 으레 지나가는 루트를 ‘펭귄 하이웨이’라고 부른다고 책에서 읽게 된다. 그 말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아오야마는 이번 펭귄 출현에 대한 탐구의 제목을 ‘펭귄 하이웨이’로 정한다. 하지만 어느 날, 아오야마는 짝사랑하던 치과 누나가 펭귄을 만들어 내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콜라캔을 공중으로 던지자 콜라캔이 펭귄으로 변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 뒤로도 누나는 미스터리한 행보를 보인다. 엄청나게 피곤해 보이며 몇일씩 잠적하기도 하고, 펭귄뿐만이 아니라 체스판에서 박쥐를 만들고 우산에서 꽃을 피우기도 한다. 누나 역시 자신의 상황을 잘 알지 못하고, 아오야마에게 이 수수께끼를 풀어달라 말한다. 그러던 중 아오야마는 친구들과 지도에서 찾을 수 없는 초원과 그곳에 있는 정체불명의 ‘바다’를 발견하게 되고, ‘바다’ 연구와 펭귄 연구를 거듭할수록 모든 것이 누나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게 된다. 하지만 아오야마는 누나의 정체를 알아갈수록 누나를 다신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혼자만의 연구를 진행하지만 펭귄과 바다와 재버워크들로 인해 마을은 점점 혼란과 위험에 빠지게 된다. 



나는 왜 누나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마음이 기뻐질까, 그리고 내가 기쁘게 생각하는 누나의 얼굴은 왜 유전자에 의해 완벽하게 만들어져서 지금 저기에 있는 걸까, 하는 것을 나는 알고 싶었다.


 

 

 

귀여운 펭귄에 더 귀여운 소년이 나오는 SF라니, 뭔가 안 어울릴듯 연결되지 않는 의문을 가지고 읽기 시작한 소설이지만 왠걸,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뒷 이야기가 궁금해져 나도 모르게 앉은 그 자리에서 끝까지 다 읽어버리고 말았다. 사실 조용했던 마을에 어떤 미지의 존재가 찾아온다는 설정은 낯설지 않지만 그게 펭귄이라니!! 전혀 낯설지 않은 존재지만 남극도 아닌 일본 교외의 마을에 펭귄이 나타난다면 누구나 당황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여타의 아이들은 한바탕 소동으로 넘길 일이지만 주인공인 아오야마는 평소 비범한 연구를 통해 다양한 지식을 끊임없이 쌓아온 애어른이기에 놓치지 않고 펭귄 연구에 돌입한다. 하지만 비록 머리에 든 건 많을지라도 애는 애다. 어른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펭귄, 누나, 그리고 바다는 어찌보면 기이하고 현실에선 인정할 수 없을만한 것들이지만 아오야마와 친구들의 시선에서는 재밌고 궁금하고 호기심과 상상을 자극하는 재미있는 요소로 인식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들의 연구를 얕잡아 볼 순 없다. 방대한 우주지식과 과학지식을 가진 아오야마와 친구들은 어른보다 더 어른스럽게 연구에 임하고 또 그 문제를 풀어나가니 말이다. 초등학교 4학년들이 상대성 이론에 대해 토론한다니 사기캐릭터에 위화감이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누나의 가슴을 좋아하고 유방에 사로잡히는 응큼한 구석도 있고 일편단심 누나에 대한 짝사랑을 이어가는 순수하기도 한 다양한 매력을 가진 소년이기에 아오야마에게 빠지지 않을 수가 없다. 거기에 아오야마와 대비되는 뭔가 나른하고 신비한 분위기를 풍기는 누나와 체스 소녀 하마모토, 우주박사지만 겁많은 우치다, 그리고 아오야마와 우치다를 괴롭히는 스즈키까지 SF적인 펭귄 이야기와는 별도로 현실적인 초딩생활의 모습을 그리며 소년들의 우정과 성장, 그리고 누나에 대한 아오야마의 순수한 사랑까지 모든 것이 다 어우러진 한가지 장르로는 못밖을 수 없는 소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현실적인 이야기, 죽음이니 ‘바다’니 세상의 끝이니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 난무하지만 그럼에도 저자 특유의 유머가 녹아있고 4학년 나름 순수한 아오야마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기에 거부감이나 부담없이 귀엽게 다가온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졌을때 가장 재밌을 것 같은 소설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기에 개봉되는 영화에서 어떻게 이 이야기들을 표현해 냈을지 기대가 된다. 아무래도 영화도 보게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가설을 세우고 싶은 것도 아니고, 이론을 만들고 싶은 것도 아니다. 내가 알고 싶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었다.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것만이, 내가 진정으로 알고 있는 유일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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