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렇게 살기 힘들까 - 삶이 괴롭기만 한 당신에게 건네는 위로
미나미 지키사이 지음, 김영식 옮김 / 샘터사 / 201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삶이 언제나 행복할 수는 없겠지만, 이상하게 행복한 순간보다 힘들고 괴로운 순간이 훨씬 더 빈번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인생에서 고통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것을 가지고 겉으로 행복해 보이는 사람일지라도 누구나 자신만의 고통이 있고, 그것을 잘 극복하고 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하며 자신만의 지혜를 터득하는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잘 꾸려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지혜를 익힐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아마 종교일 것이다. 어떤 종교이든 자신이 공감할 수 있고 자신이 처한 문제에 대한 답에 근접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는 종교가 있다면 삶을 살아가기에 훨씬 더 수월할 것이다. 각자가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겠지만 힘겨운 순간 내게 위로가 되는 존재, 용기를 주는 존재는 그래서 꼭 필요하다. 



인간은 의식의 저변에 삶보다도 죽음 쪽을 훨씬 사실적으로 느낀다고 한다면, 힘이 항상 부족하기 쉬운 삶에 ‘의미’나 ‘가치’를 주입함으로써 죽음에 대항하는 힘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 아닐까.


 

 

1958년 나가노현에서 태어난 저자는 와세다 대학 문학부(미술사학 전공)를 졸업한 후 대형 백화점에서 근무했다. 1984년 조동종에 출가하여 후쿠이현의 대본산 에헤지에서 2003년까지 약 20년간 수행 생활을 했다. 2005년 아오모리현 오소레산 보다이지의 주지 대리가 되었으며, 현재 후쿠이현 레이센지의 주지이다. TV 출연, 강연, 저술, 블로그 등으로 속세와 소통하고 있는 그는 여러 저서를 쓴 작가이기도 하다. 불교를 깊이 공부한 저자이고 불교의 가르침 아래 있지만 이 책에선 불교용어를 사용하거나 불교의 사상을 전파하고자 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 책은 불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더 나은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도움을 주기 위한 카운슬링과도 같은 책이라고 볼 수 있다. 저자 역시 스스로 삶이 괴로워, 자살하지 않기 위해 승려의 길을 택했다고 하니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그 이야기에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던 것 아닐까. 그렇게 터득한 지혜를 담은 책이 <왜 이렇게 살기 힘들까>이다. 

 

 

 

우린 왜 이렇게 사는게 힘들기만 할까. 분명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있기 마련이지만 이상하게 우린 나쁜 일에 더 집착하곤 한다. 저자 역시 “인생에는 원래 즐겁고 기쁘고 좋은 일보다 괴롭고 안타깝고 슬픈 일이 더 많습니다.” 라고 말해주니 어느정도 위안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어쨋든 나말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때면, 훨씬 더 힘들고 괴로워진다. 칭찬 받고, 인정 받고 싶지만 지금 사회는 적자생존, 누군가를 짓밟고 올라갈 수 밖에 없는 사회가 되었다. 그래서 성취감보단 공허함을 더 많이 느끼게 되고, 그 고독은 사람을 절망으로 몰아넣는다. 사람들은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나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조차 제대로 정의할 수 없다. 그런 혼란은 부모와의 관계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 또한 틀어지게 만들고, 그렇게 고립된 자신을 견디지 못해 자살을 하게 되는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분명 죽은 뒤의 상황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뒤 행복하고 평온한 상태가 되는지도 모르지만 그저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의미나 가치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극에 달하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승려로서 종교가 그런 사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저자는 ‘확실한 것은 없다’는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에 두고 종교를 어떤 진리를 체득하기 위한 것이 아닌 인생을 잘 살아내기 위한 안내와 같은, 처세술이 아닌 처생술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 힘든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삶의 자세나 사회적 변화를 이야기하지만 인생에 정해진 정답은 없기에 힘들지만 살아가기로 선택했다면 그것만으로 훌륭하다고 말한다. 삶이 고귀한 것이 아니라 삶을 받아들이는 그 자세야말로 고귀한 것이다. 



내가 무엇인지 결정하는 것은 나 자신이 아니다. 우리는 타인에게서 ‘태어나버린’ 것으로 시작되어, 언어에 의한 사고, 직립 보행, 감정, 욕망에 이르기까지 주위 사람의 가르침을 통해 ‘사람’이 된다. 즉 ‘나’는 ‘타자’를 근거로 하여 타자와의 관계로 성립되는 존재이다.

 

 

 

 

 

 

대부분 사람들이 자살은 옳지 않은 선택이라고 여긴다. 소중한 삶을 그렇게 쉽게 포기하는 것을 두둔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승려인 저자가 이 책에서 삶과 죽음, 그리고 자살을 대하는 태도는 사실 조금 놀랍다. 불교 신자라고는 하지만 그 깊은 가르침까지는 모르는 나이고, 일본과 한국의 불교는 어느정도 차이가 있겠지만 저자가 이해하고 있는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에 둔 이야기는 우리가 태어난 것부터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며 우리는 죽은 뒤의 상황 역시 알 수 없다. 그렇다면 알 수 없는 것들을 굳이 알려고, 정의 내리려고 노력하지 말고 알 수 없는 채로 받아들인 상태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참 애매한 답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우리가 스스로 선택하지 못하고 알고 싶어도 알 수 없는 것들을 알아내려고 노력하며 괴로워하는 것보다,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라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자살에 대한 저자의 생각 역시 자살하는 사람이 나쁘다고도 자살이 악이라고도 생각지 않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는 쪽을 택하는 사람에게 공감하고 훌륭하다고 생각한다는 것이 죽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가지게 해주기도 했다. 힘든 시대를 살아가느라 힘들었다고, 삶의 괴로움에 대해 고뇌하느라 힘들었다고 위로해주는 저자가 알려주는 그래도 삶을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지혜와 용기는 그간 인정하기 싫고 답을 찾을 수 없었던 삶의 많은 물음들에 괴로웠던 우리에게 조금이나마 힘든 것들을 내려놓을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생각이 든다. 



물음’을 바꾼다. ‘나는 무엇인가’ 같은 것을 생각하지 말고, ‘내게 소중한 것은 무엇인가’, ‘내게 소중한 사람은 누구인가’를 생각한다. 내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을 소중히 하고,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배반하지 않고 살아가면 자연히 길은 열린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