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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하게 사랑하는 너에게 : 뻔하지만 이 말밖엔
그림에다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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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사랑이란 존재할까라는 의문을 예전엔 가졌던 것 같다. 사랑하는 연인과도, 친구와도, 동료와도 여차하면 돌아서 남남이 될 수 있기에 완벽한 사랑이란 없다고 생각했었다. 가족간의 사랑도 모두 똑같이 사랑하고 모두 영원할 순 없다. 사소한 돈 문제와 가치관 차이로 언제든 남처럼 멀어질 수 있는 것이 가족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은 완벽하게 헌신하고 희생할 각오가 담긴 그 무엇보다 엄청난 힘과 무게를 지닌 사랑이다. 완벽한 부모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나 부족한 것 하나쯤은 있기 마련이고 아이가 원하는 모든 것을 100% 들어줄 수 있는 부모가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이 세상 가장 강력한 사랑의 형태를 꼽으라면 부모가 아이에게 주는 사랑이 아닐까.
내가 누군가를 필요하다고 느낄 때, 누군가가 나를 필요하다고 느낄 때 존재 이유를 알게 된다고들 한다. 가족 안에 그 답이 있다는 걸 알기까지 지구를 한 바퀴 돌아온 느낌이다. 늘 그렇듯 답은 가까이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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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14년 동안 지극히 평범한 회사 생활을 하다 육아 휴직을 했다. 이때 SNS에 ‘그림에다’라는 필명으로 아들과의 시간을 기록했고, 많은 부모들에게 공감을 얻어 《천천히 크렴》이라는 책을 냈다. 다시 회사에 복직하고, 회사원과 작가라는 이중 생활을 시작했다. 그래서 더 바빠지기도 했지만, 아들과의 깊어진 애착 관계를 통해 ‘내 아이를 어떻게 키워야 할까?’라는 고민을 하게 되었고, 그 답을 찾아 온 가족이 지구 반대편 핀란드로 떠났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본 이야기들을 엮어 《똑똑똑! 핀란드 육아》라는 책을 냈고, 같은 고민을 하는 전국의 부모들에게 강연으로 그 이야기들을 전하고 있다.
아이와의 관계가 깊어질수록 아빠가 필요한 순간을 감지할 수 있게 되었고, 이제는 진정 아빠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겠구나 싶다.
나는 서서히 아빠라는 이름에 물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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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아직 아빠가 육아휴직을 쓴다는 건 생소한 일이다. 엄마가 아이를 키우는 것이 당연하고 아빠들은 늦게 퇴근해 아이의 잠든 얼굴만을 보아야 할 때가 많다. 하루종일 혼자 아이를 봐야 하는 엄마의 힘듦은 말할 필요도 없거니와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아빠들은 아이와의 교감부족으로 점점 멀어지게 된다. 옛날 아빠는 돈만 잘 벌어와도 인정받고 아빠로서의 의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얘기할 수 있었지만 이젠 시대가 변했다. 육아는 혼자만의 일이 아니며 부부 공동의 일, 가족이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책의 저자는 아이와 아내를 위해 육아휴직을 하고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일을 분담하며 엄마에게도 자신만의 시간이 주어지며 아이는 아빠와 친밀해지고 아이의 성장과 가족의 성장을 함께 겪어나간다. 네이버 맘키즈 콘텐츠에서 베스트 인기 콘텐츠로 꼽히며 많은 부모들에게 공감을 얻은 건 아이의 성장 과정과 함께 부부의 성장 과정 또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육아에 대한 팁이나 고단함을 드러내기 보다 부부가 서로 양보하고 배려하며 점점 서로를 이해하고 함께 걸어가는 것을 보여주려 한다. 그래서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지금 이 순간의 행복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아이를, 아내를, 가족을 간결한 그림과 담담한 문체로 기록한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저자의 가족에 대한 사랑이 고스란히 느껴지기에 아이를 키우는 똑같은 상황의 수많은 부모들에게 큰 공감과 감동을 일으킨다.
가족은 그렇게 잊혀질 수 없는 기억들로 연결되어 서로를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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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도 그림도 모두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그 수수함과 단순함에서 그 무엇보다 깊은 가족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묻어난다. 그래서 더 큰 감동이 밀려오는 지도 모르겠다. 단숨에 읽어 나갔지만 격하게 고개 끄덕이기도 하고 진짜 우리집 사진을 찍어서 저자가 그려둔 것은 아닌지 순간 의심이 들기도 할 정도로 비슷한 상황들에선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예고 없이 가슴에 훅 하고 날아드는 감동들에 눈물이 고여 억지로 참아내느라 혼나기도 했다. 나도 아이를 키우며 시간이 흐를수록 드는 생각이 아이들은 너무 빨리 자란다는 것이다. 고된 육아의 시간이 그 당시엔 길게 느껴지지만 지나고 나면 그 시간이 얼마나 찰나와 같이 짧은 순간이었는지를 느끼는 순간 찾아오는 감정은 참으로 복잡하다. 그래서 아이의 사소한 작은 행동도 놓치고 싶지 않아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눌러대고 가득찬 사진함의 옛사진을 보며 추억과 그리움에 젖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육아는 절대 쉽지 않은 일이고 힘든 순간도 많지만 혼자가 아니라면 얼마든지 버텨낼 수 있다. 남편의 작은 배려와 사소한 위로만으로도 지금보다 더 행복한 육아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아마 많은 엄마들이 말하고 있지만 남편들은 이상하게도 잘 알아차리질 못한다. 모쪼록 많은 남편들이 아빠의 시선에서 쓰인 이 책을 많이들 읽어 모든 가정에서 행복한 육아를 하고, 지금 아이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소중하게 생각할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때는 힘들어도 지나고 나면
아쉬움이 남는 것 중에 하나가 육아 아닐까?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돌아가도
또 아쉬움이 남는다면
지금 행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