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날들
한은서 지음 / 자화상 / 2018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기억 하고 싶은 순간을 어떻게 남기는 게 좋을까. 그저 머릿속에, 마음속에 담아두기만 한다면 언젠가는 휘발되어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정말 기억하고 싶은 것들은 글이나 사진, 그림으로 남겨둬야 한다. 잊고 살던 시간중에 우연히 발견한 흔적들로 그날의 기분과 느낌이 고스란히 다시 살아나 온 몸을 감싸면 왠지 그날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기록하고 남겨두어야 한다. 특히나 행복하고 좋았던 일로 가득한 하루였다면 훗날 힘든 순간 잠시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 가슴 아프고 슬펐던 순간을 잘 극복해 낸 자신을 되돌아보며 현재의 상실을 이겨낼 용기 또한 받을 수 있을지 모른다. 환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슬픔을 머금은 큰 눈을 가진 소녀들의 다양한 모습에서 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듯이..

 

 

 

사사롭고도 따뜻한 그림을 그린다는 저자의 그림 에세이 <좋은 날들>은 그래서 따뜻하고 풍부한 감성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풋풋한 소녀의 모습부터 성숙한 여인의 모습까지 사랑의 설렘과 아픔, 꿈꾸는 젊은 시절의 나를 떠올리게 해주는 그림에서 지나온 나의 시간들을 다시금 되돌아보게 된다. 환하게 웃고 있는 모습에서 여름의 싱그러움을 느끼고 눈물을 가득 머금은 두 눈에서 쓸쓸한 가을을 느낄 수 있는 각각의 그림들이 연상시키는 계절들의 이미지가 있다. 꾸밈없이 순수한 소녀들의 모습부터 선명한 전통 한복을 입은 단아한 모습까지 다양한 감성을 지닌 그림들이 각각의 메시지를 담으며 공감을 불러 일으키게 한다. 

 

그림과 함께하는 좋은 구절들은 서로 어우러져 그림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의미를 함께 전달한다. 그로인해 우리에게 다가오는 위로의 크기는 더욱 커진다. 그 속에는 그 무엇보다 당신은 소중한 존재라는 세심한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있다. 사랑으로 행복했던 시간도, 힘든 이별도, 삶의 고통도,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빛나는 순간도 모두 다 나의 삶이고 나의 모습이다. 그래서 그림에서 나의 과거의 모습을 떠오려 보게 되었던 것 같다. 그때에 비하면 지금은 좀 더 성숙해진 나를 깨달으며 지금의 내 모습을 좀 더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얻을 수 있었다. 


마지막에는 저자가 직접 그림을 그리는 과정을 따라하며 나만의 그림을 그릴 수 있고 또 컬러링을 할 수 있는 페이지도 있어 비록 저자처럼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지만 어려운 사람들에겐 자신만의 감성을 표현할 수 있는 좋은 챕터가 마련되어 있다. 단지 보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넘어서 직접 그려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해주려는 세심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그림은 그저 인물을 똑같이 그리기만 한 그림이 아니라 한명 한명의 그 순간의 감정들이 함께 담겨 있어 단순히 눈을 즐겁게 해주는 그림을 넘어서 공감과 위로를 전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지만 인물을 그리는 것은 너무 어려워 시도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는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림을 보다보면 나의 아름다운 순간, 또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가장 예쁘고 행복한 순간을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으로 간편하게 모든 것을 남겨둘 수 있는 시대지만 따스한 손길이 닿은 그림이 가지는 또다른, 더 큰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