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곱게 늙기
송차선 지음 / 샘터사 / 2018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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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어느 누구도 비켜갈 수 없는 것이 세월의 흐름이다. 하지만 늙어감을 자각하지 못하고 살다 어느순간 거울에 비친 낯선 내 모습에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영원히 지금 모습 그대로일 것 같은 착각에 나를 돌보지 않는다면 깊어진 주름 만큼이나 큰 좌절을 느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늙어감에도 준비가 필요하고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외모를 젊어보이게 가꾸는 것만이 아니다. 내 나이에 맞게 곱게 늙어가는 것, 쉬워 보이지만 단지 시간의 흐름에만 맡겨 둔채 노력하지 않는다면 절대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나이가 들고 늙어가면서 기력이 떨어지고, 병들고, 그래서 아프고, 그렇게 죽어가도록 만들어진 것이 인간이고 그것이 현실이지요. 그러한 삶의 현실을 바꿀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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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석관동 성당의 주임신부로 이 책은 시니어아카데미 요셉대학의 강의내용을 바탕으로 늙어감이라는 불가피한 자연적 현상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하는 담론을 담고 있다. 통상적으로 80대에 자연사한다고 가정했을 때 아직은 죽을 때까지 갈 갈이 남아있는 저자로서는 곱게 늙는 것이 목표이기에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우리에게 어떤 방법이나 지침을 내려준가기 보단 저자 스스로가 이렇게 살아가야 겠다고 생각하고 다짐한 자기고백에 가깝다. 이미 늙어버린 자신을 마주한 순간에 곱게 늙어 가기를 바라는 것은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저자는 단지 노년을 코앞에 둔 중년이나 이미 노년의 삶을 살고 있는 노인들 뿐만이 아닌 젊은 세대들부터 이 책을 읽고 서서히 늙어감을 준비하고 맞이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길 바란다.
그렇다면 곱게 늙는 다는 건 어떤 걸까? 우리가 바라는 동안의 외모나 멋진 옷으로 치장하여 늙어감을 역행하는 것이 아니다. 열린 마음으로 노인의 삶을 받아들이는 것부터가 시작이다.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년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들이는 것도 삶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한 방법이다. 또한 가깝게 다가온 죽음에 대해서도 부정적이거나 연연하지 않고 초연해지는 것이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 준다. 젊은이들의 말도 경청할 줄 알고 자신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면 인정하고 물러날 수도 있어야 한다. 상대방의 말을 들어준다는 것은 이타적 행위고 작은 것 같지만 큰 배려다. 그로인해 더 성숙한 연장자로 존경받을 수 있다. 우리 사회에는 아직 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인식이 크게 자리잡고 있지만 그것을 당연한 권리로 생각하며 무조건 양보 받으려 하는 것이 아닌 내어놓고 물려줄 수 있는 마음도 필요하다. 하지만 살아온 시간만큼 아는 것도, 경험한 것도 많은 노인들은 자칫 자신의 생각과 말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는 고집이 생기기 쉽다. 급변하는 시대에 과거 자신의 경험에만 얽매여 이미 무의미해진 생각들을 놓지 못하면 어느순간 자신의 곁엔 아무도 없을지도 모른다. 흘러간 세월을 받아들여 겸손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가 깊어진다면 자연스럽게 예의를 갖춘 품위 있는 사람이 된다. 또한 자기 자신을 위해서도 계속 정진해야 한다. 삶에 활력을 줄 수 있는 취미와 꾸준한 공부, 그리고 봉사로 자신에 대한 관심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애써 젊어보이기 위해 의학의 힘을 빌려 인위적인 젊은 모습 보다는 청결한 상태와 밝은 표정만으로도 충분히 나이에 맞는 품위 있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초연함과 평화로운 마음가짐을 가진다면 자연스럽게 외모에서도 그 기운이 풍겨나올 것이다.
비록 외모는 형편없이 변했지만 내면의 아름다움은 외적 분위기로 드러날 수 있습니다. 행위는 존재를 반영하듯이 내면은 드러나게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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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 나이 많은 어른들이 많지 않지만 처음 만나는 분임에도 고상하고 품위가 절로 느껴지는 분들이 있다. 대화를 나눠보면 상대방을 대하는 자세나 언행에서 기품이 느껴진다. 그런 어른을 만나면 절로 닮고 싶고 나도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분이 살아온 삶을 전부 알 순 없겠지만 충분히 짐작은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그런 어른이 되려면 어떻게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할까라는 의문을 가지게 된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자신만의 고집과 아집으로 똘똘 뭉쳐져 그 누구의 말도 듣지 않고 나이 먹은 것을 대단한 훈장처럼 여기며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노인들을 보면 절로 피하게 되고 혹시 나도 늙으면 저렇게 되는건 아닌지 두려워지기도 한다. 아마 누구라도 늙어서 존경받는 삶을 살고 싶지 사람들과 동떨어진 외로운 삶을 살고자 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켜켜이 쌓인 해묵은 습관과 생각을 이미 노인이 되어 고치고 바꾸려 한다면 너무나 힘들 것이다. 그래서 저자의 이야기처럼 젊었을 때부터 미리 준비하고 의식하며 살아야 한다. 몸과 마음의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꼬장꼬장한 꼰대 노인이 되어 모두의 외면을 받을지도 모른다. 끝까지 자신이 쥔 것을 놓치 않으려 욕심을 부리고 잘못된 신념과 빛바랜 통념에 집착하는 노년의 삶이 행복할리가 없다. 열린 마음과 삶에 대한 여유, 그리고 현재에 충실하고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느끼며 살아간다면 품위 있고 고운 노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이 순간이 얼마나 행복하고 소중한 시간인지, 지금에 충실해야 섬세하게 자각할 수 있습니다. 현재를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면 지금 존재함에 대한 감사와 기쁨,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