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에쿠니 가오리 지음, 마츠다 나나코 그림, 임경선 옮김 / 미디어창비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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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는 흔하게 우리 주위를 날아다닌다. 예쁜 날개로 빠르게 날아다니는 나비는 자유로워보인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알록달록 아름다운 꽃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나비는 행복해 보인다. 외모가 아름다운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사랑 받으며 마냥 행복한 삶을 살아갈 것 같은 생각을 가지는 것처럼. 하지만 고정되고 각인된 삶 보단 어디서든 녹아들어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이 정말 행복한 삶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무엇이든 될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나비처럼..

 

에쿠니 가오리는 일본과 한국 모두에서 사랑 받는 감성을 지닌 작가다. 화려하지 않고 꾸밈 없지만 섬세한 문체와 서서히 마음속에 스며드는 매력을 가진 글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런 그녀의 글을 나 역시 좋아한다. 그런 저자가 낸 그림책은 어떤 감성을 지니고 아이들의 감수성을 자극시킬지 궁금했다. 책을 좋아하는 엄마를 둔 첫째는 역시나 이 책을 보자마자 너무나 좋아한다. 평소 길가에 날아다니는 나비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 아이에게 노란빛의 나비가 그려진 책은 그 자체로도 눈길을 사로잡은 듯 하다. 나보다 먼저 책을 읽은 아이는 형형색색의 나비 그림에 매혹된 듯 보였다. 



나비는 어디라도 갈 수 있어
어제를 뛰어넘어
오늘을 헤쳐 나가



책 속의 나비는 자신이 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이든 될 수 있다. 아이의 예쁜 리본이 되기도 하고, 신발끈이 되기도 하고, 향기로운 꽃의 향기와 달콤한 과일의 맛과 불어오는 바닷바람과 즐거운 사람들의 노래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 어릴적 자유롭게 날아다니는 새와 나비를 보며 나역시 날고 싶다는 상상을 해보지 않는 아이는 없을 것이다. 그만큼 난다는 것은 제약없이 세상을 누비고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이 책속의 나비 역시 우리는 누릴 수 없는 것들을 맘껏 누리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걸리는 것도, 발을 붙잡는 것도 많은 우리의 삶이 과연 하고픈 것은 맘껏 하며 사는 작디 작은 나비보다 나은 것일까란 생각을 하게 된다. 



나비는 잠을 자
저녁으로 스며들어 가지
아니,
스며들 듯 스며들지 않아

 

글밥이 많지 않고 다채로운 색으로 그려진 나비와 아름다운 그림들로 가득한 이 책은 그래서 아이와 함께 읽기에 딱이란 생각이 들었다. 아이는 페이지마다 숨겨진 나비를 찾느라 집중하고 생각지 못했던 모습으로 변하는 나비를 보며 즐거워했다. 우리도 나비처럼 날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말에 나의 어린시절이 떠오르며 미소 지어지기도 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나비지만 어디든 갈 수 있고 세상과 맘껏 놀 수 있는 이 책속의 나비는 너무나 행복해 보인다. 많은 것에 얽매여 삶속의 기쁨을 잃어가는 어른인 나에게 아이와 함께 읽고 이야기하며 내가 모른채 지나치던 행복과 기쁨을 소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무엇보다 아이와 함께 같은 생각을 공유해 볼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나비는 작고
세상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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