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흙이 있기에 꽃은 핀다 - 단 한 번뿐인 오늘을 살고 있는 당신에게
아오야마 슌도 지음, 정혜주 옮김 / 샘터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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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많은 것을 비우고, 욕심을 버리고 살기는 힘들다. 물건 하나를 버리는 것에도 자꾸만 미련이 생기고 쓰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낭비하게 되며 채우기에 급급하다 보면 우리의 삶은 유한함에도 영원히 살 것처럼 착각하며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죽으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홀연히 맨 몸으로 가야하기에 그 사실을 잊지 않고 상기시키기 위해 가끔씩 절을 찾으면 잠시나마 마음을 비우고 힘들고 치열하게 살았던 시간을 되돌아 보게 된다. 난 불교 신자이지만 사실 그렇게 절실하지는 못하다. 하지만 절에 가면 느낄 수 있는 마음의 고요와 불교가 추구하는 깨달음을 좋아하기에 불교에 몸 담고 계시는 스님들이 정진하며 깨우친 삶의 진리를 전파하는 이야기들을 읽다보면 확실히 요동치던 마음이 잔잔해 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매일을 함께 살아가면서도 서로를, 자신의 인생을, 가능한한 멀리 떨어져 보는 노력을 계속해나가야 합니다. 전체 모습이 보이면 자연스레 해결의 실마리가 보일 것입니다. 


 

다섯살에 불교에 입문해 여든살인 지금까지 비구니로 살고 있는 저자는 살면서 마주할 수 밖에 없는 고통을 깨달음으로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한다. 오랜 시간 불교계에 몸 담으며 이런저런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각자가 가지고 있는 다양한 고통들을 저자에게 풀어놓으며 해답을 바라는 이들이 많았다. 가장 중요한 근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생각할 여유를 갖지 못하고 그저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급급한 우리에게 저자는 서로를, 자신의 인생을 한발짝 물러나 멀리서 지켜보면 자연스럽게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 고통을 피하고 싶고 되도록이면 살면서 고통을 아예 겪고 싶지 않다고 생각한다. 그 고통이 나를 힘들게 만들고 나의 인생을 더 깎아내리는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사실 인생에서 언제나 아름다운 꽃만을 쫓을 수는 없다. 그 꽃을 피우기 위해 존재하는 진흙과도 같은 감정의 소용돌이가 없었다면, 폭풍과도 같은 고난이 없었다면 그것을 이겨내며 쌓이는 인생의 지혜 또한 얻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고통에서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나를 구원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말이 가슴속에 묵직하게 울린다. 오랜 공부와 수련의 깨달음을 짧고 단순하지만 깊이 있게 써낸 스님의 한마디 한마디가 고된 하루하루로 요동치던 마음을 평온하게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실한 믿음은 있는 그대로 보는 것입니다. 지나치게 빠지지 않고 진정하는 거지요. 그 가르침과 그 종교에 빠지라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진실과 거짓을, 옳고 그름을 분간하고 가린 끝에 틀림없이 그곳에 안착한다는 정갈함입니다. 냉엄한 지혜가 뒷받침된 믿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사실 최근엔 크게 힘들었던 일은 없었다. 그저 평탄하게 지나가는 하루하루를 보냈지만 그렇다고 내 인생이 언제까지나 고요한 호수처럼 잔잔하기만 하진 않을 것이다. 기쁜 일이 있을 때보단 힘든일이 있으면 찾게 되는 것이 종교다. 내가 힘들때만 무게를 덜어 줄 곳을 찾게되니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다고 생각되지만 어쨋든 복잡한 마음을 잠시나마 차분하게 해주고 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을 절에 가면 가질 수 있다. 내 앞에 놓인 커다란 불상의 온화한 부처님의 미소를 보고 있노라면 굳이 불경이나 스님의 말씀을 듣지 않더라도 스스로 문제의 답을 떠올리게 되곤 한다. 그렇기에 저자의 이 책 역시 구구절절 위로의 말이나 각자가 처한 상황에 대한 명쾌한 답을 담고 있진 않더라도, 한발 물러서서 넓게 바라보며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해준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다른 종교를 믿는다 해도 저자는 단지 불교의 깨달음을 강요하기 보다는 그저 본인이 느끼고 깨달은 것들을 덤덤하게 이야기하기에 그 누가 읽어도 인생의 길을 잃고 헤매지 않도록, 또 올바른 길을 스스로 찾아내고 걸어갈 수 있도록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조건에 따라 빛이 바래는 행복은 진짜 행복이 아닙니다. 어떠한 조건에 있든 빛이 바래지 않는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이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싯다르타 태자의 출가이고, 그리고 깨달음을 찾고 이해한 가르침이 바로 불교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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