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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그렇게 서른이 된다
편채원 지음 / 자화상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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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과 서른. 보이지 않는 그 경계가 어린시절엔 엄청난 간극으로 느껴졌었다. 따지고보면 인위적으로 나뉘어진 경계일 뿐임에도, 서른이라는 나이는 지나치게 많은 의미를 부여하고 또 쓸데없이 큰 기대를 하게 만든다. 하지만 막상 그 시간이 흐른뒤 되돌아보면, 너무나도 싱겁게 지나가버린 나의 서른살은 허무함으로 가득차 있었던 것 같다. 서른하고도 더 나이를 먹은 지금도, 내가 어린시절 생각했던 진짜 어른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아직 나약하고 철없이 느껴질때가 있는 그저 한사람이라는 생각이 들때가 많다.
모든 것이 아귀가 맞지 않았다.
차 안과 창밖의 시간은 다르게 흘렀고
아무리 달려도
우리는 그 어디에도 도착할 수 없었다.
너와 달리, 나는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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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소한 기록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그 자취를 남기고 싶다는 저자는 서른이 되면 그럴듯한 어른이 되어 있을줄 알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제대로 된 어른이 되지 못한채 서른을 맞이하고 또 흘려보냈다. 연애를 하며 불필요한 감정소모로 괴로워하고, 또 마음 먹은대로 되지 않는 자신의 앞날에 좌절하는, 지금을 살아가는 많은 청춘들이 겪고 있고 또 공감할 수 있을 이야기들로 채워진 이 책은, 그저 그런 위로보다 나도 그랬기에 당신도 충분히 그럴 수 있다는, 먼저 그 시간을 보내며 겪었던 일들을 가끔은 시니컬하면서도 자신만의 확고한 취향과 생각을 녹여낸 글로 누구나 맞이하게 되는 서른이지만 모두가 똑같은 서른을 맞이할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각자의 사연과 시간이 더해져 맞이하게 되는 서른이라는 시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 후회나 상처가 있다 하더라도 지나고 나면 그 순간 순간이 소중했고 또 의미 있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깨닫는 순간, 한뼘 더 성장한 어른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인생에 정해진 정답이 없다는 것을, 아무리 노력해도 이룰 수 없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남들의 속도에 맞추지 말고 내 발걸음대로 가며 스스로를 감당해내야 한다는 것을 부딪히고 넘어지며 온몸에 상처가 난 후에 깨달았기에, 저자는 그 누군가는 조금이라도 덜 다치고 조금이라도 잘 이겨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이 책에 담아냈다는 생각이 든다.
단념과도 같았던 각오가 무색하게도 나의 스물하나와 스물다섯은 여전히 온 힘을 다해 서른 살의 나를 떠받치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까, 이미 사라져버린 줄 알았던 지난날의 잔상들은 그렇게 자신의 본래 모습을 숨기고 나도 모르는 새 고단한 세월을 견뎌내고 있었다. 물기 가득한 초록빛의 싱그러움 대신 가뭄에 말라비틀어진 나무처럼, 금방이라도 바스라질 것 같은 위태로운 회갈색을 띠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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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삼십대로서의 시간이 적지 않게 남아있지만, 시간은 갈수록 점점 빨리, 점점 더 멀리 달아나기에 명확한 이유 없는 초조함을 매번 느끼곤 한다. 내가 책임져야 할 아이들이 있고, 이젠 내가 보살펴야 할 부모님이 있다는 건 온전히 나만을 생각할 수 있었던 10대,20대 시절의 생활과는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때 했던 고민과 너무나 힘들게 느껴졌던 일들이 서른이 훌쩍 지난 지금의 나에겐 그것마저도 행복에 겨운 투정처럼 아련하게 기억되기에 지금 내게 닥친 너무나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더욱 크고 무겁게 느껴질때가 많다. 하지만 아마 서른을 눈앞에 둔 많은 청춘들은 저마다의 고민과 아픔으로 얼른 더 큰 어른이 되고 많은 것을 이루고 살고 있을 서른의 자신을 기대하고 또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서른의 무게와 중압감에 흘러가는 시간을 붙잡고 영원히 20대에 머물러 있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 어떤 경우라도 서른이라는 시간이 다가오는 것을 거스를 수는 없다. 막상 서른이라는 나이가 되면 크게 달라지는 것도, 바뀌는 것도 없지만 서른이라는 시간이 주는 가장 큰 의미는 멋모르고 힘겹게 지나온 20대 시절을 되돌아 보고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진짜 자신을 찾으며 한뼘 더 성장하고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고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전환점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서른이라는 나이까지 오는 동안 겪었던 성장통과 같은 시간들이 지나고 마흔이라는 또 다른 경계선에선 무르익어 더 단단해진 내 삶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가져 본다.
그런데 때로는 위로가 필요한 이들에게 얼른 털고 일어나라며 재촉하지 말고, 그저 내버려두는 적당한 무관심도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괜찮지 않아도 된다고. 한 대 대차게 맞고 쓰러졌으면, 그냥 그대로 잠시 누워있다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도 된다고 말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