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뻐의 비밀 사계절 동시집 20
이안 지음, 심보영 그림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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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의 탄생>, 

<고양이와 통한 날>, 

<글자동물원>, 

<오리돌멩이오리> 까지 쭉 함께 읽어왔는데 

새 시집 <기뻐의 비밀>을 만나게 되어 


너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무 

기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이뻐요.


 날이 갈수록 더더더 동심에 다다르는 이안 시인님. 예전의 시집에서는 아이를 키우는 어른, 마음 속 아이를 찾는 어른이 보였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시집 속에서 댕구르르 아이가 놀고 있네요. 제 마음 속 아이에게 말을 걸어오는 <기뻐의 비밀>. 가장 좋았던 시는 그림자 약속이라는 첫 시와, 그림자의 춤이라는 시예요. 이번 시집에서 등장한 그림자들이 말 걸어오는 데 왜 이렇게 위로가 되는지. 심보영 작가님의 그림도 딱 맞춤해요. 빨간 모자를 눌러쓴 연필 든 꼬마를 어쩌나요. 어쩜 이렇게 예쁜 시집이 나왔죠?


아침 식사를 하는 아이들 옆에 앉아 밥은 안먹고 한 편 한 편 시를 읽어주었어요.  아이들도 밥은 안 먹고 '헤에~'하고 웃고 있어요. 기뻐의 비밀을 발견한 걸까요. 


작고 갸냘픈 것들을 하나하나 눈에 담고 제각각 예쁜 구석을 발견해 동글동글한 말로 빚은 동시들. 입 속에 담은 왕사탕처럼 오래오래 굴리게 되네요. <기뻐의 비밀>, 오래 품고 아껴 읽을 거예요.

   

나는 나를 아껴쓸거야
자면서도 읽고 쓰고 바라볼 테야.
나만은 절대 네 곁을 떠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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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숙제
김다노 지음, 이윤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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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서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아이들이 서로 연대하고 차별의 문제에 맞서는 모습이 감동적이었어요.

5학년 아이와 함께 읽는데 단숨에 읽어내더라고요.
한참 사회시간에 인권에 대해 배우고 있는데 피상적으로 느꼈던 인종차별의 이야기를 눈높이에 맞는 서사로 접하면서 "너무 억울할 것 같아요"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는 모습을 보면서 이야기의 힘이 정말 세다고 느꼈어요.

보통 아이들이라면 부당한 차별에 마주했을 때 아이들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부모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 에 머물렀을 것 같아요. 그런데 이 책의 아이들이 스스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며 놀라워하기도 하고 신선해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건강하게 자라는 데 필요한 것을 내가 다 챙겨줘야지 하던 생각들이 오만하기도 하고 가능하지도 않다는 것을 느꼈어요. 아이들이 사회적인 목소리를 내는 힘을 키울 수 있도록 북돋아주시는 김다노 선생님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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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말 사전 슬기사전 3
박효미 지음, 김재희 그림 / 사계절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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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쁜 말 사전이라는 제목만 보고 무슨 이야기일지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어 보았습니다.


  아이들은 쌍시옷이 들어가는 욕(~ㅅㄲ, ㅆㅂ같은), 외국어욕 같은 것을 떠올렸고 이 책이 욕의 기원을 알려주는 책인가 싶었어요. '이 욕의 뜻이 얼마나 상스럽고 성적인지 알고나면 도저히 쓸 수 없을걸 ㅎㅎㅎ' 이런 느낌의 책인 줄 알았지요. 그런데 욕의 종류가 책을 한 권 가득 채울 만큼이었던가 의아해 하며 아이들과 함께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펼쳐 읽었을 때 그런 욕은 하나도 나오지 않았어요. 대신 일상생활에서 편견과 갈등을 부추기는 나쁜 마음을 은연중 만들게 하는 말들이 나왔지요. 어, 이런 말도 나쁜 말이었어?????


  2학년, 5학년 오누이와 책을 읽는데 '사전'이라는 특성때문에 함께 읽기에 요령이 필요했습니다. 순서대로 그냥 읽어주니 흐름이 종종 끊기더라고요. 지루해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나쁜말 씨(나쁜 말씨를 사람이름으로 바로 쓰다니!ㅎㅎ)가 경험하는 상황을 실감나게 읽어주면서 '이렇게 평범한 대화에 나쁜 말이 어디 숨어있었을까?' 퀴즈를 내고, 정답을 찾아보고 (말 뜻을 몰라도 느낌으로 쉽게 찾아요ㅎ), '너라면 어떻게 바꿀래?' 생각을 나누며(작가님이 대체한 낱말보다 창의적인 대체어가 막막 나옵니다. 웃기고 기특해요) 며칠에 나누어서 읽었습니다. 


  이 책을 함께 읽으니 아이들과 대화거리가 정말 풍성해진다는게 좋은 점이었는데요, 아이들이 이런 말을 쓰는 장면을 보거나 들었던 경험을 이야기 나누기도 하고, 저에겐 익숙한 말이지만 요즘은 잘 쓰지 않는지 아이들이 전혀 모르는 나쁜말들은 어떤 때 쓰이는지 질문 받기도 하면서 '왜 이 말이 나쁜지'에 대해 일러줄 수 있었어요. 


  사실 성차별, 직업차별, 장애인 차별 등 차별과 편견이야기를 아직 아이들이 생활에서 경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이야기 해 줄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나쁜말 사전]을 함께 읽으면서 차별과 편견을 막는 예방 주사를 맞은 것 처럼 아이를 준비시킬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했어요. 사실 읽어주면서 어른인 제가 더 찔리기도 했지요. 둔감하게 습관처럼 썼던 말이 꽤 많았거든요.


  제가 아이들과 책 읽는 장면을 먼 발치서 듣던 남편이 '그런데 이 책 너무 예민한 거 아니야? 그런말까지 아이들한테 나쁜 말이라고 가르치는 건 유난스러운 것 같은데?'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함께 출처도 찾아봤어요. 이게 작가님의 개인적인 관점에서만 작성된 목록이 아니라 국가에서 지원한 연구 결과와 대학의 연구진들이 작성한 논문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는 것을 알고 정말 뜨끔했습니다. 편견과 차별의 언어를 쓰는 이들은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한다는 말을 저와 남편이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다만 읽어나가며 아쉬웠던 것은 이제는 아이들이 잘 쓰지 않는 낱말들이 간혹 있었고 지금 아이들의 입말 중에서 고민이 필요한 말들도 들어갔다면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인기 유튜버의 영상이나 게임언어, 개그프로그램 같은데서 무분별하게 가져다 쓰는 말들도 많으니까요. 이런 바람을 담아 나쁜 말 사전이 개정판으로 해마다 나오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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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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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을 읽는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것이다.

 주제는 무엇인지,
 인물은 매력적인지,
 배경과 사건은 치밀하게 구성되어 결말을 향해 통합적으로 나아가는지.
 거기다 첫 소설이라면. 작가의 주제의식이 작가 자신에게 얼마나 간절한지, 또 그렇게 간절하게 세상에 말하고자 하는 것이 독자인 나에게는 얼마나 와 닿는지 촘촘히 살펴볼 수밖에. 

  그런 점에서 소설 소마를 만나면서 '채사장'이라는 인물을 별개로 둘 수 없다. 그가 해 왔던 활동 - 팟캐스트 지대넓얕, 집필활동, 강연활동, 유튜브까지 그의 발자취를 살펴보면 일관되게 내내 독자를 향해 던졌던 질문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나는 무엇인가? 세계는 무엇인가? 나와 세계의 관계는 어떠한가?"

  이전의 저작들에서 채사장은 이 문제들에 대한 답을 발견하기 위해 철학, 역사, 종교를 훑어왔다. 여러 지혜로운 이야기들이 그를 통과하여 대중들에게 전해졌고, 그 과정만으로도 사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았다. 지대넓얕 0에서 나와 세계가 하나라는 거대한 합일의 신비를 정리했고, 그 결론을 통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어느 정도 담아낸 것 같다고, 당분간 집필할 계획이 없다고 했었던 그가 올해 소설을 출간했다는 것은 다른 현자들의 이야기를 들먹이지 않는, 온전한 자기의 목소리만으로,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려는 욕망을 만났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것을 담아낼 새로운 그릇으로서 소설이라는 장르가 필요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자전적이지만 너무 날 것 그대로이지는 않게, 모두에게 보편적으로 말할 수 있는 어떤 원형을 중심으로 씌여진 이야기, 소마. 그가 소설을 위해 추려낸 시대와 인물들을 살펴보고 있으면 기시감이 느껴지는 것은 그 때문일것이다. 융이 말하는 신화의 원형들 - 자아, 그림자, 아니마, 아니무스, 현자와 대모, 영원한 소년과 소녀, 영웅, 트릭스터... 같은 다수의 캐릭터들이 소마의 여러 페르소나로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실 소마뿐만 아니라 아서왕 이야기든, 왕좌의 게임이든, 서양 중세를 배경으로 한 환타지 컨텐츠라면 공통점을 발견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소설 소마가 갖는 차별성은 이 여러 역할을 꿰뚫는 중심 서사로 소마와 신의 관계, 그 거리에 따라 달라지는 소마 내면의 변화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서양 중세 판타지가 비범한 영웅의 현세적 승리를 대표적으로 그리면서 지속적 팽창과 상승의 상태에서 결말을 맞는데 비해 소마의 경우 영웅 서사임에도 보통사람들처럼 인간으로서 갖는 유한성에 무게를 두고 결말을 맺는다. 이야기는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며 소마의 삶 안에서 순환의 리듬을 가지고 나선형으로 확장하고, 소마의 삶 전체를 하나로 볼 때 커다란 궤적을 그리며 태초의 상태로 회귀하여 새로운 탄생을 맞이하는 형태로 구성되어 있다. 

  기존의 판타지에서는 주인공 영웅의 유산을 통해 후대가 누리는 것이 있고, 그래서 주인공 영웅을 칭송하고 영웅을 기억하는 것이 목적이라 말한다. 반면 소설 소마는 주인공의 현세적 성취가 얼마나 부질없는지 보여주면서 그가 삶의 고비 고비 마다 이룩한 것을 덜어내고, 무너뜨린다. 처절할 정도로. 그러한 좌절은 시험도 아니고, 장치도 아니다. 모든 껍질을 덜어내고 존재의 가장 본질만 남은 소마. 여행하는 영혼으로서 꿈처럼 한 세계를 살아내며 그 세계 안에서 베푼 것은 돌려 받고, 빚진 것은 갚기 위해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생을 붙잡았던 소마에게 죽음은 해탈과 같지 않았을까 상상해본다.

  새로운 영웅의 탄생이다. 이원론적 세계관을 부수고 세계와 자아가 하나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게 되다니. 수동적인 윤회의 굴레에서 벗어나 가장 원초적이고 생명력 가득한 에너지로 삶을 선택하는, 영겁의 시간을 걷는 존재, 소마. 작고 작으면서도 이렇게 거대한 존재인 인간을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연민과 경이가 함께하는 인물이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다른 시대, 다른 이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소마들이 우리 곁에 함께 있다. 알아보지 못한 많은 영웅들을 밝은 눈으로 찾으며 살아가야겠다. 물론 나 자신을 포함해서 말이다. 

  
  

아버지는 밤새 신을 태웠다. - P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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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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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사장님 독자적인 컨텐츠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늘 이야기하셨던 의식의 문제가 어떻게 서사로 탈바꿈 되었는지 확인하실 수 있을 거예요. 소마의 삶이 상징하는 것들이 어떻게 내면의 성장과 궤를 같이 하는지 꼭 살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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