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짐승들
저스틴 토레스 지음, 김진준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얇지만 결코 가볍지 않았던, 복잡하고 씁쓸한 가족의 이야기

가족의 사랑과 폭력, 형제 사이의 진한 유대감, 그리고 성적 정체성까지. 

『우리, 짐승들』은 꽤나 복잡하고 어떻게 보면 어려운 이야기를 담고 있는 소설이다.


장편소설이라고는 하지만 184쪽 정도 되는 얇은 두께에 금방 읽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뿔싸.... 글은 술술 읽히지만 다 읽고 나서는 '이게 뭐지?' 싶은 멍한 감정이 남았다. 

결국 책을 다시 집어 들어 재독하게 되었다.


일부러 사전 지식 없이 읽기 시작한 책이었다. 

퀴어라는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해서 사랑이나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훨씬 복잡한 가족의 이야기였다.


소설은 미국 뉴욕주 북부에 사는 한 가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푸에르토리코계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 그리고 그 사이에서 태어난 세 형제. 

넉넉하지 않은 형편과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세 형제는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성장해 간다.

세 형제의 행동을 보고 있으면 정말 짓궂고, 때로는 짐승처럼 날뛰는 모습에 육아 난이도가 극악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물론 그 이면에는 아이들을 충분히 돌보지 못하는 부모의 역할 부재도 있었을 것이다.


그중에서도 유독 마음이 갔던 인물은 엄마였다.

엄마가 막내인 '나'에게 영원히 여섯 살로 남아 

자신의 품을 떠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장면이 특히 뭉클했다...ㅠㅠ


소설 속 엄마는 내게 너무나 연약하고 외로운 존재로 보였다. 

어린 나이에 세 아들을 키우며, 불안정한 남편과 경제적인 어려움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씁쓸하게 느껴졌다.


엄마에게도 양가적인 감정이 있었을 것 같다. 

물론 나는 아이를 낳아 본 적이 없기에 아이가 주는 기쁨이나 사랑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하지만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우선이었겠지만, 때로는 말을 듣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아이들 때문에 슬프고 지치는 순간도 있었을 것 같다.


남편은 의지할 수 없는 존재였고,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을 때도 

아이들은 엄마 곁에 있었기 때문에, 어쩌면 엄마 역시 아이들에게 의지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이후 세 형제가 성장하면서 화자인 '나'는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알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사실이 가족들에게 드러나는 과정은 읽는 나조차 고통스러웠다.

작가는 이 소설에 자신의 자전적인 이야기가 반영되어 있다고 했다. 

어디까지가 실제 경험이고 어디부터가 허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 고통스러운 장면들만큼은 차라리 소설 속 이야기이기를 바랐다.


아마 올해 읽었던 소설 중 가장 복잡하고, 

가장 고개를 많이 갸웃거렸으며, 읽고 나서도 혼란스러워

 다시 책을 집어 든 작품이 아닐까 싶다.


세 형제의 성장 이야기, '나'의 성장 이야기, 

가족의 사랑과 폭력, 방임까지. 하나의 주제로 묶기 어려운 

파편적인 이야기들이 녹아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데 막상 책을 덮고 나니 화자인 '나'보다 엄마의 삶에 대해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어린 나이에 세 아이의 엄마가 되어 자신의 삶을 충분히 살아보지 못했을 것 같은 안타까움과, 

기댈 곳 없는 환경에서 아이들을 키워야 했던 외로움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쉽게 이해하거나 하나의 감정으로 정리하기 어려웠던 소설. 

그 복잡함 속에서도 결국 가장 오래 남은 것은 엄마를 향한 씁쓸한 마음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