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절 금지 ㅣ 다산책방 청소년문학 39
김선미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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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청소년 소설이라 마냥 가볍게 생각했다.

제목과 표지만 보고 왜인지 모르게 조금은 가볍고 판타지적인 이야기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데 그것 역시 내가 ‘청소년 소설’이라는 이름에 씌워놓은 프레임이었다.


일단 이 책은 한번 손에 들었다 하면 놓기 어려운 이야기였다. 

상당히 빠른 전개 속에서 주인공이 과연 어떤 선택을 할지,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흘러갈지 궁금해서 소설 속 근 1년의 시간을 

약 2~3시간 만에 휘몰아치듯 읽어 내려갔다.


요절 금지 내용를 요약하자면,

관계 속에서 자기를 잃어가던 지연
→ 관계 속에서 완전히 무너진 지연
→ 다른 관계를 통해 다시 회복하기 시작하는 지연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주인공 지연은 고등학교 2학년이 된 학생이다. 

자신의 장례식 대본을 유출해 보겠다는 생각으로 ‘요절 희망자의 기록’이라는 블로그를 시작한다.


지연에게는 늘 함께 다니는 두 명의 친구가 있다. 

겉으로 보면 셋이 친한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친구들은 은연중 지연의 자존감을 깎아내리고 소외시키면서도 

자신들이 필요할 때는 지연을 찾는다.

지연도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혹시라도 그 무리에서 완전히 제외될까 봐 친구들의 비위를 맞추고,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한다.


학교생활만 힘든 것도 아니다. 집안 형편은 점점 어려워지고,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있다. 

그러던 중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연애를 시작하면서 

지연의 일상에도 잠시 설렘 가득한 시간이 찾아온다.

.

처음에는 둘의 관계를 응원했지만 

지연이 예준과의 관계를 통해 성장하기보다는 

점점 더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것 같아 

나중에는 제발 정신을 차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읽게 됐다.


그런 생각이 든 것도 비단 연애뿐만 아니라 ‘관계’ 속에서 

누구나 한 번쯤 겪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예준은 예준의 관점에서 바라본 지연을 좋아했던 것 같고, 

지연은 사랑받기 위해 실제 자신의 모습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둘이 조금 더 성장한 뒤 만났더라면 서로를 이해할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도 해봤다.

무엇보다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관계를 이어가려다 결국 자기 자신을 잃어버리는 지연의 모습에 많이 공감했다.


나 역시 학창 시절 혼자 다니기 싫어서 우리 집 방향이 아닌데도 친구들과 함께 갔던 적이 있고, 무리해서 약속을 잡기도 했고, 분수에 맞지 않는 사치를 부려본 적도 있다.


그래서 지연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됐고 마음이 많이 쓰렸다. 

결국 그런 행동이 자신을 갉아먹는 행동인지도 모르면서 스스로를 위안했던 적도 많았던 것 같다.

다행히 이야기 속 지연은 안 좋은 선택 이후 가족들의 적극적인 보살핌을 받으며 조금씩 나아진다.


지연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음 한편에는 계속해서 누군가 자신의 상태를 알아봐 주고, 이 상황에서 자신을 꺼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남아 있었던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지연이 회복하는 과정이 더 기억에 남았다.

지지해 주는 사람 한 명만 있어도 회복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지연이 블로그에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형식이라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듯 빠르게 읽힌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지만 무겁다.

그래서 오히려 후기를 쓰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이야기를 읽으면서 떠오르는 내 이야기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지연이 무너지는 과정에는 ‘이것 때문이었다’고 단정할 만한 거대한 사건 하나가 없었다.

친구들이 은근하게 자존감을 깎아내리는 일, 

친구들에게 버림받지 않으려고 비위를 맞추는 일, 어려워지는 집안 형편,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 사랑받기 위해 실제 자신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일.


하나씩 떼어놓고 보면 누군가는 ‘그 정도로 힘들어?’라고 말할 수도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 그렇게 사소하다고 여긴 것들이 한 사람에게 동시에 쌓였을 때, 

그 무게가 얼마나 무거운지를 다른 사람이 결정할 수 있을까.


나 역시 소설 속 지연만큼 깊지는 않았지만 마음속 우울감을 지나 지금의 내가 되었고, 

이 책에서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던 만큼 그 시절의 나도 누군가 내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길 바랐던 것 같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지만 성인이 읽어도 충분히 공감하고 위로받을 수 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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