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자유와 평등의 이념이 확고한 곳이라 인간에 대한 존중과 타인에 대한 매너가 확실히 잡혀 있지 않을까 혼자 상상을 했다.여행으로 다녀왔던 느낌도 그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여행은 여행일 뿐 그 속의 삶을 알지는 못하나 보다. 육아에세이 <파리의 엄마 뉴욕의 엄마>를 읽고 내가 얼마나 유럽이라는 곳에 환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깨닫고 깜짝 놀라게 되었다. 물론 파리가 유럽의 기준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너무나도 다른 파리와 뉴욕의 양육 스타일을 보면서 웃기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어 육아에세이로 추천하는 도서이다.
인사법, 스타일링, 식사 예절, 학교생활, 육아법, 여가 시간, 훈육, 휴가, 파티와 기념일, 외출, 건강 관리 등 실생활에서 어떻게 부모들이 자녀에게 말하고 행동하는지 단적인 예를 하나씩 보여준다.
이 책을 쓴 공동저자 플로랑스 마르스와 폴린 레베크는 프랑스에서 나고 자라 미국으로 건너가 살면서 두 나라의 서로 다른 자녀 교육법을 몸소 느낀 어머니들이다. 둘만의 시선으로 쓰인 육아에세이기 때문에 파리와 뉴욕의 다른 교육법이 일반적이지 않는 얘기 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육아에세이로 추천하는 이유는 파리에서는 이렇게 아이를 키운다, 뉴욕에서는 저렇게 아이를 키우구나를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방법은 정말로 다양하고 그 모습에서 나는 어떤지 돌아보고 점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나와는 전혀 다른 사람들도 있고 그들의 방법도 이해하면서 옳고 그림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수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인사법의 차이.파리의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친구의 부모님이나 가게 주인, 버스 운전사 등 모든 어른에게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또는 "아저씨,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뉴욕의 아이들은 예절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 따로 허락을 받지 않아도 어른의 이름을 마음대로 부를 수 있다.
인사에서 알 수 있듯이 파리의 교육법은 예절을 중요 시 하고 뉴욕에서는 자유로움을 중요 시 한다. 그런 것들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파리에서는 아이들이 귀찮을 수도 있는 모자, 스카프, 라탄 가방 같은 근사한 액세서리를 해야 세련되어 보이기에 꼭 착용한다. 스타일은 아주 중요하다.반면에 뉴욕에서는 스타일은 추위에 양보하세요... ㅋ
내가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식사 예절이다. 프랑스에서는 똑바로 앉으렴을 시작해서 식탁에서 팔꿈치 올리면 안 돼, 음식 씹으면서 입 벌리지 마, 냅킨은 무릎 위에 올려놓으렴 등 끊임없이 예절을 가르친다. 그러나 뉴욕에서는 아이가 식탁 밑에서 밥을 먹어도 "우리 딸, 식탁 밑에서 먹으니까 좋아? 쿠션도 갖다 줄까?"라고 말한다고...
학교의 모습도 별반 다를 것이 없다. 파리의 학교는 놀기보다 배우는 곳이다. 그래서 어떤 아이들은 학교에 가기 싫어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잘 할 수 있어"는 파리의 선생님들이 가장 자주 하는 말.뉴욕의 아이들은 교실에서 함께 놀고 참여하는 법을 배운다. 어릴 적부터 서로 의견을 나누는 일에 익숙해져야 한다.
훈육법에서도 파리의 부모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딱 한마디를 하지만, 뉴욕의 부모는 아이의 마음을 하나하나 읽어주면서 왜 안되는지 설명하고 이해시킨다.
결과적으로 파리에서는 부모의 집에 아이가 살고, 뉴욕에서는 아이의 집에 부모가 산다. 파리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내가 싫다고 생각했던 예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타인의 시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우리나라와 너무나도 흡사해서 깜짝 놀랐다. 너무나도 막연하게 유럽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었나 보다. 내가 그림책을 보고 있으니 막내가 와서는 그림이 예쁘다며 자기도 읽고 싶단다. 슬쩍 엄마는 파리의 엄마 같아, 뉴욕의 엄마 같아?라고 물으니 대답을 망설인다. 난 당연히 뉴욕의 엄마!라고 대답할 줄 알았는데, 망설이는 것을 보고 또 한번 놀랐다. 그러고는 자긴 뉴욕의 엄마가 좋은 것 같단다. 결국은 난 파리의 엄마와 비슷하다는...분명,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도서는 아니지만 내 모습을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는 책임은 분명하다. 두꺼운 육아서적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육아에세이로 추천하는 <파리의 엄마 뉴욕의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