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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 ㅣ 테마 소설집
조남주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6월
평점 :
『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는 밀리의 서재에서 선공개된 책이다. 책으로 묶여 나왔던 것은 아니고, 작가별로 단편이 공개된 것이다. 난 당시(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김초엽 작가를 사랑하는 독자였고 밀리의 서재도 이용하고 있었기 때문에 바로 김초엽 작가의 「캐빈 방정식」을 읽었다. 울산의 관람차와 국지적 시간 거품에 관한 짧은 SF 소설이었는데, 글을 다 읽고 난 후 내 마음에 거품, 비눗방울이 톡톡 터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몇 달 후 단편집 『시티 픽션 - 지금 어디에 살고 계십니까?』가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책을 구매했다. 그 이야기는 꼭 소장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름끈 없는 양장본, 보라색 표지에 노을지는 저녁과 밤의 경계에 있는 아파트 건물 위에 그믐달이 떠있는 그림이 액자처럼 들어가 있다.
‘city’라는 주제 하나를 가지고 각 작가들의 개성이 돋보이는 글을 읽을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표지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글 하나하나가 밤의 도시의 불빛 같아서, 퇴근 후 지하철을 탈 때 건너는 한강의 야경처럼 느껴졌다.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대부분의 작가들이 서울 거주중인 것이 이유겠지만 거의 모든 작품들의 배경이 서울인 것이다. 난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라 서울로 대학을 갔기 때문에 서울이 배경인 작품들을 무리 없이 읽을 수 있었지만 좀 더 다양한 지역이 나왔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울산을 배경으로 한 김초엽 작가의 소설이 더 좋았던 건지도 모르겠다.
소설이 모두 끝난 후 나오는 작가들의 인터뷰도 매력적이었다. 작품을, 그리고 작가를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다양한 지역에서 오늘을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을 응원한다. “어쩜 이 밤의 표정이 이토록 또 아름다운 건 저 어둠도 달빛도 아닌 우리 때문일 거야”라는 노래가사로 오늘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야경에 비유하며 위로하는 방탄소년단의 노래를 떠올리며.
가슴 부근에서 시간의 거품이 톡 하고 터졌다. 신경세포들 사이로 파동이 퍼져나갔다. - P310
고개를 돌려보니 언니는 아주 천천히, 영원에 가까운 속도로 입꼬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하지만 내게는 언니가 의기양양하게 소리를 내어 하하 웃는 것처럼 보였다.
거봐, 내말이 맞았지.
그렇게 말하고 있는 것 같았다. - P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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