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을 위한 청소년의 세계
김선희 지음 / 김영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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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칼럼인데 읽을수록 동화처럼 느껴지는 글이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성급한 조언이나 판단, 평가 대신 그들을 믿어주고 공감하는 공감대화의 힘을 느끼고 실천해오고 있는 27년 차 음악교사다. 학생들이 다양한 심리 문제를 호소할 때 저자는 학생들의 마음과 감정이 어떠한지 묻고, 아이들이 하는 이야기와 표현에 귀를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공감한다. 저자가 학교현장에서 만난 다양한 학생들과 이들과 나눈 공감대화 사례, 이를 통해 느낀 점이 책의 주 내용이다. 학창시절에 저자와 같은 선생님을 만난 적이 있었나 자연스레 회상해보게 된다. 나의 마음과 내가 느낀 감정을 물어봐주고, 공감해주는 교사가 있었나? 섣부른 조언이나 위로, 판단을 하기 보다 아이들이 지금 어떤 마음인지, 어떤 감정을 느꼈고,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고, 듣고, 공감하는 김선희 선생님의 대화는 대개 경험하는 교사-학생 대화와는 조금 다르게 느껴진다. 학생들 마음을 묻고, 듣기보다는 교사로서 충고나 판단하기를 우선하는 대화가 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저자가 학생들과 나눈 공감대화를 글로 읽었는데도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지지받고 있으며 아이들이 이를 느끼고, 마음의 문을 여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에 놀랐고,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와도 공감대화를 꾸준히 실천해오고 있는 선생님의 고백과 성찰이 마치 동화처럼 느껴졌다.

청소년을 키우고 있는 학부모, 현직 교사 뿐만 아니라 학교를 졸업한 성인이라면 꼭 읽어보았으면 하는 책이다. 주변의 청소년에게 나는 어떤 어른인가? 청소년의 마음을 묻고, 공감하는 사람인가 아니면 내 시선에서 충고하고 평가하려는 사람인가. 학생들보다 더 경험이 많은 어른이라는 이유로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쉽게 조언하고, 위로하고, 평가한다. 아이들의 마음을 궁금해하고 묻기 보단 아이들의 마음을 단정지은 채 충고하기 마련이다. 그럴 수록 아이들은 방어적이게 되고, 갈등은 더 깊어진다. 저자는 청소년과의 대화에서 쉽게 하는 충고, 조언, 평가, 판단 네 가지, 줄여서 '충조평판'을 하지 않는 공감대화를 강조한다. 학부모나 교사가 아니더라도 청소년을 비롯한 다양한 나이대의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성인이라면 청소년들과 공감대화를 나눌 수 있어야하고, 이러할 때 진정한 '어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갈수록 입시를 위한 준비기관으로 전락해가고 있는 공교육에 회의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결코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공감대화에 더 힘쓰는 저자의 모습은 많은 감동을 준다. "공교육은 개인이 혼자 감당할 수 없는 부분을 사회가 함께 책임지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뿐만 아니라 교사의 마음과 생각은 아이들에게 강한 영향을 끼치며, 교사 본연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것이 곧 안정된 미래를 가꾸는 일이라는 것에도 많이 공감했다.

한 아이 한 아이 스스로 자기 존엄을 철통같이 지켜내도록 길러내는 것만이 살 만한 세상, 안전한 세상으로 성큼 나아가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을 대표하는 한 문장을 꼽으라면 이 문장을 택하고 싶다. 아이들이 자기 존엄을 지키도록 하는 것. 바로 이것이, 아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마음인지를 묻고 공감하는 대화, 이런 대화를 바탕으로 한 교사와 학생 혹은 학생과 학부모 간의 관계, 이를 토대로 한 공교육, 이 모든 것들의 목표가 아닐까. 학부모나 교사가 아니더라도 다음 세대를 이어갈 아이들이 잘 자라고, 자신이 이들과 같은 공동체에서 잘 살아가길 바란다면 아이들과 어떻게 대화하고, 어떤 관계를 맺어야할지, 그래서 어떤 어른으로 살아가야 할지 이 책을 통해 고민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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