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
게일 콜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김영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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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우울하고, 힘들고, 지쳐서 이 인생에서 도피하고 싶어질 때 책, 특히 에세이를 찾게 된다. 내 삶은 이런데 다들 어떻게 살았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지? 어떻게 살아가야하지? 라는 물음들을 가지고 에세이를 펴면 위로를 받고, 어찌됐든 계속 살아봐야겠다는 의지와 용기를 가지게 된다. 이 책이 딱 그러한 에세이다. <어느 날 뒤바뀐 삶, 설명서는 없음>은 삶이 한 순간에 뒤바꼈으나 어떻게 살아야한다는 설명서가 없다는 의미의 제목에 눈길이 갔고, <명랑한 은둔자>, <욕구들> 등을 쓴 캐럴라인 냅의 친구인 게일 콜드웰의 책이라는 것을 알고 나선 읽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책은 유아기에 소아마비에 걸린 뒤 다리를 절면서 평생을 고통과 통증 속에서 살아온 게일 콜드웰이 살아온 이야기다. 캐럴라인 냅을 비롯해 게일 콜드웰이 사랑했고, 자신을 사랑해주던 사람들의 죽음 이후 그가 느꼈던 상실, 이를 통한 얻은 삶의 통찰, 고관절 대치환술 후 걷는 연습을 하며 느낀 삶의 지혜를 고백하는 부분이 가장 인상 깊었다. 소아마비로 인한 고통, 통증, 자유의 제한 등으로 인해 삶을 견디기 힘든 상황에서 게일 콜드웰은 반려견, 엄마, 캐럴라인 냅과 같은 친구들의 관계와 사랑에서 힘을 얻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하나씩 해나가며 자신만의 삶을 묵묵히 살아간다.

"수년간 사람들은 소아마비 때문에 너무 화나지 않냐고 묻곤 했다. 처음 들었을 때도 참 이상한 질문이라고 생각했고, 아직도 누군가 그렇게 물으면 놀란다. 이러한 반응만으로도 내가 소아마비를 삶의 한 조각으로 온전히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소아마비에 걸리지 않았거나 그 영향을 받지 않은 세월이 단 몇 개월에 불과하니, 말하자면 소아마비가 나의 기준점인 셈이다. 밀고 나가야만 했던 벽이다. 모두에겐 그런 벽이 하나씩 있다." 게일 콜드웰에게 소아마비는 예고 없이 불쑥 들어와 인생에 절망을 드리운 벽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신은, 나는 어떤 벽을 가지고 있을까? 밀고 나가야만 하는 나의 벽은 무엇인지, 게일 콜드웰이 살아온 이야기를 생각하며 나는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좋았다가 나빴다가, 나빴다가도 좋아지는, 쉽지 않은 삶들을 살아가게 하는 동력이 무엇일지도 함께 고민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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